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는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과 잎으로 빛을 이용해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드는데, 가을이 되면 햇빛의 양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어 그 이전처럼 제대로 광합성을 할 수 없다. 여름날 우거졌던 잎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그때 나무는 줄어든 햇빛의 공급을 따져,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우선 잎으로 나가는 물의 공급을 줄인다. 물 관을 막는다는 이야기이다.
여름철 짙은 녹색으로 무성했던 나뭇잎들은 수분이 줄어들면서 엽록소를 잃기 시작한다. 엽록소는 파랑색이나 붉은 색, 노랑색의 파장을 흡수하고 녹색의 파장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엽록소가 죽으면서, 그것에 가려져 있던 붉은 색과 노랑색, 혹은 그것을 합친 갈색이 드러나는 거다. 이른바 단풍은 물드는 게 아니라, 잎의 본색을 겉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는 거다. 가을은 그런 거다. 자기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거다. 고운 단풍을 만나면, 생각나는 시이다.
단풍 드는 날/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 아는 순간부터
나무가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방하착: 내려놓다, 마음을 비우다라는 뜻의 불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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