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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님의 좋은 글을 만났다.

오늘날 권력과 부를 독점하려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세 종류의 분리 혹은 고립을 만들어낸다. 그 사람들 혹은 기관들은 “사람을 그 육체와 장소와 시(詩)로부터 떼어놓고자” 노력한다. 그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1. 과학 기술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과학의 도움을 받아 살지만 정작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자본주의의 첨단에서 살아가는 이들일수록 직접적 감각 체험으로부터 멀어진 채 살아간다. 몸을 사용하고, 몸의 감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2. 현대인은 또한 어떤 장소와 유기적 관계를 맺지 못한 채 부평초처럼 떠돈다. 마을이 해체되면서 공동체적 삶 또한 무너졌다. 마을은 더 이상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고이는 장소가 아니다. 심지어 집조차 가족들의 기억의 뿌리가 아니라 재산 가치로서 기능할 뿐이다.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3. 풍요의 환상을 따르는 이들은 산문적인 현실에 충실할 뿐 시적 세계에서 노닐지 못한다. 일상은 성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기회일 뿐이다. 사람들은 일상 속에 깃든 신적 광휘를 보지 못한다. 시적 사고는 현실 부적응자들의 낭만적 퇴행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시를 읽어야 한다.

이런 소외의 결과, 삶은 두텁지 못하고 납작해졌고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은 고갈됐다. 오로지 주류 세계가 제시하는 길을 묵묵히 따라 달릴 뿐이다. 피로와 권태 그리고 무의미가 사람들을 확고히 사로잡고 있을 뿐이다.

자기 속의 여백이 사라지면서, 여유를 잃어가면서, 타자를 환대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위축됐다. 타인들은 우리 삶의 토대를 흔들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기괴하고 낯선 이들이 우글거리는 장소가 된다.

그렇기에 유형적 또는 무형적 담을 높이 쌓는다. 문제는 담이 타자 혹은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지만, 동시에 우리 또한 담 너머의 사람들을 볼 수 없기에 의구심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낯선 이들에게 쉽게 수치심을 안겨주거나 혐오를 드러내기도 한다. 위험사회는 이렇게 도래한다.

인문운동가는 위 세 가지를 회복하는 일에 내가 도구가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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