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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동장군(冬將軍)'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이야기 하나

어제 저녁은 몹시 추웠다. 이를 우리는 한파라고 한다. 한문으로는 이렇게 쓴다. 寒波. 한파를 '동장군(冬將軍)'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한다.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혹한을 의미하는 '동장군'은 한파와 뗄레야 뗄 수 없다. '동장군'이 한자어에서 온 것 같지만, 영어가 일본어로 번역되면서 그 표현이 우리에게 들어온 것이란다.

그런 추운 날씨에 친구를 꼬드겨 해장국 집에 가다가, 친구는 너무 춥다며 되돌아갔다. 나 혼자 그 해장국 집에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다. 함께 왔더라면 낭패였을 것이다.

사전을 보면 낭패(狼狽)는 '일이 실패로 돌아가 매우 딱하게 됨'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낭(狼)은 이리이고, 패(狽)도 이리의 한 종류이다. 낭(狼)은 앞발이 길고 뒷발은 짧은데, 패(狽)는 앞발이 짧고 뒷발이 길다. 따라서 낭(狼)은 패(狽) 없이는 서지 못하고, 패는 낭 없이는 가지 못한다.

물론 낭과 패는 실제가 아닌 상상 속의 동물이다.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었다. 한편 낭은 꾀는 부족하지만 용맹하고, 패는 꾀는 많지만 겁쟁이이다. 둘이 호흡이 잘 맞으면 문제 없지만, 서로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낭패는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일이 어렵게 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한강, 2017년에는 12월에 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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