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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프랑스 꼬뜨 뒤 론(Côte du Rhône, '론 밸리'라고도 한다.) 지역의 와인

연말이라 술자리가 많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모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록 혼술을 한다 해도, 건배사를 혼자라도 외치기를 바란다. 내가 좋아는 건배사가 여럿 있는데, 오늘은 사자성어를 공유한다.

1.  '냉주상위(冷酒傷胃), 독주상간(毒酒傷肝), 무주상심(無酒傷心)' - 찬 술은 위를 상하게 하고, 독한 술은 간을 상하게 한다. 그러나 술이 없으면 마음을 상하게 한다. "무주상심!" 누가 만들었는지, 마음에 와 닿는다. 옛 사람들의 건배사로 이런 것들이 있다.
2. '불취무귀(不醉無歸)'는 정조의 건배사로 알려져 있다. "취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성균관 시험에 합격한 유생들과 함께한 주연(酒宴)에서 "각자 양껏 마시라"며 이렇게 말했단다. <시경(詩經)>에 따왔다고 한다. "흐뭇한 술자리가 밤에 벌어졌으니, 취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못하리라(厭厭夜飮, 不醉無歸)."
3.  '적중이지(適中而止)'라는 것도 있다. 태종 임금이 셋째 아들 충녕대군(세종)을 후계자로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술을 마실 줄 안다"는 것이었다. "중국 사신을 맞을 때 주인으로서 한 잔도 마시지 못하면 어떻게 손님에게 권해 즐거운 자리를 만들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양녕대군은 지나치게 마시고, 효령대군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단다. 세종 임금은 적절히 마시고 중간에 그칠 줄 알았단다. 실록에 '적중이지(適中而止)'라고 적혀 있다.

공자도 술 좀 했던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의 제자 자공은 술 취해 흥청대는 일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연말에 열리는 축제에서 사람들이 즐기며 술에 취해 있었다. 공자가 "너도 즐거우냐"고 묻자 자공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온 나라 사람이 다 미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즐거움은 알지 못합니다." 술을 좋아해 '주량이 끝이 없었다(有酒無量)'는 공자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백날을 수고하고 하루 즐기는 것이다. 긴장만 하고 풀어지지 않는 것은 (성군으로 유명한) 문왕과 무왕도 할 수 없었고, 풀어지기만 하고 긴장하지 않는 것은 문왕과 무왕이 하지 않았다." 공자처럼 술 마실 때는 술 마실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마시고, 일 할 때는 일 할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긴장하며 일하는 사람이 내성외왕이다. 내성외왕이란 유학에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으로, 안으로 성인이고 외부로는 왕(리더)인 사람이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을 라벨로 사용한 <아트 콜렉션> 에르미따쥐 명품 와인이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마셔야 할 와인이다. 난 언젠가 그의 물방울 작품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오늘 아침 소개할 시인도 토란 잎 위의 이슬 한 방울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쓴 시가 <토란 잎 이슬 한 채>이다. 이 시를 읽은 후 오늘의 와인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이 시를 소개인 채상우에 의하면, "시인은 문득 놀라는 사람이다. 토란잎 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라 했다. 실제로 오늘 공유하는 시인은 새벽에 일어나 뒤꼍을 지나다 놀랐다. 뒤꼍 장독대 한편에 핀 토란 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에 깜짝 놀랐다. 놀라워라, 저 "응축의 힘"이여! 시인은 자신이 놀란 것에 놀라는 사람이다. 놀란 마음을 꾹꾹 눌러 가며 자신이 놀란 것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 집중의 힘으로 세계를 꿰뚫는 사람이다.  채 시인은 "그리하여 토란 잎에 "올라앉은 이슬 한 채"처럼 스스로 "가멸차게 덜어 내고 맑은 눈 하나"가 된 사람을, 또한 그리하여 "저 깊은 연원"을 자기 마음속에 굳건하게 심은 사람을 보라" 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사람들이 자주 놀랐으면 좋겠다. 자주 두근거리고 자주 감동하고 자주 경탄했으면. 그래서 하루하루가 매순간이 온통 경이롭길 바란다. 귀띔 하나 보태자면, 시인은 원래부터 천부적으로 놀라는 사람이 아니라, 놀랄 준비를 자꾸 하는 사람이라는 것."

토란 잎 이슬 한 채/정희성

잎 한 칸에 올라앉은 이슬 한 채
덧없다고?

저 응축의 힘을 바라봐!

가멸차게 덜어 내고 맑은 눈 하나 남긴 것인데
삼백육십 도 온 우주가 들어와 앉아 있는,

저 깊은 연원(淵源)을 바라봐!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읽기를 한다. 오늘도 지난 11월 21일에 이어, 프랑스 꼬뜨 뒤 론(Côte du Rhône, '론 밸리'라고도 한다.) 지역의 와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다음 지도가 큰 도움이 된다.


프랑스 꼬뜨 뒤 론 지역은 보르도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 지역의 와인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흔히 크게 북부 론 지역과 남부 론 지역으로 나뉜다. 이 지역은 기후와 토양 등의 환경 조건이 남부와 북부가 서로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부 론 지역에는 경사가 심한 비탈과 구릉지에 포도밭이 이루어져 있고, 기후는 준 대륙성 기후이며 토양은 화강암 질이 주성분이다. 반면, 남쪽 론 지역에는 완만한 경사지역에 포도산지가 발달하였으며, 기후는 따뜻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토양은 충적토에 백악질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도 지난 11월 21일자 아침 글에 이어 북부 론 지역의 에르미따쥐 와인 읽기를 하려한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북부 론 지역 와인들의 특징은 선명한 색상과 기분 좋은 탄닌을 깔고 있으며 깊으면서도 유순한 맛을 보인다. 레드 와인용으로는 시라(Syrah), 화이트와인용으로는 비오니에(Viognier) 등을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론 전체의 15% 정도지만, 양질의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론 강의 가파른 경사면에 포도밭이 주로 조성된 북부지역의 유명한 와인 산지는 다음과 같다. 지도에서 확인해 보면 잘 기억할 수 있다.
- 꼬뜨 로띠(Côte Rôtie)
- 꽁드리외(Condrieu)
- 샤또 그리에(Château Grillet)
- 쌩 조세프(Saint-Josephe): 지난 11월 24일에 이곳에서 나온 와인읽기를 했다.
- 크로즈 에르미따쥐(Crozes Hermitage)
- 에르미따쥐(Hermitage)
- 쎙-뻬레(Saint-Péray)

기타 지역은 그냥 <꼬뜨 뒤 론(Côte du Rhône)>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일종의 '경기도 쌀'에 해당하고, 위에 나열한 AOC 지역은 '이천 쌀'처럼, 범위가 더 좁아진 지역  와인이다. 오늘은 라벨을 물방울 작가로 잘 알려진 김창열 화백의 그림을 넣은 에르미따쥐(Hermitage-프랑스어는 h가 묵음이다) 와인을 읽어 보려 한다.

1. E GUIGAL(이 기갈): 와인을 양조하고 숙성 시켜 판매 유통까지 책임지는 와인 네고시앙이라는 말이다. 꼬뜨 뒤 론 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네고시앙이다. 포도는 에르미따쥐 <지역에서 가져왔고, 양조와 판매 유통은 이 기갈>이 한다는 말이다.
2. 2014: 빈티지이다.
3. HERMITAGE(에르미따쥐):  이 말은 '은자가 사는 집', '암자'라는 뜻이다. 에르미따쥐는 오랜 기간 숙성시켜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최고급 와인으로 매우 유명하다. 소량, 고가, 고품질의 이 와인들은 떫은맛이 특징이다.

이 포도밭은 1235년 십자군 기사 가스파르 드 스트랭베르그(Gaspard de Sterimberg)가 부상한 몸을 이끌고 안식처를 찾아 나선 끝에 이 험난한 경사면에 교회(chapelle-뽈 자블레 에네Paul Jaboulet Aine가 La Chapelle이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병당 약 4000만원의 고가이다)를 지어 포도를 재배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포도품종은 십자군 원정길에서 획득한 시라(Syrah)이다. 호주에서는 쉬라즈(Shiraz)라 불린다. 이 품종 와인은 야성적이면서 풍부한 과일향이 매력적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그래 나는 에르미따쥐 자역 와인 대신, 에르미따쥐 주변에 넓게 퍼진 크로즈 에르미따쥐(Crozes Hermitage) 와인을 마신다. 물론 맛은 좀 거칠지만 맛과 향에서 에르미따쥐 와인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4. Water Drops(물방울): 라벨 그림의 작품 제목이다.
5. 1974: 작품 연도
6. Kim TschagYeul(김창열): 이 작품의 화가 이름이다. 이런 와인을 우리는 '아트 콜렉션'이라 한다. 빈 병도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김창열(1929년생)은 물방울 화가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분이다. 1972년부터 치열하게 물방울 그려왔다. 1971년 프라스 파리 외곽의 마구간에서 생활하던 그는 "이른 아침 세수를 하려고 대야에 물을 받다가 흘러내려 캔버스에 크고 작은 물방울이 튀었다. 캔버스 뒷면에 뿌려진 그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이 나는 그림으로 보였다.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물방울 작업의 계기를 회상했다. 그가 그리는 물방울은 화면 가운데 군집을 이루기도 하고, 화면의 가장자리에 밀려 떠오르기도 한다. 이 와인의 물방울은 흘려내려 긴 자국을 남기면서 아랫부분에 가까스로 맺혀 있다.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을 했고, 그의 부인이 프랑스인이다. 제주도에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 있고,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성북동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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