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11월 28일)
오늘 아침은 노자 <<도덕경> 제79장을 읽는다. 이 장의 키워드는 "천도무친(天道無親)"이다. 이 말은 '하늘의 도는 편애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읽는다. 노자는 어떤 것을 더 편애하는 정서가 이 우주 자연의 운행에는 깃들여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常與善人(상여선인)"이라 했다. '하늘은 착한 사람 편에 선다'는 거다. 그런 차원에서 "천도무친"을 '하늘은 섬기는 자와 함께 한다'로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남과 원한을 맺지 마라'고 배웠다. 남의 가슴에 상처내는 말을 하지 말고,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지 않게 하라는 거였다. 남에게 상처를 주면 나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거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인생을 살아간다. 분노가 폭발하여 평생 지울 수 없는 욕을 쏟아낼 때도 있고, 생각 없는 말로 상대방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노자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비유를 들어 원만한 인간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자가 강조하는 원만한 인간관계의 요체는 척(원한)을 지지 않는 것이다. 한 번 척을 지면 나중에 비록 화해를 한다고 해도 앙금이 남기 때문에 사전에 척 질 일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앞서 계속 나왔던 '도의 포용성'과 '겸양지덕', '부쟁지덕'을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하라는 의미다.
和大怨(화대원) 必有餘怨(필유여원) 安可以爲善(안가이위선): 큰 원한을 푼 후에 앙금을 남기면 이것을 어찌 잘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화해(和)는 갈등과 상처(怨)를 아물게(解) 하는 약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화해했다고 해도 가슴 속 깊은 곳에 남은 원한(餘怨)이 있다. 그래서 애초부터 원한을 맺지 않고 사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그런데 남과의 원한을 맺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갈등 없이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원한을 맺지 않는 방법을 노자는 계약(契) 관계로 설명한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면 은혜를 베푸는 일도 되지만 원한을 사는 일도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노자는 권리를 갖고 있되 에 신중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是以聖人執左契(시이성인집좌계) 而不責於人(이불책어인): 성인은 채무가 적힌 장부를 흔들면서, 빚진 사람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有德司契(유덕사계) 無德司徹(무덕사철): 덕이 있는 사람은 계약을 맡아 베풀 듯이 하고, 덕이 없는 사람은 조세를 맡아 수탈하듯이 한다.
天道無親(천도무친) 常與善人(상여선인): 하늘의 도는 편애하는 일이 없으며, 언제나 선한 사람의 편에 설 따름이다
여기서 "좌계(左契)"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각기 반 쪽씩 갖는 채권증서의 왼쪽 반(채권자가 가지는 쪽), 즉 채권증서나 어음을 말한다. 이걸 현대적으로 말하면, "좌계'를 지닌 사람은 갑(甲)이고, '우계'를 지닌 사람은 을(乙)이 된다. '갑을' 관계가 성립되면 일명 '갑질'이 시작된다. '갑질'은 을에게 상처를 주고 원한을 맺게 한다. 결국 원한은 갈등의 씨앗이 되어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갑질'을 멈추고 을을 섬기는 사람이 덕이 있는 사람("유덕")이다. 더 나아가, 섬김의 지도자는 하늘이 반드시 복을 내린다. 이런 섬김의 지도자가 "성인(成人)"이다. 하늘은 원래부터 찬(친)한 사람이 없다. 섬기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할 뿐이라는 거다.
따라서 원만하던 사이도 금전거래 때문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친한 사람 끼리는 절대 돈 거래를 하지 않는 법이다. 성인이 "좌계"를 흔들면서 채무자를 몰아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빚 독촉을 절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덕 있는 사람은 계약을 후하게 해 선심을 쓸 수 있으므로 계약을 담당한다고 했고, 세금을 거두면 아무래도 사람들의 원망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덕 없는 사람은 조세를 담당한다고 했다.
이 말은 "계(契)"라는 어음과 같은 것으로 당장 현물로 세금을 징수하지 않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반면 "철(徹)"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각박하게 당장 현물로써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가리킨다는 거다. 그러니까 "계'가 "철"보다는 관용성이 높은 것이다. 세제에 있어서 통치자의 관용을 촉구하는 내용인 것이다. 그래 다음 문장의 해석이 쉽게 와닿는다. '유덕자는 사계(司契)하고, 무덕자는 사철(사철)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하였다는 거다. "有德司契(유덕사계) 無德司徹(무덕사철): 덕이 있는 사람은 계약을 맡아 베풀 듯이 하고, 덕이 없는 사람은 조세를 맡아 수탈하듯이 한다."
마지막 구절 "天道無親(천도무친) 常與善人(상여선인)"은 ' 하늘의 도는 편애하는 일이 없으며, 언제나 선한 사람의 편에 설 따름이다'이라는 말은 인간관계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하늘의 길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감정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친소(親疏)의 감정을 지니지 아니한다. 이것은 제5장의 천지불인과 동일한 어법이다. 그리고 "상여선인"에서 "선인(善人)"은 이미 인간적인 가치판단을 깔고 있다. "천도"는 편애함이 없지만, 항상 선인과 더불어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선인"은 2ㅔ27장과 제62장에서 보여 준 것처럼, 무위를 실천하는 인간(=성인)으로서 대자연의 생생지덕(生生之德)과 함께하는 인간이다. 인격 화된 천도가 선인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선인이 도움을 받게 되는 것 자체가 선인 자신의 스스로 그러한 위(爲)의 결과인 것이다. 도올 김용옥의 주장이다.
나는 세상이 이해가 안 되고 힘들 때마다 하늘을 본다.
하늘/송정숙
힘들 때 본다
기분 좋을 때 바람
늘 나를 본다
괜찮아 날 봐
흘러가다 잊는다
내일도 있다
푸르다 붉다
기분 따라 변한다
오늘은 어때
언제 떠났니
손수건도 못주다
자취도 없다
너만 울었다
푸른 하늘 그대로
스치는 사랑
제79장의 원문과 번역을 다시 공유한다.
和大怨(화대원) 必有餘怨(필유여원) 安可以爲善(안가이위선): 큰 원한을 푼 후에 앙금을 남기면 이것을 어찌 잘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是以聖人執左契(시이성인집좌계) 而不責於人(이불책어인): 성인은 채무가 적힌 장부를 흔들면서, 빚진 사람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有德司契(유덕사계) 無德司徹(무덕사철): 덕이 있는 사람은 계약을 맡아 베풀 듯이 하고, 덕이 없는 사람은 조세를 맡아 수탈하듯이 한다.
天道無親(천도무친) 常與善人(상여선인): 하늘의 도는 편애하는 일이 없으며, 언제나 선한 사람의 편에 설 따름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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