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6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를 보고(2)
어제에 이어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이 쓴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야기를 계속한다. 제4장 운동 선수도 철학, 즉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공유한다.
사람은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게 살아가야 한다.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하루하루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성공이지, 그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내가 지금 상황이 좋다고 오만하면 인생을 망친다. 사람을 끔찍하게 패망 시키는 것이 바로 오만(傲慢)이다. 오만은 자만과 교만 그리고 거만을 넘으면 그렇게 된다. 오만은 자가당착의 논리에 빠져 겸손함을 잃고 불쾌감을 줄 정도로 시건방지게 행동하는 불치병에 가깝다. 오만은 불손(不遜, 말이나 행동 따위가 버릇없거나 겸손하지 못함)과 교만은 방자(放恣, 어려워하거나 삼가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짐)와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오만불손'하고 '교만 방자'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성공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성장이다. 스티브 잡스의 ‘항상 배고프고, 항상 바보처럼(Stay hugry, stay foolish)’이라는 연설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손흥민 아버지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우리 삶은 쇼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람이 아니다. (..) 자신이 처한 삶을 있는 그대로, 꾸미지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
축구는 두 가지 사회적 기능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안 했다. 먼 옛날에 축구와 비슷한 경기는 매우 거칠고 난폭했다 한다. 상대방을 고려하기 보다 우리 편이 이기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다가 근대국가가 생겨나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 교육이 시작되는 시점과 축구가 제도화되는 시점이 겹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게임의 규칙을 지키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축구 경기는 민주주의 정신과 선의 경쟁이 무엇인지 일깨우는 좋은 수단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회를 통합하는 기능이다. 축구 경기 자체는 사회적 조건을 모두 초월한다. 축구장에서 선수는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출전한다. 축구장 바깥의 조건은 배제된다. 축구장에 들어온 관중도 마찬가지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귀족이든 노동자이든 아무 상관 없이 모두 관중이다. 관중석에 앉은 사람은 사회적 지위나 신분이 어떻든 모두 평등하게 자기가 정한 축구단과 하나의 팀이 되어 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승리를 기원한다.
이런 차원에서 축구의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공 잘 차는 기계를 원하지 않는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손흥민 아버지의 말을 또 직접 들어 본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몇 가지가 있다. 겸손 하라. 너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손흥민 아버지는 "판을 깔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좋은 축구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거다. 좋은 축구장 갖는다는 것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을 갖는 것과 같다. 기본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기를 익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늘날은 '플랫폼의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축구장이 일종의 플랫폼이다. 고르고 편평한 형태의 자리를 우리는 '판'이라 한다. 일이 벌어지는 자리가 판이다. 그러니 판이나 플랫폼은 같은 말이다.
내가 아침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시대에 대해, 내가 훈련 받은 '생각하는 능력'으로 갖게 된 어떤 '시각'으로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내 글을 통해,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더 나은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이 세상에 다녀갔기 때문에 모두가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깨끗해 졌으면 한다. 이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손흥민 아버지도 그런 마음으로 아들과 아이들에게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 주려 했던 것이다.
그는 아이들과 축구를 시작한 초기부터 꿈을 크게 가지라고 강요하지는 안 했지만, 일단 꿈을 꾸기 시작했다면 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너희들 상대는 국내가 아니야. 너희들 상대는 세계야. 세계 각지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바로 이 순간에 너희가 편히 잠을 잘 때도 그 아이들은 공을 차며 자신의 재능을 가다듬고 있다는 걸 명심해. 물론 쉴 땐 잘 싶어야지, 하지만 훈련할 땐 아주 치열하게 하는 거야. 이 세계의 벽? 절대 안 높아! 너희들도 할 수 있어!"
물론 축구를 잘한다고 해서 저절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축구를 하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확고한 자기 철학이 있을 때 가능하다. 축구 뿐이겠는가? 모든 게 다 그렇다.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 자기 철학으로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도 통제할 수 없다. 축구도 그렇지만, 삶도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둘 중 하나이다. 통제하지 않으면 통제된다. 공도 삶도 스스로 컨트롤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진리를 몸에 각인 시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손흥민 아버지의 생각이다.
그의 책 머리에서 만난, "인파출명 저파비(人怕出明 猪怕肥)"라는 중국 속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 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늘 단순하고 심플하게, 욕심 버리고 마음 비우고 오늘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남긴 손흥민의 열정과 포기하지 않으려는 투지에서 그의 아버지를 읽었다.
아버지의 등/하청호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 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 울음인 것을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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