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하나, 시 하나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우대식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직선의 거리를 넘어
흔드는 손을 눈에 담고 결별의 힘으로
휘돌아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과 함께 느릿느릿 걸어왔거늘
노을 앞에서는 한없이 빛나다가 잦아드는
강물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굽이져 잠시 쉬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들이 악수를 나눈다
물에 젖은 생명들은 푸르다
푸른 피를 만들고 푸른 포도주를 만든다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몇 년 전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실용의 이름으로 한국의 4대강이 참혹하게 능욕당했다. 그 오랜 세월을 자유롭게 흘러온 강들이 무도한 폭력에 의해 무섭게 파이고 비틀리고 토막나고, 가차 없이 시멘트로 파묻히었다.
강들은 흐름의 자유를 잃고, 휘돌아가야 할 이유를 잃었다. 이젠 "앞 강물, 뒷 강물"하고 노래했던 소월의 음률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라는 비유도 더 이상 소용 없게 될 판이다.
뿐만 아니라, 강물 속과 강변의 생태계도 무너졌다. 낙동강 오리들은 알 낳을 장소를 잃었다. 이젠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말도 소용없게 되었다.
강이 가르치는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 시인의 눈에 비친 자연스러운 흐름을 빨리 회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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