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를 놓고 토론을 벌일 수는 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을 자신의 진로 설정에 나침반으로 삼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미래 전문가는 솔직히 없다. 이미 일어난 과거에 기댄 평론가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변함 없는 지혜가 담긴 책을 읽고, 산책하고,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하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언제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전염이 멈출까? 세상의 것들 에는 다 때가 있으니, 때가 되면 사라지겠지.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현란한 예측이 아니라, 자신만의 호기심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좋은 삶을 살려면 궁금한 것이 많아야 한다. 호기심은 인간을 배우게 하고, 글을 쓰게 하고, 행동하게 하고, 타인과의 연대와 공감을 끌어낸다. 그러면서 궁금해 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 나아가 삶의 방향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
그리고 검토하는 삶, 아니 숙고하는 삶을 통해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길에 도전하게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의 말에 귀는 기울이되, 그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경청하되, 쉽게 모든 것을 따르지는 마라. 그리고 끝으로 자문을 얻고 싶으면 수천 년에 걸쳐 삶의 진리와 지혜로 받아들여진 책들을 보는 일이 중요하다. 거기서, 즉 고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우리들의 삶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흘러간다. 그러니 후회를 줄이고 싶다면 대안을 많이 만들기 보다는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갈 수 있고 일상을 지배할 수 있는 자신만의 루틴(rutine)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실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우리의 결정적 실수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무심코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실패가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옳은 길로 향하고 있다는 믿음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무의식적인 동기를 변화시켜 판단력을 높이는 방법에 관한 책을 쓴 줄리아 갈레프(Julia Galef) 작가로부터 얻은 생각이다.
그녀는 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자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직접 그녀의 말을 들어본다. "당신이 지금 직면한 상황과 이용 가능한 옵션, 조율과 타협이 가능한 것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이 당신의 판단력을 향상시킨다. 인생의 고비 때마다 누구에게나 보편 타당하게 적용되는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은 시간 낭비다. 자신의 루틴을 밀고 나가되 개선점이 무엇일지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우리를 후회 없는 삶으로 이끈다."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로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들이 SNS에 떠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늘 좋은 조언보다는 나쁜 조언을 가려내는 일이다. 힘들 때 찾은 좋은 충고 한 마디가 아니라, 힘들 때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루틴과 판단력이 우리의 삶을 바뀌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인생에서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두 개의 선택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때이다. 그런 경우에는 무엇을 선택하든 좋은 선택임을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늘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후회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간에, 그것이 나의 최선이요. 나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 메시지를 평생 기억하면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배철현 선생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에서 처럼, 자기 스스로 선택한 삶이 최선이었다고 믿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고 보았다. 시인은 자신이 선택한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도 그 길은 사람들이 잘 가지 않은 길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했을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에 대한 믿음을 갖자. 최선이란 자신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 묵상을 통해 그 유일무이한 운명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은 거룩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갈림길 위에 선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고, 그 순간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믿어야 한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하나이다. 미래는 오늘 내 선택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오늘도 나를 믿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갈 생각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우리 동네 주민센터의 가지를 친 등나무이다. 이 봄에 어느 쪽으로 가지를 뻗을지는 나무가 스스로 최선을 다해 선택할 것이다.
가지 않은 길/프로스트
두 개의 길이 노란 숲에서 갈라져 있다.
둘 다 갈 수 없어 섭섭했다.
하나만을 가야 했기에 한참을 서 있었다.
나는 볼 수 있는 데까지 내려다보았다.
길이 덤불로 굽어져 가는 곳까지
나는 똑같이 좋아 보이는 두 개의 길 가운데 하나를 택했다.
그 길이 더 나은 선택이라 여겼다.
풀이 많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 길로 간다 해도
별다른 흔적이 남지 않을 것이었다.
그날 아침, 내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었다.
낙엽엔 발자국이 찍혀 있지 않았다.
아, 나는 돌아올 다른 날을 위해 첫 번째 길을 남겨 두었다.
그러나 그 길이 또 다른 길로 이어져 있었기에
내가 돌아올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나는 한숨 지으며 말하리라.
"두 개의 길이 하나의 숲에서 갈라져 있었지.
나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길을 택했지.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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