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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권력은 우리를 시험들게 한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권력=행복'의 허상"이라는 담론을 이어간다. 우리는 권력을 긍정적인 힘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권력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모든 것은 권력에 어떤 방향을 부여하는지, 어떤 의식을 지니고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는지에 달려 있다. 세계 최고의 CEO를 뽑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선정 기준이 인상적이다. 주식 시장에서의 장기실적, 최소 2년 이상 재직한 상태에다, 최근에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지배구조가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노동복지, '선한' 경영, '행복한' 직원과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위임, 역량 증진-직원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업무에 열중하게 하는 행위)가 중요해 졌다. 권력으로 개인적 성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공공 프로젝트에 공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자 말레네 뤼달이 제시하는 덴마크 사회의 행복 모델에서 나는 많은 통찰력을 얻었다.
▪ 신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신뢰가 각자 우리 자신의 내면의 평화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남용하고 부패하지 않다고 믿든 것이 행복을 만들어 준다.
▪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이다. 교육 문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의 재능이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 3M의 '15% 규칙'은 직원의 자유와 창의성을 격려하는 좋은 정책이다. 이 회사의 연구자와 엔지니어는 업무시간의 15%를 부차적인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다는 규칙이다. 여기서 '포스트 잇'이 태어났다고 한다.
▪ 사회 공공 프로젝트에서 개인이 맡은 책임이다. 공적인 일에 각자가 개인의 책임감을 느끼고, 참여하여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간디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본보기를 보이는 것은 가장 좋은 설득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다." 남 탓을 하지 말고, 각자 '본보기'를 보이며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마중물 이야기를 해본다. 마중물은 혼자 힘으로는 세상밖으로 나올 수 없는 지하수를 마중하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우리는 보 잘 것 없는 한 개인이라도 '본보기'로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큰 변화를 만든다. 마중물은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모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어떤 물이든 상관 없다. 그러려면 우리는 깨어나 '자각한 시민'이 되고, 서로 서로 비판을 공유하며 조직의 회원이 되어 '조직된 시민'을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조직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 마중물은 우리 가까이 어디에나 있다. 지역과 마을, 현장 곳곳에서 전문가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문제를 느끼는 사람은 누구나 다 정책을 제안하고, 시민 활동가가 될 수 있다.
▪ 마중물은 어디에나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하다. 이것은 마중물이 항상 열려 있다는 말이다.
▪ 마중물이 버려질 때 우리는 비로소 물을 마실 수 있다. 그러니까 권력에서는 떨어지되 공동체에는 묶여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권력에 밀착해 권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시 권력 이야기로 돌아 온다. 권력은 우리를 시험들게 한다. 권력의 부정적 효과, 이기심, 교만, 의심, 고립, 중독 등을 피하려면, 개인적 이익보다 보편적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과의 공감 속에서 열정을 품고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면 권력이 갖고 있는 온갖 장점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이 일어나고, 마침내 행복이라는 감정이 솟아날 것이다. 권력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건 최대 다수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이다. 그러한 권력은 공감,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며, 가장 좋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견고한 의지를 동반한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조금씩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시권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 우리 각자는 오직 한 사람의 인생만 개선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것만으로도 이미 크다. 그리고 공공선을 위해 우리의 미시 권력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공동체는 물론 개인도 더 많이 행복해진다.

그러나 권력을 가질수록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권력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삶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데,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력은 사라진다는 점이다.  권력을 쥔 사람은 자유를 잃는 대가를 치른다. 우리는 스스로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간디는 "행복이란 생각, 말, 행동이 조화를 이룬 상태"라고 했다. 내 삶에서 중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결과를 고민하지 않고, 나 자신과 내 신념에 충실히 임할 용기를 냈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 그럴 때 우리는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된다. 결론으로 또 다시 한 번 더 말해본다. "내 자리가 곧 내 정체성은 아니다." 나는 나이다. I am who I am.

가을이라, "흔들리는 것들"이 많다.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흔들리는 것들/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 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 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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