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5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를 보고(1)
요즘 전 세계가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우리 팀은 지난 3일 새벽 끝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황희찬(울버햄튼)의 결승골로 2-1로 승리해 1승1무1패(승점 4)로 우루과이(승점 4)에 다득점에서 앞서 극적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 8강 경기를 내일 새벽에 세계 랭킹 1위 브라질과 한다.
황희찬 선수의 등에 새긴 문신을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그 문신의 무늬 이름은 <생명평화무늬>이다. 홍익대 디자인학과 안상수 교수이다. 컴퓨터 한글체에 있는 '안상수체'를 만든 그다. 그 의미는 '홀로 존재하는 생명은 없다'는 거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게 연결되어 있을 때 우리는 '생명이 살아 있다'고 말한다. 2003년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표어를 내걸고 출범한 <생명평화결사>의 부탁으로 만들어졌다 한다. 뒤이어 <인드라생명공동체>(도법 스님)의 상징 무늬로 사용되고 있다. 이효리가 팔뚝에 타투한 것이 알려지면서 대중 사이에 널리 퍼졌다. 그 이후, 나는 황희찬 선수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에게 철학이 있음을.
어제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이 쓴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다시 꺼내 읽었다. 이 책은 7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각각의 장에 붙인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 성찰: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 집념: 세상에 공짜는 없다.
- 기본: 당장 성적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라.
- 철학: 죽을 때까지 공부는 멈출 수 없다.
- 기회"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 감사와 겸손: 축구에서는 위를 보고 삶에서는 미래를 보라.
- 행복: 행복한 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손흥민의 아버지는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기와 인성이라 보며, 꾸준하고 끈질긴 노력[꺾이지 않는 마음], 감사와 존중의 마음,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책에서 강조했다. 오늘 아침은 7개의 장 중에서 제4장 철학을 읽는다. 이 장에서 가장 먼저 책읽기를 주장하는 데, 그의 독서법으로 독서 노트를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그 독서 노트를 반복해서 읽으며, 자신안에 그 내용을 체화시킨다고 했다. 책을 읽는 데도, 축구처럼, 일정한 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삶은 위기의 연속이다. 삶의 시기, 단계마다 매번 뚜렷한 고비가 찾아온다. 그렇게 삶의 위기가 찾아 왔을 때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책이다. "삶이라는 해전에서 책은 함선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다. 배가 없으면 바다로 나갈 수 없듯 책이 없으면 삶을 헤쳐갈 수 없다." "기회라는 건 아주 조용히 옵니다. 그리고 기회는 악착같이 내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미래가 나에게 어떤 모습을 다가올지 책을 읽으며 예의주시하며 관찰해야 한다."
손흥민의 아버지는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아이들이 책임감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이 최초의, 최고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 앞에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보고 배운다. 아무리 좋고 옳은 말로 가르치고 훈육한다 해도 부모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들보가 휘면 기둥이 휜다. 부모가 올바른데 자식이 휘겠는가? 그는 운동장에서도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운동이전에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거다.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며 조종당하지 않는 사람을 살라는 거다. 어느 순간 안주하고 있으면, 언제나 쫓아오는 상대에게 쫓기는 삶을 살고 만다는 거다.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휘둘리는 삶을 살고 만다는 거다. 성공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라 강조한다.
그가 축구라는 매개로 의도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하든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바르고 곧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균형 잡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올바른 태도를 지닐 수 있을지 책을 통해 잡아 주고 싶었다 한다. 그리고 "나는 내 아이가 축구선수 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 인지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손흥민 아버지는 그 만의 훈련법을 만들었다. 그건 기본기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자기 스스로에게 문제를 던지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저 기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생각으로 미쳐야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칠 수 있다.' 그건 기본기와 전술 훈련을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 거였다. 두 가지 중 선후를 따지자면 단연 기본기가 먼저라 한다. 운동장에서 자신이 의도한 동작을 매끄럽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몸이 따라줘야 한다. 생각은 하는데 몸이 따르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생기고, 자칫 부상으로 이어진다. 하체를 근력을 강화 시키고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삶은 밸런싱(balancing)이다. 나는 삶을 '균형(balance)'이라기 보다는 '균형 찾기'이라 생각한다. 완벽한 대칭은 죽음이고, 생명은 대칭이 깨어지면서 태어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명은 대칭이 깨어지면서 태어나지만, 다시 대칭을 향해 노력하며 나아간다. 그러니까 생명은 대칭을 깨고 유지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대칭으로 명사이면 죽는 것이고, 대칭을 위해 흔들리는 동사이면 살아있음이다. 영어로 하면 동명사인 밸런싱(balancing)은 생명이고, 명사인 밸런스(balance)는 대칭으로 죽음이라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삶이든 훈련이든 즐겁고 단순해야 한다. 그 단순한 것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는 방법을 배울 때, 살아가면 만나게 되는 복잡함 문제에도 차근차근 균형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은 결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단순하고 담박하게 사는 게 멋진 삶이다. 매 순간 삶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이 순간에 머물러야 한다. 손흥민 아버지의 말이다. 그리고 그는, 오늘의 아침의 화두처럼, 어떤 훈련 프로그램으로 운동하는 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적인 부분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성공안에서 길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손흥민 아버지는 <<시경>>의 한 구절을 쓰고 있다.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생각한다." 우리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삶에 완성이란 없다. 어느 정도 왔다 하더라도 '이제 반을 왔구나'하는 심정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가 잘 할 수 잇다는 자신감과 내가 잘났다는 우쭐함은 차원이 다르다. 자존감(自尊感, dignity)과 자존심(自尊心, pride)는 다른 것처럼 말이다. '자존심'은 '나는 잘났다'면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나는 소중하다'하면서 자신을 존중 하는 마음이다. 자기의 중심을 잃는 순간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자만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 자만은 바로 교만이 된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넘게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 길을 막는 방법은 손흥민 아버지가 늘 하는 다음과 같은 말이다.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마라. 매 순간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손흥민 선수와 황희찬 선수의 투혼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부상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에서 큰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음 말이 생각났다. "고통은 필연적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 당신은 달리면서 '너무 아파. 더 이상 못 달리겠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픈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더 견딜지는 당신 자신에게 달려 있다."
고통(pain)과 괴로움(suffering)은 다르다. 고통은 어떤 경험이다. 주로 다양한 감각들로 구성된다. 괴로움은 어떤 경험들, 특히 고통에 의해 촉발되는 정신적 반작용이다. 괴로움의 본질은 실체의 거부이다. 다시 말하면 실체의 부정이 모든 괴로움의 뿌리이다, 예컨대, 고통을 경험 할 때는 그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쾌락을 경험할 때는 그 쾌락이 강해지고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렇게 되진 않는다는 데서 괴로움이 시작된다. 괴로워 하지 않으려면,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훈련해야 한다. 어제는 즐거운 밤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아침은 오세영 시인의 예쁜 시를 공유한다.
산다는 것은/오세영
산다는 것은
눈동자에 영롱한 진주 한 알을
키우는 일이다.
땀과 눈물로 일군 하늘 밭에서
별 하나를 따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가슴에 새 한 마리를 안아
기르는 일이다.
어느 가장 어두운 날 새벽
미명(未明)의 하늘을 열고 그 새
멀리 보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손 안에 꽃 한 송이를 남몰래
가꾸는 일이다.
그 꽃 시나브로 진 뒤 빈주먹으로
향기만을 가만히 쥐어 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그래도 산다는 것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유성관광두레 #사진하나_시하나 #오세영 #생명평화무늬 #기본 #밸런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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