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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자연은 천연 신경 안정제 (2)

3639.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6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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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천연 신경 안정제"라는 이야기를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이어간다. 편안함에 습격 당한 현대인들에게 불편하고 거친, 예컨대 바람과 햇빛이 넘쳐 나는 자연에서 답을 찾자는 취지이다. "편안함의 감옥에서 벗어나자. 진정한 삶은 불편한 곳에 있다"고 믿는다. 며칠 전부터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 앗아간 것들을 살펴보고 있다.

자연 연구가 레이철 호프만(Rachel Hopman)의 아이디어인 "건강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 3단계 접근법"을 요약해 본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익하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하지만 호프만 연구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자연 속에서 얼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지를 정확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자 기기의 사용이 이러한 효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지를 알아내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2016년에 그는 도심 공원에서 단 20 분간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뇌의 신경 구조에 심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을 더 차분하게 만들고,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돕는다는 거다. 그런데 산책하면서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 한테 서는 이런 효과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했다.  호프만 동료 학자들은 일주일에 세 번, 20분 동안 자연 속에서 있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확증했다. 자연 속에 있을 때 인간의 뇌는 호프만이 "부드러운 매혹(soft fascinaton)"이라고 부르는 상태로 들어가는데, 이는 비집중 모드와 비슷한 상태라 했다. 단,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다음과 같이 하나 있다고 했다. "생각이 흩어지면서 주의가 내면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가 외부로 향하면서 주변의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는 겁니다. 바깥 세상의 보기 좋은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죠. 하지만 그것에 압도당하지는 않습니다. 주의력이라는 안테나가 꺼진 상태 상태에서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를 우리는 "'지금-여기'를 자각 한다"고 말한다. 이 개념은 요가 수행자가 추구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뇌 스캔 결과 "부드러운 매혹" 상태는 명상의 마음 챙김 상태와 유사하다고 호프만은 말했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생각, 창조, 정보 처리, 임무 수행 등에 필요한 자원들을 회복하고 구축한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명상 없는 마음 챙김"이다.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일 잠깐이라도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것은 훌륭한 대안이 된다. 물론 숲 속 걷기가 마음 치료제가 되려면 휴대폰을 멀리하고. 어떤 정보도 귀에 흘러 들어오지 않는 상태여야 한다.

업무상 오가는 이메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월급 쟁이들의 25% 가량이 번-아웃 상태에 있다. 호프만은 가장 좋은 회복 수단이 자연이라고 말한다.   집에서 하는 마음 챙김은 격렬한 운동 뒤의 뜨거운 목욕과 비슷하다면, 자연에서 하는 마음 챙김은 뜨거운 목욕을 마치고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면서 마사지를 받는 것과 같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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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이 말하는 "3단계 접근법" 중 1단계가  '도시 자연'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이건 과학자들이 건강을 위해 하라고 하는 긴 '투두리스트'에서 목록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호프만은 이런 사람들에게 커피숍에 가는 길에 공원을 가로지르거나, 나무들 옆을 걸으라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 있거나 심지어 자연을 보기만 해도 거의 즉시 기분이 나아지고, 행동도 변한다는 거다. 이상적인 처방은 일주일에 세 번, 1회에 20분 정도 도시 교외, 마을에서 찾을 수 있는 '도시형 자연'을 접하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사무실에서 화초를 키우라고 한다.  그러면 훨씬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아니면 창 밖으로 자연을 바라보라고 했다. 호프만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창밖의 자연을 내다본 환자들의 경우 합병증이 감소했고 통증이 줄었으며 그만큼 진통제 복용량도 줄었다고 했다. 그리고 녹색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코스로 출퇴근 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녹색 공간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질병의 위험에 덜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거다. 실제로 녹지 근처 거주자들의 경우 삼장마비, 뇌졸증, 천식,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암 발병 시 생존율도 더 높았다는 거다.

예일대학교 스티븐 캘러트(Steven Kellert)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자연을 저 밖, 여기 아닌 다른 곳"이라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은 바로 창 밖에, 뒤뜰에, 담장 안쪽에, 길 옆 공원에도 있다. 문제는 바쁘다는 핑계이다. 그러나 짧은 야외 산책을 자신에 투자하는 것을 고수익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번-아웃 상태로 하루를 버티며 겨우 18개를 만들었을 생산물을 공원에서 단 20분을 보내는 것 만으로 20개로 늘려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리고 어쩌면 그 생산물은 더 창의적으로 디자인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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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20분은, 일부 자연 연구자들이 "자연 피라미드(The Nature Pyramid)"라 이름 붙인 것 중 가장 하위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피라미드"의 둘째 단계는 '시골 자연'이다. 공원이나 뒤뜰에서 볼 수 있는 손질한 자연보다 야생에 더 가깝다. 하지만 아주 멀지는 않아서, 잠깐 자동차를 몰거나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더 야생적인 곳에서 더 많이 시간을 보낸다고 반드시 더 많은 혜택을 얻는 것은 아니라 한다. 그러나 '시골 자연' 환경에서 한 달에 5시간 정도를 보내는 것이 가장 좋았고 한다. 날 것의 자연 속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큰 편안함과 회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은 날 것일수록 좋다. 날 것의 자연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선사하는 효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 자연 속에서는 프랙털(Fractal)에 둘러싸이게 된다. 프랙털은 다양한 크기와 스케일로 무한 반복되어 우주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복잡한 패턴을 말한다. 큰 가지에서 작은 가지로, 작은 가지에서 더 작은 가지로 계속 뻗어 나가는 나무도 프랙털이며, 작은 강에서 큰 강으로, 다시 더 큰 강으로 이어지는 하천도 프랙털이다. 산맥, 구름, 조개껍질 등이 전부 프랙털이다.

프랙털의 사전적 정의는 '작은 부분이 전체와 닮은 형태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을 가진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 이다. 쉽게 말하면, 단순한 규칙이 무한히 반복되어 불규칙 속의 규칙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도시에는 프랙털이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건물들은 거의 다 수평에다 직각이다. 게다가 색도 칙칙하다.  프랙털은 뇌가 좋아하는 조직화된 혼돈이다.

▪ 자연에는 냄새가 있다.
▪ 자연에는 햇빛이 있다.
▪ 단순히 집과 사무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있다.

정신 없는 속도,  직각 형태, 소음, 썩은 냄새, 울려대는 전화, 할 일 목록 따위로 들어찬 도시는 위의 것들을 제공하지 못한다. 한 달에 5시간이면, 한 달에 산책 한 두 번, 소풍, 낚시, 여행 아니면 산악 자전거를 타면 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 진다. 이젠 사람들이 산에 가는 이유를 알겠다.

"자연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오지 자연' 또는 '야생 자연'이다. 흙 길이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야생 세계로의 떠남이다. 오락가락하는 휴대폰 신호, 야생 동물, 화장실의 부재와 다른 인간들의 부재 등이 이런 장소들의 특징이다. 

호프만의 연구에 "3일 효과"라는 말이 있다. 자연에서 보낸 며칠이 정신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 준다는 말이다.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마음이 더 고요해지고, 더 편안해지고, 현재에 더 집중하게 되고, 더 감사하게 된다는 거다. 야생에 오래 있을수록 우리는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그러면서 우리는 땅의 일부, 생태계의 일부가 되기 시작한다. 이때 우리는 감정이 고양(고양, 정신이나 기분을 북돋워 높임) 된다. 한마디로 행복하고 자유로워 진다는 거다. 게다가 이런 효과는 자연을 떠난 뒤에도 지속된다.

'3일 효과'에 관한 연구를 맨 처음 시작한 사람은 겐 샌더스(Ken Sanders) 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강 래프팅을 해오면서, 대 자연 속 생활 3일째에 일어나는 변형을 감지했다고 한다. 그후 유타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스트레이어(David Strayer)가 이 연구를 이어받는다. 그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주의력과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세계 최고 권위자이다. 수 년간에 걸쳐 배낭을 메고 유타주 남부의 붉은 바이 협곡들을 누빈 스트레이어는 황홀감을 몸소 느껴왔다. 고요하면서도 이전과 달라진 생각의 스펙트럼이 지각 능력과 평화로움을 고양시키며, 시간과 공간을 거꾸로 돌리는 듯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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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효과' 연구는 이런 식이다. 연구팀은 아웃워드 바운드(Outward Bound,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외에서의 도전과 모험을 통해 사회성, 리더십, 정신력을 가르치는 국제기구)의 배낭 여행에 몇 차례에 걸쳐 동행했다. 규칙은 야생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아침, 아웃워드 바운드에 참가한 학생들 중 절반에게 창의성을 측정하는 RAT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기술문명이 없는 오지에서 3일을 보낸 뒤에 똑같은 테스트를 받았다.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오지 체험 사흘 뒤에 테스트를 받은 학생들의 점수가 무려 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스트레이어는 연구를 더 확대했다. 미네소타주 오지에서 며칠 동안 카누를 탄 사람들이 실내에서 노를 저였던 사람들에 비해 RAT 점수가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6일간 오지 여행을 한 참전 군인들은 스트레스 증상이 급감했다는 연구도 나왔다.

그리고 '3일 효과'는 야생에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사라져버리지 않았다. UC버틀리대학교의 학자들은 남부 유타에서 래프팅을 하면서 4일을 보낸 미군 참전 군인들이 일주일 뒤에 여전히 효과를 느끼고 있음을 보고했다. 우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과 스트레스 수준이 각각 29%와 21% 감소했고, 대인 관계, 행복감 그리고 삶 전반에 대한 만족감 역시 개선되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사흘 남짓한 시간은 명상 피정과도 같다. 말하는 것이 허용되고 비용과 스승이 필요 없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실제로 "산에 가는 것이 곧 집에 가는 것"이라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미국의 탐험가이자 저술가인 존 뮤어(Jhon Muir)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 본다. "인간에 자연은 필수임을, 산림 공원과 자연 보호 구역이 목재와 관개수로의 원천일 뿐 아니라 삶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의 몸과 뇌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은 보통 이런 식이다. 
▪ 첫날에는 스트레스와 건장 지표가 호전된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의 불편함에 적응 중이다. 춥다는 생각에 빠지고, 휴대폰을 그리워하고, 일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떠오르고, 떠나올 때 현관문을 제대로 닫았던가 하는 불안에서 마음이 벗어나질 못한다.
▪ 이틀째가 되면 마음이 안정되면서 자각이 고양된다. 남겨 두고 온 것들에 신경이 덜 쓰이고,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의 모습과 냄새와 소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 그리고 사흘째를 맞는다. 이제 모든 감각의 다이얼이 맞춰지면서 완전한 명상 모드가 되어 자연과 교감하는 상태로 들어간다. 불편함이 썩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불편함은 이미 환영의 대상으로 바뀌어 있다. 평온해진 마음과 삶에 대한 만족감의 신호이다.

실제로 18세에서 22세에 이르는 청소년들 선발하여 4일간 야영지에서 캠핑을 시켰다. 이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휴대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야영지 주변 수 킬로미터 내에서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자 청소년들은 야외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보려 했지만, 요지부동의 수신 불가 장벽에 부딪히면서 오는 다음 다섯 단계 슬픔을 겼었다. 
▪ 첫 단계는 부정이다. 학생들은 신호를 잡기 위해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하늘을 향해 팔을 뻗친다.
▪ 둘째 단계는 분노이다. 이 단계에서는 통신사를 욕하면서 휴대폰을 텐트 안으로 집어 던진다.
▪ 셋째 단계는 타협이다. 혹시나 신호가 잡힐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까운 산 꼭대기로 올라가 볼까 생각한다.
▪ 다음은 우울이다. 사진을 올려서 상태를 업데이트하고자 하는 열망이 깊어진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용이다. 이제는 깨닫는다. "그래, 난 스마트폰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고, 스마트폰 없는 이 자연 세계가 그렇게 까지 나쁘진 않아"라고 말한다.

호프만은 부정, 분노, 타협의 사이쯤 되는 어느 날 학생들의 머리에 뇌파를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수용 단계로 들어갔을 때 다시 한 번 검사했다. 첫날 학생들의 뇌파는 베타파였다. 잔뜩 들떠서 춤을 추는 듯한 A형 파장이었다. 그런데 3일째가 되자 뇌파가 알파파와 세타파 파동을 타고 있었다. 이것은 노련한 명상가들이나 자연스러운 몰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파동이다. 두 파동은 사고를 리셋 해주고, 뇌를 소생시키고,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 무엇보다도 기분을 좋게 해준다.

호프판은 이렇게 말한다. "짧은 소풍으로는 이렇게 좋은 알파파와 세타파를 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매년 한 번씩 오지 여행을 하는 게 중요해요." 현대 세계를 사는 우리들은 높고 거친 베타파를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발생시키고 있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 마음 속의 격랑을 잠재우는 최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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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로 <루카 1,26-38> "예수님의 탄생 예고" 이다.

그때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나 기뻐하듯이 당신 기뻐하소서>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당신께서
나를
있게 하시니

기뻐하듯이

당신을
계시게 하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당신께서
나에게
오시니

기뻐하듯이

당신께
가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당신께서
나를
품으시니

기뻐하듯이

당신을
품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당신께서
나에게
스미시니

기뻐하듯이

당신께
스미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당신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기뻐하듯이

당신과
함께 있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당신께서
나를
낳으시니

기뻐하듯이

당신을
낳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당신께서
내가
되시니

기뻐하듯이

당신이
되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당신께서
나를
있게 하시니

기뻐하듯이

당신을
계시게 하겠사오니
당신
기뻐하소서

6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마리아처럼 하느님 앞에 머무를 수 있나요?
2026/3/25/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루카 복음 1장 26-38절: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두려움으로 시작되어 서서히 완성되는 구원
하느님 앞에 서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태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두려움과 의심입니다. 어린 마리아에게 전해진 소식은 기쁜 소식이 아니라 삶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사건이었습니다. 천사의 인사는 아름다웠지만, 그 내용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한 처녀의 미래, 명예, 심지어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말씀이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역시 “몹시 놀랐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우리의 의심과 두려움은 구원의 사건이 단번에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의 반증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마리아의 몸 안에 머무른 시간은 아홉 달이었습니다. 구원의 실체는 그 시간 동안 숨 쉬고, 자라고, 천천히 변화되었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구원이 언제나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즉각적인 해결이나 빠른 성취로 오지 않습니다.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도 기다림과 견딤, 설명되지 않는 시간을 지나 서서히 완성되어 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도망치지 않고, 앞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불안 속에서도 머무는 시간을 살아야 합니다. 구원은 마리아처럼 절대자 앞에 철저히 홀로 서는 용기의 선물입니다. 누구도 대신 서 줄 수 없는 자리, 변명이나 계산 없이 하느님과 마주 서는 자리가 구원의 시작입니다. 정강엽 베네딕토 신부(예수회)/생활성서 2026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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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시기 정확히 9개월 전인 오늘,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한 여인의 겸손한 응답을 통해 이 땅에 구체적으로 시작된 날이죠. 사순 시기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오늘 잠시 참회를 멈추고,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의 신비를 기뻐합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간 곳은 화려한 성전도, 왕궁도 아닌 갈릴래아의 이름 없는 동네 나자렛이었습니다. 마리아 역시 특별한 기도를 하던 중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종종 '나중에 준비가 되면', '환경이 좋아지면' 하느님을 잘 섬기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가장 평범한 오늘,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그분의 초대에는 예고편이 없습니다. 본편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시작됩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1,30)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은 때로 우리의 상식과 계획을 완전히 뒤흔들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마리아는 무작정 맹목적으로 믿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라고 정직하게 묻습니다. 신앙은 질문을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나의 당혹감과 의문점을 솔직하게 내어놓는 대화입니다. 우리가 정직하게 물을 때, 하느님께서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는 더 큰 확신으로 답해주십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결국 마리아의 대답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 짧은 대답은 단순한 수동적인 복종이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하느님의 손에 맡기겠다는 가장 능동적이고 용기 있는 결단입니다. “예!”라는 한마디를 통해 하늘과 땅이 만났고,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의 예수님 말씀처럼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9)라는 순명이 마리아를 통해 완성된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각자의 나자렛에서 어떤 소리를 듣고 있습니까? 혹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제안을 하실 때, "안 됩니다", "못 합니다", "나중에요"라며 도망치고 있지는 않나요? 신앙은 하느님께 주도권을 내어드리는 모험입니다. 내가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는 길을 잃을까 두렵지만, 하느님께 운전대를 맡기면 우리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에게 다가오는 작은 하느님의 초대들, 곧 미루어 둔 용서, 작은 희생, 진심 어린 기도에 마리아처럼 “예!”라고 응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보잘것없는 순명이 하느님의 손길을 거치면, 세상을 구원하는 위대한 기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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