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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배고픔을 느껴라!

364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6년 3월 30일)

 

1

나는 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떤 때에는 비를 기다린다. 비는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봄비에 만물이 더 잘 보일 것이다. 시인들은 봄비를 좋아하는가 보다. 시의 제목이 '봄비' 시가 수두룩하다. 오늘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있던 변영로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봄비/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농사를 중시했던 우리들에게 봄 비는 아주 귀한 손님이었다. 몇 가지 봄 비와 관련된 속담을 나열해 본다.

봄 비는 쌀 비이다. 건기인 봄철에 비가 넉넉히 오면 그 해 벼농사 짓는데 수월하여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봄 비가 많이 오면 아낙네 손이 커진다. 봄에 비가 많이 오면 풍년이 들게 되므로 씀씀이가 커지고, 특히 아낙네들도 헤프게 쓴다는 뜻이다.

봄 비는 일 비이고, 여름 비는 잠 비고, 가을 비는 떡 비고, 겨울 비는 술 비이다. 봄에는 비가 와도 들 일을 해야 하고, 여름에는 비교적 농한기 이므로 비가 오면 낮잠을 자게 되고, 가을 비는 햅쌀로 떡을 해 먹으며 쉬고, 겨울에는 술을 먹고 즐긴다는 뜻이다.

새싹을 기르는 봄 비는 꽃들의 부모라고 한다.

  ‘볼열갈결(사계절)' 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 같은 것이다. 봄 비는 볼 비이다. 봄 비에 만물이 잘 보이고, 열 비에 튼실한 열매 열리고, 갈비에 나뭇잎 보내고, 졸가리 훤한 나목에 결 비 내린다. 페친 김래호에게 배운 것이다. 

 

2

오늘 화두는 "배고픔의 재발견" 대한 사유이다. 지금 읽고 있는 <<편안함의 습격>> 3부의 제목이 "배고픔을 느껴라" 이다. 배고픔은 가장 훌륭한 소스이다. 보통 허기는 파도의 형상으로 찾아온다. 높아졌다가 부서지고, 높아졌다가 부서지고를 하루 종일 반복한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머릿속이 온통 먹을 것으로 들어차고, 뱃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허기가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온다. 우 이런 배고픔을 잊은 오래다. 주변에 먹을 것이 너무 많다. 먹을 것은 항상 손에 닿는 곳에 있고, 보통 배가 고파서 먹기보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먹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루했을 때에도 먹는다. 아니면 그저 먹을 것이 거기 있기 때문에 먹는다. 일본인들은 이것을 "구치사비시"라고 한다. 그대로 직역하면 '입이 심심하다' 뜻이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먹는 일을 가리킨다.

 

식량 불안정, 안정적으로 음식을 구할 없는 상태도 문제이지만, 문제가 진정한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인의 70%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며, 수치는 2030년이 되면 86.2%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사협회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평균적으로 사람의 수명을 5년에서 20년까지 단축시킨다. 값싸고 칼로리 높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손쉬운 접근성은 사람들이 배고픔을 해소하는 이상의 이유로 먹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을 우주선의 승객들과 흡사한 몸이 풍선처럼 부풀고 무기력해진 모습으로 변모 시키고 있다.

 

그런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복잡하다. 이런 복잡함은 미국의 빅뉴트리션(Bog nutrition-미국의 식품 가공 업계) 유통 거래 업체가 로비 활동,, 연구, 마케팅에 쏟아 붓는 막대한 자금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달에는 과학적인 연구가 탄수화물(또는 지방, 고기, 혹은 설탕) 우리 몸에 좋다는 주장을 펼친다. 다음 달에는 다른 연구가 튀어나와서 아니, 그런 것들이 사실상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해에는 기발한 이름의 다이어트가 등장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하며 인기를 끈다. 1 뒤에는 다른 다이어트가 등장해서 이전의 모든 요법이 잘못됐으며 자신이야 말로 궁극적인 건강과 체중 감량의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설파하며 선두 자리를 빼앗는다. 이른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뚜렷한 결론을 얻을 수가 없다. 이들이 연구하는 주제는 너무 모호하고, 너무 전문적이거나, 일반인에게 너무 비실용적이다. 이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하지만, 생물학적 바탕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인기를 노린 식이요법 유사 과학을 강변하는 바쁜 사람들이 태반이다. 예를 들어 본다. 뭐가 옳은 모른다.

  • 저지방 다이어트: 지방이 문제다. 지방을 먹지 마라.
  • 케토(Keto) 다이어트: 탄수화물이 문제다. 탄수화물을 먹지 마라.
  • 구석기 다이어트: 구석기 시대처럼 먹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 원시인이 먹던 대로 먹어라.
  • 육식 다이어트: 고기가 아닌 음식이 문제다. 그러니 고기만 먹어라.
  • 지중해, 오키나와, 북유럽 다이어트: 다른 지역에서 나는 음식들이 문제다. 그러니 지중해, 오키나와, 북유럽에서 나는 것들만 먹어라.

 

이런 영양학자들은 종종 자기가 제시하는 엄격하고 복잡한 식사획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가 게으른 사람이거나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며, 혹은 양쪽 다일 것이라는 암시를 주입한다. 마치 사람들이 무엇이 건강하고, 건강하지 않은 지 전혀 모르는 외계 로봇이고 성공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마법 같은 음식 목록만을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과학자와 영양학자들은 종종 다양한 산업으로부터 자금을 받는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수표를 끊어주는 육류, 낙동, 곡물 같은 산업에 우호적인 연구와 권장 사항이 양산되는 것이다.

 

3

연구들은 인간이 먹던 음식의 양이 체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2,300 전에 알아냈다. 내용은 탄수화물, 지방, 설탕 같은 것들을 먹으면, 먹게 돼서 체중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모든 다이어트가 효과가 있다가 어느 정도가 지나면 이상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영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기한은 평균적으로 5 2 43분이다. 시점부터 사람들은 포기하고 서서히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유는 불편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가서 실패하는 , 왜냐하면 그들의 몸이 자신의 몸을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기 위해 싸우기 때문이다. 체지방이 어느 정도 떨어지면, 뇌는 우리를 배고프게 만듦과 동시에 식사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미국 국립보건원 소속 연구팀이 최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체중이 1Kg 감소할 때마다 뇌가 무의식적으로 허기를 증가시켜 100칼로리를 먹게 만든다고 한다. 만일 우리 몸이 이런 방어 메커니즘을 발달시키지 않았다면 혹독한 진화의 시련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온갖 다이어트법이 체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부족한 것은 정보나 조언이 아니다. 결국,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들은 장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방법을 준수할 때만 효과가 있다.

 

체중 감량은 배고픔이라는 불편함을 동반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이런 불편함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 1 이상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는 3% 불과하다. 이들의 비밀은 남들이 먹지 않는 특별한 음식이나 아무도 하지 않는 특별한 운동에 있지 않다. 비밀은 바로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있는 능력에 있다. 마지막 문장을 기억해야 한다. <<편안함의 습격>> 저자이클 이스터는, 앞의 연구자들과는 다른, 깨어 있는 아웃사이더로 학계 밖에 있는 연구자 트레버 캐시(Trevor Kashey) 접근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하는 접근법은 다음 가지이다.

  • 체중을 줄이는 운동을 하든 모든 신체 변화에는 반드시 불편함이 따른다는 인식
  • 사람들을 배고픔이라는 내면의 게임에서 이길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적인 지침

그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식습관을 영구적으로 재구성할 도구를 제공한다.

 

4

트레버시의 주장을 들어 본다. 가공식품은 그렇게 건강에 좋은가에 대한 그의 답이다. 음식을 가공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다음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 음식을 안전한 상태로 보관하기 위해서
  • 식량을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지역까지 운송하기 위해서
  • 식감, , 미네랄과 비타민 함량을 보존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고기는 곧바로 냉장하거나 염장을 하지 않으면 부패하기 시작한다. , 조리, 염장, 모든 것이 가공의 형태이다. 채소와 곡물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살균, 세척, 절단, 급속 냉동, 가열 혹은 통조림 포장 같은 처리 과정을 거친다. 식품 가공은 그대로 인류 문명의 초석이다. 사냥하고 채집하고 농사짓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식량을 보존하는 일이다. 옛날에는 1 고작 동안 농작물을 키워놓은 다음에 자신이 숭배하는 신한테 다음 농사철이 돌아오기 전까지 식량이 썩거나 벌레한테 먹히지 않도록 해달라고 비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가공식품이 아니라, 정크 푸드(Junk food) 이다. 우리는 가공과 정크를 혼동한다. 가공식품이라고 해서 정크는 아니지만, 정크는 대개 가공을 거친다. 정크 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는 그런 음식들이 칼로리 밀도가 높은 반면에 포만감이 덜하기 때문에 과식하게 만들어 살을 찌게 한다는 거다. 그리고 과체중과 비만은 질병을 유발하는 주요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캐시의 중에 인상적인 것이 "목표 B지점에 도달하려면 먼저 현재 위치인 A지점을 찾아야 한다"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통찰을 준다. "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하던 위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려고 하거나 어색하게 것을 계속해서 실험하는 절대로 답이 되기 어려워요. 스트레스와 혼란만 가중되죠. 저는 오히려 하던 것을 줄이고, 진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행동과 사고 패턴을 수정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거죠."

 

캐시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영양을 포함한 개인의 변화를 과학 실험처럼근했다. 에를 들어 개인을 추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기록했다. 이건 혼자서도 있는 일이 아닐까?

  • 음식 섭취량과 음식의 종류. 이것은 사람이 섭취한 모든 음식의 무게를 측정하여 1인분의 실제량과 그에 따른 칼로리를 산정하는 작업
  • 일상적인 하루 루틴
  • 수면 스케쥴
  • 스트레스 에너지 수준
  • 일일 제중
  • 운동과 걸음

이런 식으로 지신을 관찰하면서 단순히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게 돕는 것이다. 이것 만으로도 수백 가지 문제가 해결 된다는 거다. 나도 동의한다. 아이디어는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에서 얻었다 한다. 호손효과는 1958년에 발견된 행동 심리 현상으로, 사람은 자신이 관찰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행동을 바꾼다는 개념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체지방량에 가장 장애물 하나를 곧바로 드러냈다. 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양과 실제로 먹는 양의 차이였다. 우라는 보통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결정에 대해서 그렇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기가 먹은 양을 추정하는 능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특히 제충 관리를 어려워하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기억하는 식사량과 실제로 섭취한 양은 거의 관련이 없다. 게다가 과체중인 사람은 오차가 평균 300% 가량이나 차이 난다는 연구가 있다.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하루 섭취량을 평균 281칼로리 적게 추정하며, 반면 비만인들은 717칼로리를 과소평가한다. 이는 타코벨(Taco Bell) 콤보밀 끼에 해당하는 양이다.

 

음식마다 일일이 무게를 달고 측정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누구나 자신이 먹는 어떤 방식으로든 측정한다. 그러면 어떻게 양을 결정하겠는가? 다만 그걸 무의식적으로, 정확한 계산 없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지 않고 따져보지 않은 결과로, 사람들은 병들고, 살찌고, 가난해지고, 둔해지고 무지해진다.

 

이러한 무지 그리고 값싸고 초가공된 음식에 대한 무제한 접근이 합쳐지면서 문제는 커졌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하루에 100칼로리를 추가로 섭취하거나 소모하면 3 동안 평균 4.5킬로그램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팀은 최근 미국의 비만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점을 1978년으로 확인했다. 이는 미국인이 하루 평균 218칼로리를 추가로 섭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러한 칼로리 증가의 주요 원인은 간식 섭취 증가와 신체 활동 감소였다.

 

내일도 배고픔 이야기를 더 이어 간다.

 

5

오늘은 성주간 월요일로 <요한 12,1-11>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다, 유다인들이 라자로까지 죽이기로 결의하다" 이다.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축제 엿새 전에 베타니아로 가셨다. 그곳에는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가 살고 있었다. 거기에서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는데, 마르타는 시중을 들고 라자로는 예수님과 더불어 식탁에 앉은 이들 가운데 끼여 있었다. 그런데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 제자들 가운데 하나로서 나중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돈을 가로채곤 하였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곳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 많은 유다인들의 무리가 몰려왔다. 예수님 때문만이 아니라,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도 보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수석 사제들은 라자로도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라자로 때문에 많은 유다인이 떨어져 나가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만남에서>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요한 12,3)

나에게

오신

당신처럼

내가

당신께

가렵니다

내가

되신

당신처럼

내가

당신이

되렵니다

나에게

주신

당신처럼

내가

당신께

드리렵니다

나와

함께하신

당신처럼

내가

당신과

함께하렵니다

나를

떠나셔야하는

당신처럼

내가

당신을

보내드리렵니다

나를

기다리실

당신처럼

내가

당신을

기다리렵니다

나와

영원히 함께하실

당신처럼

내가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렵니다

 

6

주님의 장례식을 위한 나의 기름은 충분한가요?

2026/3/30/성주간 월요일

요한 복음 12 1-11: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주님을 위한 기름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시간이 올해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리 모범 답안을 알고 시험을 기다리는 학생의 마음에는 어떤 긴장이 담겨 있을까요?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거룩한 시간 앞에서, 주님의 삶의 궤적을 다시 통과해야 하는 이 전례의 여정이 때로는 익숙함 속에 무거워진, 눅눅한 이불처럼 느껴질 때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이미 알고 있고, 여러 번 지나왔다고 생각해 서둘러 결론 지으려 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직 머물러야 할 자리를 지나쳐 버리는 우리의 조급함 앞에서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곧 맞이하게 될 주님 장례의 날에 우리 각자는 당신의 죽음 앞에서 무엇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시신을 거두는 그 자리에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하겠습니까? 도망치고 흩어졌던 제자들이 남겼을 그 깊은 마음의 상처 곁에서 우리가 대신 머물 수 있겠습니까? 주님 곁에 머물며 사랑과 위로의 기름을 드립시다. 창에 찔린 상처와 버림받으며 겪은 상처를 그 기름으로 조심스레 도유합시다. 우리 삶의 무게가 더해지더라도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서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 기름 안에는 더 이상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사랑과 값을 치른 위로가 더 깊이 스며들 것임을 믿습니다. 정강엽 베네딕토 신부(예수회)/생활성서 2026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

 

7

2026 3 30일 성주간 월요일

성주간의 첫 번째 날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수난을 불과 엿새 앞둔 시점, 베타니아의 한 집에서 일어난 아름답고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이 시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신앙의 태도가 무엇인지 마리아의 향유를 통해 묵상해 봅시다.

마리아는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아 드립니다. 당시 향유 한 리트라의 가치는 노동자의 1년치 임금과 맞먹었습니다. 유다의 눈에는 이것이 낭비로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랑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선을 긋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거래가 됩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오빠 라자로를 살려주신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귀한 것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습니다. 이번 성주간 동안 우리는 주님께 무엇을 기꺼이 드릴 수 있을까요? 우리의 시간, 자존심 혹은 정성을 조금 더 쏟아부어 보면 좋겠습니다.

마리아가 향유를 붓자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요한 12,3)고 성경은 전합니다. 사랑의 행위는 숨기려 해도 그 향기가 주변을 변화시킵니다. 반면 유다는 가난한 이들을 위하는 척하며 마리아를 비난하지만, 성경은 그가 도둑이었다고 꼬집습니다. 마리아의 손에서는 향기가 났지만, 유다의 입에서는 위선의 악취가 났습니다. 우리는 우리 공동체에 어떤 냄새를 풍기고 있을까요? 비난과 계산의 악취일까요, 아니면 헌신과 자비의 향기일까요?

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메시아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이사 42,3).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리아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시고 보호해 주십니다. 세상은 쓸모없어진 것, 상처 입은 것을 쉽게 버리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부서진 마음과 희미해진 믿음마저도 소중히 보듬어 주십니다. 이와 같이 부드럽고도 강한 사랑이 이제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부은 향유는 예수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예수님은 지금 우리의 화려한 찬사가 아니라, 당신이 수난하실 때 당신 곁을 지켜줄 정성어린 마음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다처럼 신앙을 사사로운 이익의 도구로 삼거나 효율로 따지는 대신, 마리아처럼 주님 발치에 앉아 나의 가장 소중한 마음을 봉헌합시다.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작은 사랑의 행위가 비록 세상의 눈에는 작고 낭비처럼 보일지라도, 그 향기는 하늘까지 닿아 우리 영혼을 가장 아름답게 장식할 것입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화답송).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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