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다

이재무 시인은 붉은 감들은 떠난 이가 그리워, "그렁그렁 붉은 눈물을 매달고, 바람의 안부에다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 같다.
감나무/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 곁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어보는 것이다.
나는 감나무를 볼 때마다 애잔한 마음이 든다. 함민복 시인의 시처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애처롭다. 나는 세상에서 희생이라는 말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감나무라고 본다. 자기 것을 다 쏟아내고, 비우면서 저 붉은 열매, 감을 세상에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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