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산다는 것/진상록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투자자 중 한 명인 엔젤리스트(Angelist)의 CEO인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를 만난다. 그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당신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만큼 인생에서 명확한 답은 없다. 죽음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면 우리의 삶은 새로운 방향으로 한 걸음 전진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발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두 개를 힘들 때마다, 하나의 탈출구로 삼는다고 했다. 하나는 '나는 반드시 죽는다'이고, 또 하나는 '나는 아직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한다.

흥미롭다.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다시 말해 무(無)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는 우리를 누르고 있던 생각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그리고 원하는 모든 것을 아직 다 얻지 못했기에 우리는 삶의 이유를 가질 수 있다. 나발에 의하면, 삶은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그러나 그같은 욕망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고무시키지만, 욕망에 집착하다 보면 곧 그 안에서 익사하고 만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인생에 정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푸른 산과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위안과 평화를 얻는다. 그 이유는 절대 변하지 않는 것,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것에,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진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진리 앞에선 모두가 겸손하다. 바로 그 겸손이 우리가 얻어야 할 궁극적 지혜일 것이다. 그 겸손한 태도를 얻고자 하는 행동만이 우리를 진리 가까이로 이끈다. 나발의 말이다.

그리고 그에 의하면, 행복이란 "숙제나 의무 때문이 아니라 오롯이 그 책이 좋아서 하는 독서와 같은 것"이라 했다. 그의 말을 좀 더 인용해 본다. "끌어 안고 있는 욕망을 버려야 참된 욕망을 얻는다. 죽음을 생각해야 삶을 얻는다. 이 같은 역설을 인생 전반에 적용하면 좋은 개선과 진전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변화를 갈망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한 번 뒤처지면 회복할 수 없다는 불안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절대 변화하지 않는 것들을 추구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영원불변의 진리에 기대면서, '어제보다 오늘', 이런 식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잘 사는(well-being)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는 그가 주장하고 있는 "평생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 하고만 일하고, 하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운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도, 그처럼,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과 저녁을 먹지 않을 것이고, 지루한 사람들을 위한 지루한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가고 싶지 않은 곳은 가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다른 사람의 산과 바다가 아니라, 나의 산과 바다로 갈 것이다.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면서.

어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의 영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오스카상을 받은 이야기로 훈훈했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의 전염과 싸우는 의료진들과 달리, 4월 총선에 나오려는 일부 정치인들이 세상을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게 만든다. 그래 오늘 아침 다시 장자 이야기를 공유한다.

장자의 <인간세>에 나오는 것이다. 제자 안회가 스승인 공자를 찾아와 난폭한 정치때문에 도탄에 빠져 허덕이는 위나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겠다고 한다. 그러자 공자가 말한다. "너는 거기에 가 봤지 처벌이나 받고 말거다. 원래 그런 일을 할 정도의 훌륭한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먼저 도(道)를 갖추고 나서 남도 갖추게 한다. 너는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을 갖추지 못하여 아직 불안정한데, 어찌 가능 하겠느냐?" 그러자 안회는 자신이 그 일을 하려고 얼마나 높은 경지까지 수양을 했는지 구구절절 이야기 하며 스승을 설득하려 애쓴다. 그러자 스승이 한 마디 한다. "그래 가지고 어떻게 상대방을 감화시킬 수 있겠느냐? 너는 아직도 자기 생각에 갇혀 있다." 여기서 나는 '감화(感化)'라는 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이 하는 정의로운 활동은 대개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또 다른 정의로운 사람과의 충돌일 뿐이다. 그러니 충돌만 존재하고 감화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충돌에서 설령 이기더라도 정치적 승리로 그치고 만다.

어쨌든 안회는 갈수록 더 이해가 안 되었다. 결국 자신은 도저히 어찌해야  가능한지를 알 수 없으니 방법을 알려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스승이 말한다. "심재(心齋)하라!" '심재하라'는 말은 '마음을 재계하라'는 뜻이다. "자기 마음에 출입문을 세우지 말고, 보루도 쌓지 말며, 오직 자신 본바탕의 음성을 듣도록 자신을 준비시키라"는 말이다. 심재의 '재'자는 '재계'이다.  재계(齋戒)는 종교 의식 따위를 치르기 위해 마음과 몸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일을 멀리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심재는 정신을 청청하게 가다듬는 것을 말한다. 심재하여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게 되어 감화력이 발동하면, 우리는 정치적 승리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승리로 나아갈 수 있다. 정치가 문화를 따라오길 바라는 아침이다.

매주 수요일은 아침 일찍 '아고라 광장' 같은 아침 커피 모임<대덕몽>에 나간다. 그래 여기서 글을 멈춘다. 당신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산다는 것"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란 말이라고 본다. 사진은 <박달재>에서 금봉과 박달의 영혼을 찍은 것이다.

산다는 것/진상록

그리움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사막을 홀로 걷는 일처럼 버거울 거다
  
마른 하늘에 구름 한 조각 걸리는 날엔
혹시나 하는 맘에 하늘만 내내 쳐다 보며
꿈을 꾸는 듯 의미 없는 일일 거다
  
우뚝 선 채 속마음을 다 빼앗겨 버린
한 그루의 고목처럼 덧없을 거다

사랑 없는 삶을 오래도록 살아야 한다면
혈관 속 굳어버린 붉은 녹으로
생명줄을 연장하는 한 줌의 흙덩이
눈물도 없는 절망일 거다

산다는 건
그리운 마음에 소망을 꿰어 사랑을 낚는 일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유성마을대학_마이크로_칼리지 #사진하나_시하나 #진상록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