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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월/목필균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조선일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호감가는 기획보도가 나온다. 오늘 만난 것은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omas Frey)와의 신년기획 인터뷰 기사이다.

우리는 보통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고 하지만, 토마스 프레이는 거꾸로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하느냐 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터뷰의 대부분을 "일자리와 교육의 변화"에 대해 사용했다. 나에게 관심을 끌었던 그의 말들을 모아본다.

- 초고용(super employment) 시대이다. 정규직은 점차 줄어들고, 2개월에서 짧게는 2시간까지 단기 고용해 일을 맡기는 임시직(gig)이 대세가 된다.
- 앞으로 똑같은 직업이라고 해도 하는 일은 전혀 달라진다. 예컨대, 교사는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대신 AI 교육 로봇과 한 교실에서 협업하게 된다.
- 2030년에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평생 8-10개 직업을 바꿔가며 일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기술 재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2주-2달의 짧은 교육 수요가 높아져 대학도 마이크로 대학(micro college)이 대세가 된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 디자이너, 드론 파일럿이 되는 걸 배우는 거다. 이를 위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2년간 공부해 새로 학위를 따는 건 말이 안 된다.
- 앞으로 10년간 전세계 대학의 절반은 사라질 것이다.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이 포진한 기존 대학들은 방향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캠퍼스가 없는 마이크로(Micro) 대학을 많이 사들일 것으로 본다.
- 대학 학위가 '산분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끝났다. 명문대 학위 하나로 평생을 먹고 살던 시대는 가고, 끊임 없는 재교육과 세세하게 개인 능력을 평가하는 '정량화된 자아(自我)'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 AI 교사 로봇이 개별 학생에게 맞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 학생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는지, 하루 중 언제 가장 학습 효율이 높은지를 속속들이 익히는 거다. 이런 맞춤형 교육 방법을 적용하면 기존보다 학습 효율이 10배는 높아질 것이다. 2년짜리 학위를 한 달만 에 따는 날이 온다.
- '미래 한국을 위한 조언'으로 두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한국이 국가 간 초대형 사업을 뜻하는 '메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라는 것이다.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진 시대인 만큼 내수 시장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초국가적 프로젝트에 투자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자녀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낮은 출생률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민 정책을 바꾸든 북한과 통일을 하든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어제 변방 <박달재> 여행을 못 갔다. 딸이 아프고, 길이 막힐 듯하여, 다음 주 주일로 미뤘다. 그래 한가하게 동네 카페에서 단테의 『신곡』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서, 자꾸 스마트폰을 보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세상이 궁금한 거다. 그러다 <배철현과 함쎄 가보는 심연>에서 세네카에 대한 글을 읽었다. 부와 명성을 누리다가 황량한 섬의 1200미터가 넘는 해안 위의 한 망루에 감금된 세네카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면 자신은 그곳에서 사라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될 것임을 깨닫고는 마음 가다듬고 『분노에 대하여(De Ira)』라는 책을 쓴다. 그리고 그가 유배 중에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다. "나는 최상의 환경에 있는 것처럼 즐겁습니다. 실제로 내 주위 환경은 최고입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맡겨진 과중한 일들이 없어, 내 영혼을 증진하기 위한 여유가 많습니다. 저는 공부가 즐겁고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며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묵상합니다."

딸이 나보고, 너무 공부를 많이 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세네카처럼, 나는 즐겁다.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이 별로 없다. 나는 여유를 갖고 진리를 탐구하고, 내 영혼을 성숙시키는 공부를 하며, 자기 구원의 길을 즐겁게 가고 있다. 그런 식의 1월 방학을 보내고 있다. 설 연휴가 되면 더 외로운데, 세네카를 생각하며, 단테의 『신곡』을 읽으며,  2019년도에 쓴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의 원고를 인쇄하여 다시 읽어가며 수정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성마을대학을 준비하고, 그 대학 안에 <인문운동연구소>를 두고 인문운동가들의 네트워크를 조직할 생각이다. 그래 사람 만나는 일을 자제하고 있다. 준비가 될 때까지. 그래 오늘 아침은 목필균의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사진은 동네 탄동천을 걷다가 만난 것이다.

1월/목필균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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