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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뒤에 서는 아이/이태진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내가 잘 아는 시인의 것이다. 우리 동네 시인이다. 사진은 나의 주말 농장 <예훈> 옆 밭지기가 동료들과 지붕을 달고, 빗물을 받는 물받이를 만들어 몰을 모으는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물론 기계 연구소에 다니시는 분들이다. 이 비가 다 통에 담긴다고 생각하니 흐뭇하였었다. 실제로 오늘 아침에 가 확인 하니, 지난 주 말에 내린 비로 오늘 사진에서 보는 통의 3분의 2가 차 있었다.

뒤에 서는 아이/이태진

줄을 서면 늘 뒤에 서는 아이가 있었다
앞에 서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아서인지
뒤에만 서는 아이는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뒤에 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난 후에도
늘 뒤에 있는 것이 편안해 보였다

주위의 시선과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왜 그리도 익숙해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뒤에 선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침묵으로 대변하고 있다

나도, 내 일상에서, 이젠 좀 뒤에 서기로 했다. 다시 한번  금년 초에 다짐했던 "화이불창(和而不唱)"을 소환한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벌레가 '대충'이라 한다. 다 안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되고 안주하는 나 자신을 깨어 있고 예민하게 하는 기회를 잃고 만다. 그냥 지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감각적 받아들이고 넘어간다. "뻔한" 이야기라고 자신의 일상에 한 가지라도 적용해 보려 하지 않는다.

"화이불창"은 <장자>의 '덕충부' 4절에 나오는 말이다. '남에게 동조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나'라는 자의식에서 완전히 풀려난 상태로, 마치 물 같은 상태를 말한다. 둥근 그릇에 들어가면 둥글어지고 길쭉한 그릇에 들어가면 길쭉해 지고, 추우면 얼고, 더우면 증발한다. 이것은 완전히 빈 배가 된 상태,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가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알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우리는 자의식을 버리고 nobody가 되어야, 자만과 허영에 대한 경계와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무슬림들은 매년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수련한다. 그들은 해가 떠서 질때까지 세 가지 행위를 금지한다. 그건 먹고, 마시기 그리고 성행위이다. 그것들의 특징은 본능적이란 데 있다. 그들은 금식을 통해 음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음식의 소중함을 상기한다. 건강 검진을 앞두고, 우리는 금식을 강요당한다. 힘들지만 금식을 하고 나면, 음식의 소중함을 다시 기억하게 되고, 음식이 없어 먹지 못하는 주변의 사람들을 기억해 필요 이상의 음식을 먹지 않겠 노라 다짐하게 된다.

나는 최근 먹는 것에 많은 관찰을 한다. 아무 거나 먹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방심하면 과식에 아무거나 먹는다. 그건 내가 내 자신인 배 속의 장기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이다. 인생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먹고 마시는 내 일상을 점검하여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더 나아가 그 깨우침이 오랫동안 수련을 통해 습관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게 그 사람의 에토스이다. 그 에토스가 곧 그 사람의 평소 몸가짐이다.

이런 에토스가 무너지면 로고스, 파토스도 힘을 잃는다. 메신저가 신뢰를 잃으면 메시지는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앨버트 허시먼은 <Exit, Voice, and Loyalty - 이탈, 항의, 충성>에서 기업이나 조직, 국가가 퇴보할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 대해 연구했다. 조직이 싫으면 남아서 항의하거나, 떠나거나, 아니면 충성하거나 셋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에토스(ethos), 로고스(logos), 그리고 파토스(pathos). 이 세 가지 수사학적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이 일상의 습관에서 나오는 언행이며, 로고스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이성적인 판단과 대화다. 파토스는 그 사람에 대한 평판에서 나오는 아우라다. 파토스는 흔히 '감동'이라고 번역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를 이끌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수사학(修辭學)이라고 여겼다. 수사 능력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으로 다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로고스(논리), 에토스(화자의 성품), 파토스(감정)을 제시했다. 설득의 성패는 논리가 결정적일 것 같지만, 이외로 누가 말하는지와 감정적인 호소도 크게 작용한다. 이는 사람을 평가할 때도 예외가 아니며, 고난 끝에 황제에 오른 유비처럼 굴곡진 사연은 우리에게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 가지 중 '에토스'를 가장 중요한 수사 능력일 뿐만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에토스는 로고스와 파토스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이다. 에토스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과 같아서 로고스와 파토스가 자라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우리는 흔히 '에토스'를 인격(人格)이나 품격(品格)으로 번역한다. 에토스는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만일 누가 인격이 훌륭하다고 말할 때, 그 인격은 무형이다. 만일 누가 품격을 지녔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의 품격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사는 걸 점검하고, 습관이 되도록 수련하면, 그 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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