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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은 '살다, 삶, 사랑'과 같은 어원이라고 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8일)

나는 다음과 같은 시간과 공간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은 만나야 한다. 사람이 인간이 되기 위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이 존재해야 한다. 우리들의 삶은 삼간, 시간, 공간 그리고 인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은 사람(人)자 뒤에 간(間)이 붙는다. 그 인간(人間)은 시간(時間)과 공간(空間) 속에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 속에서 잠시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이 '간'을 우리 말로 하면 틈, 사이, 간격 등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인간은 영원 시간 속의 짧은 틈과 무한한 공간 속의 좁은 틈을 비집고 태어나, 사람들 틈 속에서 잠시 머물다가 돌아가는 존재이다. 나는 이것을 '삼간(三間)'이라 한다. 그러니 살면서 우리는 그 시간의 틈을 즐겁게, 공간의 틈을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 사이의 틈은 사람 냄새로 채우면서 살아야 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살다, 삶, 사랑'과 같은 어원이라고 한다. 즐거운 시간, 아름다운 공간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사람 없는 시공간은 균형이 깨진 '진짜' 삼각형이 아니다. 사람 혼자서는 틈을 만들 수 없다.

이는 다소 고전적인 개념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다음과 4 개의 범주로 나누어 보니 세상을 더 깊게 이해하고, 더 넓게 볼 수가 있었다. 박문호 박사의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라는 유튜브 강의 10번 이상 듣고 알게 된 거다. 박 박사에 의하면, 우리의 배움, 즉 인지 작용은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다. 그 시간과 공간의 조합을 다음과 같이 4개 구분한 후 사유를 한다.

고정된 시간과 공간은 'ㅁ'으로 표기하고, 변화하는 시간은 '↔'로, 변화하는 공간은 '↕'으로 표기한다.

시간               공간
(1)          ㅁ                 ㅁ      : 시간도 공간 고정된 경우이다.
(2)          ↔                 ㅁ      : 공간은 고정되고 시간이 변화하는 경우이다.
(3)          ㅁ                 ↕      : 시간은 고정되고 공간이 변화하는 경우이다.
(4)          ↕                 ↕      : 시간도 공간도 변화하는 경우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시간을 한자어로 '세(世)'라 한다. 우리가 한 세대, 두 세대라고 말할 때 그 '세'는 시간의 흐름인 것이다. 그리고 변화하는 공간을 우리는 '계(界)'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세계'라고 말하는 것이 (4)이다. 우리 자연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이 바뀌는 것이 '세계(世界)'이다.

흥미로운 것은 (2번)이다. 공간은 고정되고, 시간이 변화하는 거다. 그건 영화이고, 우리의 생각이다. 고정된 좌석에 앉아 스크린에서 변화하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 영화이다. 영화는 스크린에서 영상이 초단위로 바뀐다. 흔히 1초에 24번의 영상이 바뀌면, 그것은 연속적인 동작이 된다. 그리고 공간은 고정되고 시간이 변하는 또 다른 예가 생각이다. 뇌라는 공간은 고정되어 있고, 시간이 변하는 것을 우리는 '기억'이라 한다. 시간이라는 것은 원래 없다. 관계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뇌 속에서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서 시간이 출현한다. 따라서 고정된 공간(두개골)에서 시간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세계상이 들어와야 한다. 거울과는 다르다. 거울은 내가 사라지면 거울에 흔적이 남지 않지만, 기억은 우리의 뇌에 남은 흔적이다.  기억의 흔적은 새로운 이미지가 들어오면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관계가 형성된다. 우리의 뇌는 그 관계를 처리한다. 우리의 뇌는 원래 관계만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다시 말하면, 차이만 감지한다. 관계는 이전 기억과 현재의 기억을 비교하며 생겨나는 것이 관계이다.

그리고 우리 뇌의 고정된 공간에 먼저 자리잡은 이미지가 사라져야 다른 이미지가 들어올 수 있다. 그걸 우리는 '배치'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배열'이라고도 한다. 고정된 공간에서 이 배치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을 우리는 '예술가'라 한다. 원래 art의 어원인 그리스어 ars는 최선, 예술, 기술을 의미하며,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솜씨 있게 엮어 내는 기술이다. 그냥 요소들의 단순한 배열이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고, 아름답게 배열하는 것이다. 그 솜씨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이 만들어준 최적화된 간결이다. 그 때 거기서 감동이 나온다. 다음에 좀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3)인 시간은 고정되고 공간이 변하는 상황은 우리들에게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입자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동의 세계는 가능하다. 이러한 세계가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벌어질 가상 세계가 아닐까?

(1)의 세계는 시간과 공간이 고정된 세계이다. 우리는 이 세계를 신의 세계라 한다. 또는 이데아의 세계라 한다. 고전물리학의 세계이다. 영원히 흘러가는 시간, 영원히 고정된 시간을 말한다. 이처럼, 세계상을 4 개의 범주로 나누어 보니 복잡하지만 흥미롭다.

여기서 사유를 멈춘다. 오늘 아침도 잘 설계된 습관으로 6시에 딸과 맨발 걷기를 나갔다. 그리고 오후에는 한밭대에서 3학과 4학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특강>을 해야 한다. 이 강의를 주관하는 대학이 "노마드 칼리지"이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노마드적 삶을 사는 사람들의 특징을 나열해 본다. 세계가 몰라보도록 바뀌고 있다. 그래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

(1) 그들은 일도 여가처럼 하고, 직장에서도 휴가지 에서처럼 산다.
(2) 그들은 매사에 창의적이다.
(3) 그들은 개인의 행복 추구가 우선이다.
(4) 그들은 인문학적 소양이 깊다.
(5) 그들은 소유 대신 경험을 중시한다. 가지는 것은 끝이다. 임대 비즈니스에 매달린다.
(6) 그들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7) 그들은 상품 가치가 뛰어난 지식 사업가이다.
(8) 그들은 감성의 인적 네트워크를 한가지고 있다. 연줄은 가라! 그들은 생각이나 지향점이 같으면 형제이다.

끝으로, 이때 즘이면 늘 소환하는 시를 오늘 아침 다시 공유한다.

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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