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도 허연 시인을 공유한다. 난 경(敬)이라는 한자를 좋아한다. 조선 선비들은 매일 "거경(居敬), 궁리(窮理), 역행(力行)"을 추구했다고 한다. 나도 어젠 '거경'하는 날이었다. 그래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우리 동네에는 '진짜' 가양주를 파는 집이 있다. 꼬부랑 할머니와 힘센 할아버지가 그 집을 운영한다. 그 집에서 '거경'하여 그 술을 마셨다.
거경은 '우러르고 받드는 마음으로 삼가고 조심하는 태도를 가짐'이다. 그러나 거경은 진통제이다. 아직까지는 무지와 아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궁리는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함'이다. 그러니까 궁리는 치료제이다.
끝으로 역행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역행은 한 마디로 하면, '황금율'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에게 하라.' 다르게 말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경천애인(敬天愛人)'이다. 하늘의 뜻을 몰입해 이해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오십 미터/허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전두엽은 너를 복원해낸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
무슨 수로 그 그리움을 털겠다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이지만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두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가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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