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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매장과 파종은 다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1월 20일에 한국에서 최초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타났고, 이후 3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결코 물러설 것 같지 않던 코로나 19는 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정점을 넘어 이제 진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ubker-Ross)가 1969년에 쓴 『죽음과 죽어감』에서 사람이 죽음을 선고 받고 이를 인지하기 까지의 과정을 다음의 5단계로 구분 지었다. "부인(denial)-분노(anger)-협상(bargaining)-우울(depression)-수용(acceptance)"이다. 이를 '죽음의 5단계'라 하지만, '분노의 5단계'라고도 한다. 이 모델은 사람이 죽음과 같은 엄청난 상실을 겪을 때 보이는 심리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도 이런 심리적 단계를 우리에게 주었다.
1.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이 중국을 넘어 우리나라까지 창궐하여 파탄내지 않을 거라는 부정
2. 국내 확진자 급증에 따른 분노
3. 이후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과의 타협
4. 전 세계를 잠식한 인류사적 전염병의 창궐에 대한 우울
5. 이젠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대면(컨택트, contact)의 세계가 비대면(언택트, untact)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수용

그러나 언택트가 일반화될수록 컨택트의 소중함이 부가가치를 발할 것이라고 강혜란 중앙일보 기자는 주장한다. 많은 사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해 얘기한다. 예측은 커녕 대응하기에도 바쁜 지금이지만 분명해 보이는 건, 우리는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원치 않아도 공유 경제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고, 언택트 사회로의 빠른 진입으로 일상에 대한 정의도 달라질 것이다. 강기자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그렇다면 컨택트의 세계는 어떻게 될까.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주인공 호머 심슨이 겪은 ‘분노의 5단계’를 참고해보자. 잘못된 복어를 먹은 심슨은 의사로부터 24시간 이내 사망 선고를 받는데, 마지막 수용(체념) 단계에서 그는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기로 한다. 그 리스트란 ‘아들과 놀아 주기’ ‘양로원에 보낸 아버지 방문’ ‘아내와 뜨거운 밤 보내기’ 등 친밀한 접촉 행위 일색이다. 언택트가 일반화될수록 컨택트의 소중함이 부가가치를 발할 거라는 예언에 다름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임무를 잘 모른다. 그래 임무를 깨워줄 학교를 만든 것이다. 내 아침 글쓰기도 일종의 학교이다. 인생이란 학교의 특징은 '무작위(無作爲)'로 다가오기 때문에 힘들다. 코로나19를 난 전혀 예상해 보지 안했다. 그러니까  내가 예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마음까지 무작위일 필요는 없다. 어제도 그랬다.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지만, 그래도 또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어제는 일찍부터 '주님'을 만나, 밤에 했던 말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잘 참았던 것 같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살다 보면,  자신이 캄캄한 암흑 속에 매장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을 전력 질주해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 그때 우리는 어둠의 층에 매장(埋葬)된 것이 아니라, 파종(播種)된 것이다. 매장과 파종은 다르다. 파종은 씨앗이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그래 세상이 자신을 매장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파종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멋진 봄밤이었다. 아침에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목/박찬일

누가 내 목을 돌렸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멈추지 않았습니다
왼쪽으로 돌릴 때 오른쪽 힘을 주다가
오른쪽으로 돌릴 때 왼쪽으로 힘을 주다가
그만 목이 헐렁해져 버렸습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힘을 쓰지 않겠습니다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돌려주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목을 떨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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