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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MIT 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 제프 하우가 쓴 WHIPLAS: <How to Survive Our Faster Future> (5)

3. "지도보다 나침반 (Compass over Maps)" 전략

지도는 해당 지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함께 최적의 경로를 알려준다. 반면 나침반은 훨씬 더 유연한 도구라서 이용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해 자신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나침반을 따라가면 목적지로 가는 길이 직선이 아닐 수는 있지만, 미리 정해 둔 길을 터벅터벅 따라가는 것보다 오히려 효과적으로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다. 또한 지도보다 나침반을 따른다면 다른 길을 탐색해 볼 수 있고, 우회로를 잘 활용하고, 뜻밖의 보물을 찾아낼 수도 있다.

세상을 작동시키는 숨겨진 패턴을 보는 능력으로 보면, 일종의 나침반같은 알고리즘을 찾을 수 있다. 알고리즘은 의도를 논리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논리는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분석하고 실험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젠 더 이상 우리는 마법을 믿지않게 된다.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숨겨진 알고리즘을 찾는 것이 인간의 무늬를 살피는 인문학과 만나는 접점이 아닐까? 여기서 아마존은 활용한다. 어떻게? 아마존은 "이게 마음에 드시면 아마 이것도 좋아하실 거예요"라며 즉석에서 알려준다.

그런 패턴을 찾는 길에서, 아마도 지도보다 나침반 전략이 중요하다. 세상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점점 더 예측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는 우리를 깊은 숲 속으로 인도해 불필요한 비용을 크게 치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좋은 나침반은 언제나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지도보다 나침반 전략은 혁신가들이 뜻밖의 발견을 탐구하고 조종하게 해준다. 좋은 나침반을 가진 혁신가는 길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지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회로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 대비해 어차피 다 예견하지도 못할 복수의 계획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성취도를 개선하면 어마어마한 경제 효과가 있습니다." (에릭 하누섹)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목표를 정하고, 그 성취도를 스스로 평가하게 하라는 말이다. 이것도 나침반 전략이다.

표준화된 시험으로 평가하는 일은 오래된 트럭의 엔진을 고치는 동안 세상은 신형 랜드 스피더(landspeeder,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공중 부양 차량)에 상온 핵융합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일을 간과하는 것이다. 예컨대, 핀란드는 표준화된 그 어떤 시험도 치르지 않으며, 공통 교과라는 것도 거의 없다. 개별교사는 거의 전적인 자율권을 부여받는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데,  대수를 왜 배워야 하느냐고 묻자, 교육 전문 인지 과학자 댄 윌링엄(Dan Wilingham)은 대수를 배우는 이유를 이렇게 두 가지로 답했단다.  1) 대수는 뇌에게 체조와 같은 것이다. 2) 대수는 추상적인 생각을 실용적인 것에 적용하는 방법을 뇌에게 가르친다.

다시 말하면, 대수 공부는 이상적인 모습들로 이루어진 플라토닉 세상과 우리가 사는 엉만진창인 세상 사이를 잇는 다리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 다리가 필요하다.

대수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리'이다. 추상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그게 바로 우리가 세상을 헤쳐 나갈 때 쓸 수 있는 나침반이다.

추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능력이다. 어떤 능력? 뇌가 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방향이다.

뇌는 늘 배워, 그것을 습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학습된' 뇌가 명령하는 잘못된 습관은 잘못된 학습에서 나온다고 본다. 아니면 학습받지 못해 생긴 나쁜 버릇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학습이 문제이다. 이젠 학생들이 주도할 수 있는 학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표준 생물학 부품 등록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도보다 나침반 전략이 잘 사용되는 곳이 MIT 미디어랩이란다. 어느 한 조각도 전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어느 하나도 전체를 통제하지 않지만, 미디어랩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지도로 그려 내기는 불가능하지만 모두가 대체로 나침반의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만약 지도로 그릴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면 지금처럼 잘 적응하거나 기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MIT 미디어랩의 나침반은 '유일무이함', '영향력', '마법'을 지향한다.
유일무이함은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것을 연구한다는 뜻이다. "경쟁하고 있다면 흥미롭지 않은 것이다."(조지 처치) 경쟁하지 말아야 서로 협력할 수 있다. 그래야 유일무이해진다.
영향력은 "시연을 못 하면 폐기한다." (Demo or Die!)는 말처럼, 제작 지향을 통해 현실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전개하지 못하면 폐기한다로까지 나아갔다.

이젠 컴퓨터가 하나의 도구(일을 완수하는 하나의 방법)가 아니라, 컴퓨터가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해 주는 물건, 예컨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되고 있다.

장 피아제의 연구는 어떻게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지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를 둘러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정신적 모형을 구축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그 모형을 조정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놀이는 아이가 세상의 원리에 대한 자신의 모형을 만들어 내고 재창조하는 활동이라고 피아제는 보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크래치이다. 누구나, 나이나 경험에 관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즉석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고, 직관적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 툴이 스크래치이다.

강신철 교수의  <모델링과 창의성> 특강을 들었다. 처음에는 알듯 말듯 했지만, 그 의도를 이젠 충분히 알 것 같다.

학습과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자는 것 같았다.
어떤 학습방법?  모델링을 하면서, 다시 말하면 각자 8가지의 매체(소리-음성, 제스처-손과 발 등의 몸 짓, 물질언어-조각, 건축 등, 그림언어, 말 언어, 문자 언어, 수학-수식 언어, 컴퓨터 프로그램-코드)를 이용하여 생각을 조직화하고, 표현한 다음 공유한다. 글쓰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방법보다 생각을 조직화하는 데 필요하다.

스크래치를 만든 시걸은 이런 말을 한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게 아니에요. 배우는 법을 프로그램하는 거죠."

결론
조직을 잘 '이끌려면' 나침반을 잘 손보고 공통의 방향을 향해 뜻을 모아야 한다.
성공의 열쇠는 규칙도 아니고, 심지어 전략도 아니다. 성공의 열쇠는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