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월 9일)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걸어온 길은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와 사색을 통해 삶의 굴곡 속에서도 자기를 지켜오면서, 대선수 아들을 키웠다. 그를 만나면, 사람들은 그의 ‘밝고’ ‘거침없는’ 기운을 느낀다고 했다. 그것은 구속됨이 없는 자유의 분위기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쟁취한 것이라 본다. 삶의 도전에 정면 대결을 펼치면서 얻은 지혜일 것이다.
한 번 주어진 삶을 산다면, 나는 그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종’ ‘또라이’로 불리는 그의 행동의 바탕에는 강한 “자기애”가 있다. 심지어 “나는 자기 애에 빠진 이기주의자”라고 말한다. 그의 고백처럼 비바람과 추위, 가난 속에서도 아들을 위해 온갖 수고로움을 감내한 것은 “슈드(Should)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원트(Want)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자기 존중에서 나온다. “간장 하나 놓고 먹더라도, 빚은 죽을 힘을 다해서 갚는다”는 그의 말 속에도 지독한 자존심이 배어 있다.
손웅정 SON아카데미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 수범하라”며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냈다. 손 감독은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영상 보여주는 건 결국 부모가 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 난 아이들이 어릴 때 식당에 가면 흥민이 엄마와 번갈아 가며 밖에서 애를 보며 밥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부모라면, 배고픔, 불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고 말했다. 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뜻이다.
손 감독은 “아이의 재능은 ‘개 무시’하고 당장의 성적에만 목매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애들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성공’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본다. 손 감독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10만원을 버는 것보다 재능이 있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5만원을 버는 게 행복한 삶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손흥민을 ‘강자’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지금 나에게서 축구를 배우는 학생들도 강자가 되기를 바란다. 강하다는 건, 돈이 많고 힘이 센 게 아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 나간다면, 그게 강한 거다. 난 그런 강자를 키우려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손 감독은 “대충대충 살면, 이 세상에 설 곳이 없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또 “지도자라면, 아이들이 당장 지금이 아닌 성인이 됐을 때 경쟁력과 인성을 갖춘 선수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작년에 했던 그의 인터뷰의 내용이다. 새겨 볼 내용이 많다.
손웅정 대표는 “하루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 쉬면 가족이 알고, 3일 쉬면 관객이 안다”라며 쉼 없는 연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린 고사리 다루듯 아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남들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비법을 채택한 것 또한 개척자 다운 모습이다. 바로 근육 마사지다. 그는 “비 새는 중고 프라이드 차를 끌고 다녀도 흥민이의 마사지 비용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기름 값 다음으로 챙겨 놨다”고 했다. 아들 마사지에 신경을 쓰는 학부모는 요즘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버지의 혁신적 사고가 2015년 프리미어리그 이적 뒤 거의 풀타임을 뛰고, A매치를 위해 최장 거리를 이동하는 손흥민이 한결같은 활약을 펼치는 배경 중 하나일 것이다. 손흥민의 개인 마사지 트레이너인 안덕수씨는 카타르월드컵 때도 동행했다. 손웅정은 “기계도 닦고 조이고 기름 친다. 근육의 미세한 염증을 잡아내 선수가 피곤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면 부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경기력이 올라간다. 제발 자식 프로 되면 돈 벌겠다는 생각 말고 마사지에 투자해라. 성공은 선불이다”라고 조언했다.
손웅정 대표는 아들을 슈퍼스타로 키우려고 가르치지 않았다. “현재가 중요하다”며 아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하지만 미래 없는 현재는 반쪽이다. 그는 “삶은 지금이다. ‘인무원려 필유근우’라는 말처럼,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가까운데 근심이 생긴다.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子曰 人無遠慮, 必有近憂: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근심거리가 생긴다." 이 말은 전략적인 문제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한순간의 영광 외엔 누릴 것이 없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성공했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멀리 보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미래를 가꿔 나가야 한다.
연간 수백권의 책을 읽고, 좋은 문구를 새기며, 때로는 아들에게 줄 친 대목을 보여주거나, 대화 중에 넌지시 ‘삶의 자세’를 알려주는 이유는 삶은 부분이 아니라 총체라는 생각 때문이다. 두 극단인 유혹과 게으름은 경계하면서 어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혼자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손웅정 대표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창의력과 실행력, 디테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더에게는 큰 서재가 필요하고, 패배자의 손에는 큰 리모컨이 남는다. 검색하지 말고 사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와 대화하면 새겨볼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부지런한 자는 한 일로 평가 받고, 게으른 자는 하지 않는 일로 평가 받는다.”
“나이가 들어서 열정이 없는 게 아니라, 열정이 없어서 나이가 든다.”
“일류가 판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특류(비주류)는 새판을 짠다. 기왕이면 특류가 돼야 한다.”
이런 말은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언제나 한 단어 ‘겸손’에 수렴된다.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오로지 겸손만이 최고의 미덕이다.” 손흥민의 올 시즌 득점이 저조해도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 득점왕이 됐을 때 내심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욕심 버리고, 마음 비우고, 몸에 힘 빼는 게 중요하다.”
“돈과 기회는 필요에 답하지 않고, 능력에 답한다. 준비된 자만이 가질 수 있다.” 뿌리를 튼튼히 하는 데 5년을 보낸 뒤 쭉쭉 뻗어가는 대나무처럼, 아들이 부상 당하지 않고 행복하게 축구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모든 부모가 새겨 볼 박노해 시인의 것이다.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박노해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 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 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 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 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였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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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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