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하루’는 숱한 날들 중의 일부분인 반면, 하루살이에게 ‘하루’는 삶의 전체이다. 인간이 일생을 통해 경험하는 모든 것을 하루살이는 단 하루에 경험하는 것이다. 인간의 시간에서 ‘하루’는 현재에 불과하지만, 화엄의 시간에서 ‘하루’는 과거-현재-미래가 내속하고 회통하는 찰나(刹那)의 시간이다. 스님은 하루살이의 죽음에서 그 찰나의 시간을 보고, 거기에 비추어 자신을 성찰한다. 인간은 "천년"의 긴 시간을 살면서도 하루도 살지 못했다는 느낌을 갖지만, 하루살이는 ‘하루’라는 찰나에서 천년 이상의 시간을 살기에 ‘성자’는 인간이 아니라 하루살이의 몫이 되는 것이다
붓다는 탐욕과 증오에 따른 번뇌에 휘말리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자아(에고)를 초월하여 살았다. 그는 계속 이 세상에서 살았지만(이 세상을 버리지 않고), 동시에 다른 성스러운 영역에 속해 있었다. 자아를 초월한다는 것은 에고(욕심의 세계)를 초월하여 '참나(진아眞我, 양심의 자아)'를 만나는 것이다. 이 곳이 성스러운 영역이고, 이 세상의 논리와 다른 세상이다. 욕심의 자아 세계는 '호리피해(好利避害,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한다)'로 요약된다면, 양심의 자아 세계는 '호선오악(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한다)'의 세상을 말한다.
진여(眞如)란 무상(無常) 무아(無我)하고 괴로운 것이 인생의 진실한 모습이며, 연기(緣起)하고 있는 이 세계가 틀림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하는 말이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붓다는 영적 삶의 원형이고, 담마(진리)와 립바다(열반)의 화신이다. 오늘 그분이 태어나신 날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연등행사를 한다. 연등을 닮은 꽃인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기 때문에,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진흙) 속에서 물들지 않는 깨달음의 연꽃을 피우라는 것이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 붓다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원래는 등(燈)이 아니라 섬(島)이었다고 한다.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였는데, 한역하면서 섬이 등불로 바뀐 것이란다.
붓다가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은 것이 불교가 다른 종교와의 차이이다. "나는 세상을 구원하는 자이므로 나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라. 그렇지 않다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자등명, 법등명"을 말한 것은 우리 안에 있는 불성을 깨우치라는 말이다. 여기서 불성을 다른 말로 하면, 우리의 마음이다. 또는 성품, 심성, 자성, 정신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법등명보다 자등명을 먼저 말씀하신 것은 내가 아닌 바깥 세상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에 의지하는 게 부처님 말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인간 존재의 무한한 능력을 그 분은 간파하신 것이다.
예수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진리가 무엇이냐? 묻지 말고,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소리를 듣느니라"고 하셨다. 비슷한 말이 아닌가? 붓다는 어떤 말이 진리인가에 대해 이렇게 말씀 하셨다. "전승되어 온 것이라고 해서, 어느 권위자가 말했다고 해서, 세간에 널리 인식되어 있다고 해서 진리로 승인하지 마십시오. 깊이 사유하고 그것이 이치에 맞는 것인가를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실천하여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성취하면 그것을 진리로 받아들이십시오, 나의 말도 무조건 믿지 마십시오." 진리가 너희를 편안하게 할 것이라는 말도 이치에 맞게 살면, 편안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행위가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것이지 절대적 권좌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행위를 왜곡할 수 없다.
연등을 밝히고, 내 안의 등불과 진리의 등불을 밝히고, 붓다 가르침의 핵심인 지혜와 자비, 깨달음과 사랑의 실천을 다짐한다.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이니, 집착이 일으키는 고통("일체개고, 一切皆苦")을 벗어나면, 열반적정(涅槃寂靜)에 이른다는 진리, 사성제(四聖諦)를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그러니까 불교를 두 자로 요약하면, 깨달음과 사랑, 다르게 말하면 깨달아 지혜를 얻고(사실 가치), 자비를 베푸는(판단 가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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