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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무/신경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도 일요일마다 만나는 짧지만 긴 여운의 글들을 공유한다. 이런 글들은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본다. 이런 글들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근육을 키워준다. 한 주간 모은 것들 중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몇 가지 공유한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어제는 오전내내, 파키스탄에서 온 유학생, 그리고 내가 애정 하는 함 박사와 새로 얻은 밭을 일구었다. 아카시아 나무 뿌리를 30여 개 뽑았다. 그 뿌리가 얼마 옆으로 번져 있는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오늘 아침 사진의 나무를 만났다. 지난 해 태풍으로 쓰러져 진입로를 막기에 베어 버린 아카시아 나무가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 있었다. 다 뿌리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 아침 공유하고 싶은 시로 신경림 시인의 <나무>를 골랐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 인문운동가로서 나는 아카시아 나무를 좋아한다. 이 나무는 어릴 적에는 가시가 많지만, 나이를 먹으면 가시를 없앤다. 인문정신을 고양시키는 나무이다.

나무/신경림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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