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읽고 쓴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고, 통쾌한 일이다. 이 문장을 만나서, 나는 바로 독서(讀書)라는 말을 생각했다. 구글에 독서를 치니까, "책이나 글을 읽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나는 그것보다 '읽고 쓰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라 정의한다. 한자를 찾으니, 읽을 '독(讀)'자에 글 '서(書)'자라고 한다. 서(書) 자에는 '쓰다'라는 의미도 있으니. 글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쓴다'로 나는 바꾸어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쓴다는 것의 그 통쾌함을 잘 몰랐다. 지난 3년 전부터 아침마다 일어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란 글을 하루도 빠짐 없이 썼더니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 습관이 되었고, 쓰기 위해 책들을 더 열심히 많이 보게 된다. 그래 심신도 많이 수양 되었고, 교양도 넓어지고, 우선 마음이 평화롭고, 몸도 건강하다.
고미숙의 책을 읽고 더 확신을 가졌다. 읽고 쓴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고, 통쾌한 일이라는 것을. 그게 인문 활동이다. 지금은 내 스마트폰에 내가 원하는 정보들이 많아,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가 훨씬 용이해 졌다. 우선 두꺼운 사전과 백과사전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검색이 쉬워졌다. 물론 많이 읽고 쓰다 보니, 잘못된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도 늘었다. 그리고 검색 요령이 많이 생겼다.
고미숙은 말한다. "쓰는 것과 읽는 것은 분리되지 않는다. 읽지는 않고 쓰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읽었으니 쓰고, 읽어야 한다. 그건 영화를 보지도 않으면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 마찬가지이다. 쓰기와 읽기는 둘이 아니다." 그래 나는 독서라는 단어의 정의를 '읽고 쓰는 행위'라고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고미숙의 책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양생과 구도, 그리고 밥 벌이로서의 글쓰기". 그래 나도 글쓰기란 나를 살리는 일이고, 길을 찾아 건너 가며 구도하기를 하는 일이고, 밥을 먹게 해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아직 나는 글쓰기로 밥벌이는 못하고 있다. 대신 매일매일 성찰할 거리를 아침마다 약 2000명에게 무료로 공유하다 보니 일정한 팬이 생겼고, 내 밥벌이인 와인 장사에 도움이 된다. 가끔씩 좋은 와인을 공동 구매하면, 모르는 사람들인데, 나를 믿고 구입해 준다. 고마운 일 아닌가?
연일 날씨가 최강 한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동네 커뮤니티 공간에 들렸더니 창문에 오늘 아침의 사진 같은 성에 꽃이 피어 있었다. 성에 꽃은 겨울철에 창밖의 기온이 매우 낮을 때 창유리의 실내 면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하여 아름다운 모양의 결정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이 꽃을 보면, 나는 최두석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참 좋은 시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버스를 탈 기회가 없어 성에 꽃을 만날 수 없었다.
살면서 만나는 인연이라는 말에서 중요한 것은 '인'보다 '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직접적인 원인인 '인'이 발생하면, 간접적인 조건인 '연'은 내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처가 되었다면, 그에게는 치열한 자기수행이라는 원인과 좋은 스승이라는 조건이 갖추어 져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부처가 된다는 것은 살아서 인간이 살아낼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성에 꽃"도 그렇다. 성에 꽃은 방 안의 습기와 당시의 온도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특정한 온도나 특정한 습기가 변하면 지금 보고 있는 성에 꽃이 사라지듯이, 인연이 맞아서 무엇인가 생기는 것이고, 인연이 다해서 무엇인가가 소멸할 뿐이다. 이것이 ‘공’ 이론이다. "성에 꽃" 자체에는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
성에 꽃/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설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 꽃
어제 이 버스를 탓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 블로그로 옮긴다.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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