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알고 있는 것, 앎 또는 지식이 '나'이다. 그것은 내 삶의 방식이고,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지식은 내 삶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가장 잘 통제할 수 있게 한다. 배철현 교수에 의하면, 앎은 기억의 기능이나 마음 속에 저장된 수많은 정보의 총체가 아니다. 지식과 정보는 다르다. 그리고 앎, 알아차림은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다. "'앎'은 저장된 수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추려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참다운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 주는 여과기이다." 어렵다. 좀 각도를 달리해서 말해본다.
김정운 교수에 의하면, 생각은 지식-정보-자극이라는 삼각 편대로 이루어진다. 지식(knowledge)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일 뿐이다. 새로운 지식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면, 이제까지 형성된 지식 이외의 것을 습득해야 한다. 정보는 의미가 부여된 자극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극만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지각한 자극들에만 의미를 부여한다. 해석이란 말이 의미 부여의 행위이다. 이렇게 해석을 통해 의미가 부여된 자극을 정보라고 부른다. 문제는 정보는 혼자서 해석될 수 없다. 반드시 다른 정보와 관계 속에서 설명된다. 그러니 좀 알려고 해야 한다. 남이 하는 말만 받아들이면 실수한다.
부국강병을 위한 관자, 즉 관중의 정책과 지혜를 담아 쓴 책인 『관자』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스승의 가르침에 제자는 공손한 태도와 겸허한 마음으로 배운 바를 극진히 해야 한다." 이런 태도를 '소수시극(所受是極)'이라 한다. 그 다음은 배운 지식 그 자체에 만족하지 말고, 지식과 삶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고, 또한 그걸 글로 쓰고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배운 것을 글로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거일반삼(擧一反三), 하나를 알려주면 나머지 셋을 안다"는 말을 했다. 하나를 배워 셋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읽어야 한다. 그리고 배운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지혜, 통찰력으로 깨어나야 한다. 그게 공부하는 자세이다.
다른 식으로 말해 본다. 우선 내가 변해야 한다. 변화하려면, 정보를 습득해서 그걸 내 것으로 만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영어로 하면 transformation이다. 이를 풀어 보면, information(정보)→in(안) + formation(형성)→transformation(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정보를 안으로 형성해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학습(學習)이다. 이 말에서 습(習)이란 "어린 새가 날개를 퍼드덕거려 스스로 날기를 연습한다"이다. 그것도 100번 이상 연습한다는 것이다. '學'이 정보 습득이라면, '習'은 배운 것을 익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공부'라고도 한다.
그래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은 두 가지 층위가 있다. 어떤 사실을 객관적으로 아는 지식이 있고, 그 사실을 오랜 경험과 습(習)을 통해 몸과 정신으로 아는 지식이 있다. 이를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그노시스'라 했다. 이 '그노시스'는 씨앗과 같다. 씨앗은 모든 지식을 깨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일상에서의 수련은 자신의 심연에 존재하는 이 씨앗을 발아시키려는 행위이다. 농부가 과실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하는 일들과 같다. 땅에 심을 알맞은 품종을 정하는 혜안과 시기 적절하게 씨를 뿌리고, 지연의 섭리대로 발아하기를 기다리는 인내와 같다. 씨앗은 가능성이다. 내 안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이 일상의 수련이다. "씨앗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미래를 상상하는 자에겐 열매를 맺는 과실나무이며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느티나무이며 동물들이 뛰놀 수 있는 숲이다."(배철현) 동의한다. 내 씨앗은 어떤 가능성일까? 나에게 매일 매일의 글쓰기는, 깊은 심연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내 삶에 가장 어울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요가를 하는 것처럼.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오늘"을 살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없다. 오늘이 좋습니다." 내 만트라이다. 이 만트라를 소환하면, 지치고 무기력하며 화가 났는데 불현듯 제가 오늘만 산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감정과 생각이 바뀌며 편안해 진다.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바꾸는가? 내일이 없으니 오늘 있는 힘을 다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때 나를 옭아매던 어떤 한계에 갇힐 이유가 없다는 생각과 감정을 다시 갖게 되고 일상의 습관을 놓치지 않는다. 가끔 게으름 피우고 싶은 마음을 각성하게 하게 한다. 그리고 어떤 상대가 나를 괴롭히면 내일은 내가 없을 테니 그가 원하는 대로 다 받아주어도 된다고 감정을 바꾼다.
오늘/정채봉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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