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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쓸쓸하고 더딘 저녁/황동규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사람들은 고급 정보보다는 값싼 자극적인 정보에 속는다. 그 마저도 끝까지 안 읽고, 제목만 보고 판단한다. 오늘의 핫 이슈이다. "네이버, 다음 '뉴스 편집' 완전히 손 뗀다"는 제목만 보고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나? 앞으로는 이용자가 포털에서 구독을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만 제공받는 식이다. 그 외, KBS-EBS 등 공영방송 임원진 국민 추천,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미디어 환경 개선 방안이다.

지난 6월 1일 <인문 일기>에 다음의 글을 공유했었다. 오늘 다시 소환한다. 권력 화된 포털로부터 독립되어야 언론이 산다. 언론사들은 포털 때문에 선정적인 기사를 내놓아야 한다. 포털의 보상이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매기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취재를 안 하고, 그냥 기사를 써야만 하는 처지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용 기사를 시간마다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래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는 건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네이버가 클릭 수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이 본 기사가 좋은 기사이고, 많은 기사를 생산하는 곳이 좋은 언론사이다. 그러니 어떻게 든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내보내는 무한경쟁의 아수라장이다.

기자들 탓 할 수 없다. '경악'이나 '충격'이니, '헉'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가 '단독'이라는 문패를 달고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지며 전 사회에 악취를 퍼트린다. 속상하다. 팩트가 맞지 않는 기사를 쓰든, 남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쓰든, 이치에 닿지 않는 기사를 쓰든,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든 무관하다. 클릭 한 번에 돈 한 푼이다. 실제 포털의 뉴스를 지배하는 것은 '클릭을 받은 만큼 돈을 준다'는 악마의 알고리즘이다. 거기에는 진리도, 정의도, 정론도 설 자리가 없다. 포털이 뉴스를 공급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뉴스라는 '미끼 상품'으로 트래픽을 올려 쇼핑 등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뉴스의 가치는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다. 더 많은 클릭이 포털의 제1가치인 것이다.

이래서 문제는 포탈이다. 잘 알아야 한다. (1) 포털은 극소수인 CP 제휴사들만 자격을 얻는다. 다양성과 공공성을 처음부터 제약하는 구조이다. 생태계를 척박하게 하는 요소를 여럿 갖추고 있는 셈이다. (2) 네이버가 언론사가 주는 돈은 1년에 3천억쯤이라고 한다. 한국 정부가 한 해 쓰는 예산이 본예산만 530조가 넘는다. 1년 예산의 0.05%으로 이런 악마의 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이다. 기사를 작성하느라 취재를 할 시간이 없는 언론은 말이 안 된다.

정치 이야기를 가급적 안 하려고 했는데, 어제 저녁 너무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 눈에 '멀쩡한' 사람으로부터 말이다. 그는 아직도 종북 빨갱이라는 말을 믿고 있었다. 답답해서 오늘 <인문 일기>를 필링 인문학으로 하였다. 많은 부분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언론 생태계 문제라고 나는 본다. 이걸 빨리 바꿔야, 보다 투명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될 것 같다. 어제는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쓸쓸하고 더딘 저녁>이었다.

쓸쓸하고 더딘 저녁/황동규

이제 컴퓨터 쓰레기통 비우듯
추억 통 비울 때가 되었지만,
추억 어느 길목에서고
나보다 더 아끼는 사람 만나면 퍼뜩 정신 들곤 하던
슈베르트나 고흐
그들의 젊은 이마를
죽음의 탈 쓴 사자使者가 와서 어루만질 때
(저 빠개진 입 가득 붉은 웃음)
그들은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밀밭이 타오르고
밀밭 한가운데로 달려오는 마차가 타오르고
사람들의 성대聲帶가 타오를 때
그들은 왜 몸을 헤픈 웃음에 허술히 내주거나
몸을 피스톨 과녁으로 썼을까?
'왜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재빨리
빠져나가고 싶어했는가?
시장 인심이 사납던가,
악보나 캔버스가 너무 비좁던가?
아니면 쓸쓸하고 더딘
지척 빗소리가 먼 땅 끝 비처럼 들리는 저녁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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