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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하루를 지내는 동안/차정미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아침 산책길에서 모과 나무를 만났다. 언젠가 나는 책에서 이런 표현을 읽은 적 있다. “모과나무처럼 뒤틀린 심사(心思)”. 잎과 꽃이 없는 겨울에  모과나무를 보면,  몸통이 뒤틀려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가을에 익는 노란빛의 매혹적인 열매 이름이 모과이기 때문이다. 그 모과도 울퉁불퉁 못 생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모과의 향기는 기가 막히다. 모과는 목과(木瓜)에서 나와, 그 의미는 '나무의 참외'라고 하는데, 확실한 것은 나도 잘 모른다.

모과 꽃은 특별히 진한 향기가 없으니 벌이 가끔 찾는다 해도 ‘향기 나는 듯 마는 듯’한 꽃이다. 게다가 빛깔 또한 원색이 아니라 은은한 분홍빛이니 ‘빛깔로 드러내고자’하는 꽃이 아니라, ‘조금씩 지워지는 빛’이다. 잎이 무성해서야 꽃이 피니 ‘나무 사이에 섞여서/바람하고나 살아서/있는 듯 없는 듯’한 꽃이다. 그럼 "모과 꽃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분명 꽃은 피지만 잎에 가려 ‘눈에 뜨일 듯 말 듯’하는 것처럼 남들의 이목을 끌지 않는 조용한 삶일 것이다. 그런데 나무는 그렇지 않다. '뒤틀린 심사'를 모나나무에 비유한다. '심사(心思)'란 "어떤 일에 대한 마음의 작용"을 말한다. 『흥부전』에도 이런 표현이 나온다. “이놈의 심사 이러하야 모과나무같이”. 나무와 꽃이 다르다.

모과는 못 생겼지만 네 번 놀라게 하는 과일이다. 꽃이 아름다운 데 비해 열매는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가 향기가 너무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가 그렇게 좋은 데 비하여 먹을 수 없어서 세 번 놀라고, 과실이 아니라 나무 목재 자체가 한약 재료로 사용하고 목질이 좋아 쓰임새가 많아서 네 번 놀란다고 한다. 못생긴 생김새에 비해 좋은 향기 때문에 "탱자는 매끈해도 거지의 손에서 놀고, 모과는 얽어도 선비의 방에서 겨울을 보낸다."라는 속담도 생겼다. 모과는 못생긴 외모와는 달리 쓰임새가 많은 과일이다, 향이 매우 좋기 때문에 그냥 열매로만 방에 놓아둬도 방향제로 쓸 수 있고 식용은 가능하나 생과의 맛이 시고 떫기 때문에 보통 생으로는 잘 안 먹고, 꼴이나 설탕에 재워서 고과차로 마신다.

어제 오후는 먼 곳에 가서 강의를 하고 왔다. 오자 마자 모과차로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내 카톡에는 내 의지와 관계 없이 600 여명이 되는 단체 카톡에 초대되어 여러 가지 글들과 사진이 그득하다. 나도 매일 아침 글을 그 곳에서 공유하는데,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오늘 아침 시를 읽은 후, 그 글을 내 나름대로 편집해서 함께 다시 공유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긴장의 양과 이완의 양이 밸런싱(균형잡기)이 되어야 건강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래 일 끝나고, 좋은 와인을 마시며 긴장을 이완 시키는 것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상의 행위라고 믿는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오늘도 하루를 지내는 동안, 이완으로 "기쁨의 무게가 더 무거워지고", "사랑의 부피가 더 두터워지고", "자족함의 길이 더 길어지고", "화평의 면적의 더 넓어지게" 하고 싶다.

하루를 지내는 동안/차정미

하루를 지내는 동안
슬픔의 무게보다
기쁨의 무게 더 무거워지게 하소서

미움의 부피보다
사랑의 부피 더 두터워지게 하소서

불평의 길이보다
자족함의 길이 더 길어지게 하시고

불화의 면적보다
화평의 면적 더 넓어지게 하소서

베풂의 두께
해를 거듭할 때마다
두꺼워지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굵어지게 하시고

포용력의 깊이 심해처럼 깊어지게 하소서
온유함이 강물처럼 넘실넘실 넘쳐나게 하소서.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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