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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제 정신', 즉 '본심'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웅장한 나무의 뿌리와 같다.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29일)

인생은 본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그런 시도를 '정신을 차렸다' 혹은 '제 정신’ 이라 한다. '제 정신'은 순수 한국어 '저의'의 준말 '제'와 '정신'의 합성어다. 우리가 자신의 정신으로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하고는 상관이 없는, 혹은 자신하고 연관된 타인들이 좋다고 제시한 세계관, 종교관, 삶의 철학을 수용하여 자기 삶의 문법을 구축하려 한다. 타인의 이념, 철학, 교리, 가르침은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모래 위에서 세운 집이다.

인간의 마음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런 외부의 유혹에 경도된 '욕심'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되어야 하고 자신이 될 수 있는 그 마음인 '본심', 즉 '제 정신'이다. 본심은 성배와 같아서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그 존재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지 가만히 추적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 수련할 때, 슬그머니 등장하는 밤하늘의 작은 별이다. 반면, '욕심'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진리를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의 처사다. 그것은 배가 부르면서도 자신 앞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게걸스럽게 먹으려는 식탐과 같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 자신이 배부른지 알면서도 과도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유일한 동물이다.

'제 정신', 즉 '본심'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웅장한 나무의 뿌리와 같다. 저 큰 나무가 언제나 중력을 거슬러 저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를 수 있는 이유는, 그 높이와 너비에 어울리는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본심은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래의 마음, 참마음이다. 인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의 발굴과 발견을 기다리고 있다. 교육은 이 본심을 정성스럽게 발굴하는 체계다. 인간은 동물로 태어난다. 태어나서 하는 일이란, 배가 부르고 편하면 웃거나 자고 혹은 불편하거나 배고프면 우는 것이다. 동물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거나 자신의 유전자 속에 장착된, 조상에게 물려받는 이기적인 유전자 프로그램대로 움직일 뿐이다.

돈과 자리에 중독되면 ‘제 정신 아닌’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 사례는 넘친다. 중독의 문제이다. 중독되지 않은 생명은 근원적으로 '활동'과 '네트워크'의 순환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면, '관계'와 '활동'를 통한 순환이 생명의 원리이다. 소유와 성공, 곧 돈과 물질에 관련된 것만 매달리면 꼭 막히게 되고, 끝에서는 허무할 뿐이다. 살맛이 나려면, 어떤 활동을 하고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계속 어딘 가로, 누군 가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길 위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난다고 할 때 그걸 연결해 주는 건 지성밖에 없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중독을 벗어나는 길이다. 그 길을 나는 몇 해 전에 고미숙의 책으로부터 배웠다. 그녀에 의하면, 우리가 자본의 공세에 맞서고, 상품의 유혹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일상을 구성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일상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 즉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지식에서 지성으로 그리고 지성에서 영성으로 전환하려는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하는 거다. 이 말은 우리들에게 "욕망의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는 거다. 다시 말하면, 욕망의 '건너 가기'를 해야 한다. 어떻게?  "쾌락에서 지성으로, 중독에서 영성"으로 건너가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바람이 전하는 말을 건넨다. 어제 만난 산책길에서의 바람은 가을이 멀리서 기다리고 있다고 알리는 바람이었다.

바람이 전하는/최서림

이제 그만 납작 엎드려 민들레로 살라 하네.
몸 안에 공기 주머니를 차고 방울새로 살라 하네.
부딪히지 말고 돌아서 가는 물로 살라 하네.
위벽을 할퀴고 쥐어짜듯 아픈 새벽
유리창을 두드리며 바람이 일러주는 말,
비우면 채워지고 비우면 채워지니 강물처럼 살라 하네.
물새 똥 앉은 조약돌처럼 구르고 구르면서 살라 하네.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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