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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술배소리/최두석

181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소리
(2021년 11월 13일)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그런데 토요일에 대전에 있었던 <우리 술 한마당>에서 전통주 심사를 하고, 이어서 와인 소믈리에 대회에 심사와 참관을 위해 와인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었다. 지난 주부터 신세계 와인의 선두 주자인 미국 와인 이야기를 하였다.

전통주 심사를 하던 곳은 <동춘당>이라는 곳이다. 대전시가 보유한 유일한 '보물' 건축물이다. 대전 선비 정신의 뿌리는 동춘당 송준길(1606-1672)과 우암 송시열(1607-1689)에서 시작된다. 두 학자 이야기는 따로 <인문 일기>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송준길의 호 동춘은, 내가 전통주 심사를 하던, 그의 별당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동춘(同春)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다.  '동춘'이란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는 뜻으로, 우암 송시열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사람들은 송준길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그의 정신은 가을 물결 같고 모습은 옥으로 다듬어 놓은 듯하다." 아호 동춘당처럼, 그대로 봄바람같이, 늘 상대를 따뜻하게 배려했다. 나도, 동춘처럼,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거나 남을 이기려는 맘을 갖지 않고 살고 싶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의 옛이름인 회덕(懷德)에 있다. 나는 '회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현 '대덕구 대신 '회덕구'로 빨리 바꾸었으면 한다. 대전의 '대'자와 회덕의 '덕'자를 따서 대덕구라 했다는 데, 회덕이라는 말보다 스토리가 약하다. 회덕은 '덕을 품은 곳'이란 뜻이다. 공자님이 하신 "대인은 가슴에 덕을 품고, 소인은 가슴에 고향(땅)을 품는다"는 말이 좋다. 이걸 "대인회덕, 소인회토(大人懷德, 小人懷土)"라 한다.

덕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한다. 언젠가 최진석 교수의 글을 읽고 적어 두었던 내용이다. 사마천은 궁극의 지배력은 재주가 아니라 덕에서 나온다고 했다. 재주가 덕보다 승하게 작용되면(才勝德, 재승덕) 하급이고, 덕이 재주를 좌우하거나 재주가 덕이 발휘된 결과로 나타나면(德勝才, 덕승재) 상급이다. '재승덕'은 잔머리나 피상적인 잔재주를 부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갖추어야 할 근본적인 동력은 바로 '덕'이다. 덕은 인간이 인간 수준에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근거이다. 또한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으로 만드는 내면의 힘이다. 한마디로, 덕은 인격(人格)의 원천이다.

재주는 외부를 향하는 원심력이 작동한다. 반면 덕은 자신 내면을 향하는 집요한 응시로 회복된다. 덕이 작동되는 사람에게는 그 깊이로부터 우러나오는 향기가 발산되고 그 향기가 감화력을 갖게 해준다. 공자도 "덕필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라고 했다. 덕이 작동되는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반드시 그 향기에 감화되어 따르는 사람들이 있게 된다. 덕이 있는 사람은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이 강한 카리스마를 만들어 지배력을 갖게 한다. 덕을 키우려면, 아주 구체적인 일상의 일을 잘 관리하는 힘이 있으면 그것이 바로 덕의 표현이 된다. 구체적 세계와 그에 대한 접촉 수준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낸다. 예컨대, '주워들은 소문을 여기저기 옮기고 다니는 것'이 덕이 없다는 것이라고 공자는 말한다. 덕을 발휘하는 사람은 넓고 근본적이지만, 재주를 발휘하는 사람은 대개 자신만의 신념이나 지적 체계에 갇혀 좁고 고집스럽다. 이들을 공자는 덕을 망치는 '향원(鄕原)'이라 했다.

좁다란 집단 내에서 형성된 단편적인 명성과 시각에 갇혀 자기를 끌고 가며 원래의 마음을 갖고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 덕은 항상 주변으로 밀려난다. 우리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이런 사람들에게 휘둘려서도 안 된다. 열정적으로 보낸 한 주였다. 아직도 오늘과 내일 할 일들이 기다린다. 잘 마무리하고 싶다. 그러면서 한 잔의 곡주, 한 잔의 와인을 마실 때마다, 오늘 공유하는 시의 "술배소리"를 기억하리라.

술배소리/최두석

멸치야 갈치야 날 살려라
너는 죽고 나는 살자
에야 술배야
가거도 어부들의 고기 잡는 소리를
밥상머리에서 환청으로 듣곤 한다

벼야 조야 배추야 시금치야
콩아 닭아 김아 마늘아 날 살려라
너는 죽고 나는 살자
놓인 밥과 반찬에 따라 가사를 바꿔 부르며
숟가락 젓가락을 들곤 한다

그토록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
소화가 되겠느냐 핀잔하는 이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이에게 권하고 싶다
술배소리 음미하며 한 끼 먹어보라고
그래야 음식마다 맛이 새롭고
먹고사는 일이 더욱 생생하게 소중해지므로

다음은 이 시를 소개한 문태준 시인의 덧붙임이다. "시인은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어부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그물을 던져서 먹을 것을 얻으려 할 때 부르는 소리를 소개한다. 시인은 바다에서 난 것을 밥상머리에서 먹을 때 이 술배소리를 떠올린다. 그리고 들판과 자연의 것으로 한 끼의 밥과 찬을 마련해 한 숟가락 떠먹을 때 술배소리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한다. 먹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먹는 것이다. 먹어야 살 수 있다. 다른 생명의 희생 없이 우리는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지탱할 수 없다. 우리의 한 끼는 다른 생명에게서 얻어 온, 거룩한 한 끼이다. 흰 밥과 따끈따끈한 국과 서너 가지의 찬을 받을 적에는 두 손으로 겸허하게 받아야 한다. 그러면 다른 목숨의 희생으로 장만된 음식 앞에 엄숙해지고, 또 그 희생 덕에 살고 있는 내 목숨이 간절해진다."

글이 길어졌다. 이제 토요일마다 하는 와인 여행을 떠난다. 지금 나는 신세계 와인 중 미국 와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11월 6일(토)자의 <인문 일기>에 이어지는 글이다. 사실 세계 시장에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신세계 와인’들이 보르도가 상징하는 ‘구세계 와인’을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 주에 이야기 했던 ‘파리의 심판’은 미국, 칠레, 호주, 남아공 같은 와인 신세계에 큰 자극과 용기를 줬다. 저마다 와인산업을 키우고 품질을 높이는 데 투자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근처에 있는 UC 데이비스 대학을 와인 양조 학의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키웠다. 반면 프랑스는 2005년에 대체연료 에탄올을 뽑느라 1등급 AOC 와인 1억 3000만병을 끓였다. 가격 경쟁력 하락, 수출과 내수 위축, 과잉 생산으로 와인 값이 물보다 싸진 탓이다. 프랑스는 ‘파리의 심판’이 울린 경고음을 무시한 채 안으로 새로운 연구와 시도를 낡은 법으로 묶고, 밖으로 ‘주는 대로 사가라’식 콧대 높은 장사를 해왔다. 하다못해 상표도 길고 복잡하다. 소비자들은 간단하게 품종만 표기한 신세계 와인에 손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의 와인 양조는 이 지역의 개척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를 '그레이프 러쉬(Grape Rush)'라고 말한다. 이 지역에 금광이 발견되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금광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땅은 포도밭으로 바뀌었다. 포도 재배 열풍이 불면서 특히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에 포도원들이 몰려들었는데, 그것은 토양과 기후조건이 좋은데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럽으로부터 역수입된 필록세라라는 해충에 의해 포도밭이 무너지고 금주 법으로 인해 와인 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가는 등 심한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개척자 정신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대학에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의 전문학과를 개설해 과학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갈로(E&J Gallo)와 같은 대기업이 영세한 포도원들을 하나 둘 사들이면서 보다 산업적인 차원에서 와인 생산을 할 수 있었다. 현재의 성공은 이러한 성과와 유럽의 전통적인 방법을 멋지게 조화시킨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은 가벼운 화이트와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레드 와인의 생산이 증가하고 있고 유럽 산에 뒤지지 않는 고급 레드 와인도 다수 만들고 있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의 와인 산지는 캘리포니아 주가 대표 산지이다. 미국 와인의 90%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래서 미국 와인하면 캘리포니아와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지역 중에 나파 밸리(Napa Valley)와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가 캘리포니아와인의 메카이다. 그 외 뉴욕 주, 워싱턴 주, 오리건 주 등이 주요 와인 산지이다. 동부 지역 중에서 뉴욕 주는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지만 그 규모는 캘리포니아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잘 알려진 와인 산지는 핑거 레이크(Finger lake) 지방에 있다.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 지역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본다.


① 나파 밸리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북쪽으로 100㎞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지역이 캘리포니아와인의 핵심지역이다. 나파 지역은 산이 낮고 대부분 넓게 퍼진 구릉지이며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는 너무 덥지 않은 아주 건조한 지형이다. 그리고 포도재배에 가장 중요한 4월부터10월(수확기)까지의 기후는 와인을 생산하는데 적격이다. 이와 같이 화창한 날의 햇볕이 여러 달 계속되어 포도 알을 더욱 맛있게 영글게한다. 해가 지고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 또한 포도 알 속에 있는 수분 량이 줄게 하여 아주 당도가 높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게 한다. 대규모 와인 회사들이 이 곳에서 좋은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니봄-코폴라 와이너리(Niebaum-Colppola Winery)가 이 곳에 있다.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의 와인 명가 샤또 무똥 로췰드가가 합작하여 만든 <오퍼스 원(Opus one)>이 지역에서 나온다.


② 소노마 카운티(우리나라의 군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이 지역도 샌프란시스코에 인접해 있다. 이 지역은 나파 밸리와 비교해 볼 때 규모가 작고, 분위기 또한 시골처럼 소박한 느낌이 든다. 나파 밸리는 막대한 자본을 들인 와이너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 소노마 밸리는 평범한 서민들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업체인 갤로(Gallo) 사가 이 지역에 대규모 포도원과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③ 맨도시노(Medocino)
샌프란시스코 북쪽 해안지역에 있는 맨도시노는 미국을 대표하는 포도품종인 진판델(Zinfandel)의 본고장이다.
④ 산 호아킨 밸리(San Joaquin Valley, 보통 Central Valley라고도 함)
값싼 대중적인 와인이 이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대중적인 와인은 큰 병(보통 4l)에 담아 판매되는데, 이를 미국에서는 <저그(Jug Wine) 와인>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경우 고급 와인은 <버라이어틀(Varietal) 와인-품종와인>으로 분류되는데, 원료가 된 포도품종 자체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와인의 아버지인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라벨에 품종 명을 기재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판매 전략을 시작한 것이다. 다만 그 포도품종이 반드시 75%(1983년 이전에는 51%) 이상 와인 양조에 사용돼야 한다. 그리고 생산 지역이 표기되어 있으면 그 지역의 품종만을 100% 사용해야 한다. 지역이 좁아져 ‘나파 밸리’라고 표기 되어 있으면 나파 밸리 지역에서 생산 된 포도가 85% 이상 들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라이어플 와인>과 구별되는 고급 와인으로 <메리티지(Meritage)와인- Merit+Heritage의 합성어>이 있다. 이 와인은 까베르네 쏘비뇽이나 메를로 같은 프랑스 보르도 산 포도품종만을 갖고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한 품종의 사용 비율이 75%를 넘지 않기 때문에 포도품종을 라벨에 표기하지 못한다. 이 와인은 미국의 유명한 와인 생산업체들이 프랑스 보르도의 명품 와인에 도전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각 업체별로 연간 30만병 이상을 생산하지 않는다. 로버트 몬다비와 바롱 드 로췰드가 합작한 <오퍼스 원(Opus One)>, 조셉 펠프(Joseph Phelpes)의 <인시그니아(Insignia)>, 스태그스 리프(Stag's leap)의 <캐스크 23(Cask 23)> 등이 해당된다.  ‘프로프라어터리 와인(Proprietary Wine)’이라고도 한다. 캐주얼한 와인이 많지만, 보드로 스타일의 고급 와인도 있다.

일부 회사의 경우 리저브(Reserve)라는 단어를 레이블에 표기하는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오랜 숙성을 거친 프레미엄급 와인임을 뜻한다. 미국에서 값싼 일반 와인은 <제네릭(Generic) 와인>으로 분류된다. 이 와인은 버건디, 샤블리와 같은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 명칭을 그대로 상표에 사용해 그곳 스타일과 비슷한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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