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오작동(誤作動)되고 있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일주일 동안 대전에서 벌어진 두 행사에 몰입하였다가, 어제는 휴식 겸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 시간에 집을 나가니, 일주일 사이에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우선 하늘이 높아졌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하다. 자연은 정말 믿을 만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을 절대 잊지 않는다.

조선 선비들은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순환을 기억하라고, 서울에 사대문의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고 한다. 봄을 인(仁, 사랑)이라 보고 동대문을 흥인문(興仁門), 가을을 의(義, 정의)라 보고 서대문을 돈의문(敦義門), 여름을 예(禮, 예절)로 보고 숭례문(崇禮門), 겨울을 지(智, 지혜)로 보고 홍지문(弘智門, 조선초기에는 숙정문肅靖門)이라 하였다. 조선 말기에는 서울 한복판에 있던 종각을 보신각(普信閣)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보신각의 신(信)자는 자연을 믿으라는 말이다.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순환의 믿음을 주듯이, 우리도 서로서로 믿고, 또 세상을 믿으며 살라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조국 교수의 법무부장관 지명에 온통 북새통이다. 많은 사람이 야단스럽게 부산을 떨며 법석이는 상황이다. 아무나 한 마디 씩 한다. 이게 민주주의이다. 그렇지만 조국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교육문제에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대학 입시 문제에 예민하다. 입시에서 '특권을 이용한 반칙, 변칙, 꼼수, 부정'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 조국 교수는 '자녀의 대입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의 현실에서 학벌이 신분증이기 때문이다. 그래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위법, 탈법이 아니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에게 명문대 간판을 달아주고 싶어한다. 우리 사회는 고속성장을 하면서, 곳곳에서 시스템이 고장 났다. '학벌 사회'가 문제이다. 이게 맷돌이다. 모든 것을 갈아 버린다. 그리고 다음은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오작동(誤作動)되고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까지 한국의 파워 그룹은 군인, 관료, 재벌, 정치인의 순이었다. '3김(金)'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는 정치, 관료, 재벌, 언론의 순서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던 군(軍)은 전두환의 연희동 골목 성명을 끝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누가 파워 그룹의 맨 꼭대기에 있는가? 지금은 혼돈의 시대이다.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관료, 법조, 재벌, 정치의 순이라고 본다. 언론은 이제 빠졌다. 그런데 아직도 언론이 정신을 못 차린다. 관료는 부처별, 기관별, 기수별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의 실체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의 실체는 관료 집단이다. 문제는 이들이 군인이나 정치인보다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전략적 자각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오너 마인드가 없다 그저 고용된 회사원의 마인드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 대에 무섭게 약진한 파워 그룹이 법조계이다. 검찰, 대법원, 헌법재판소, 로펌을 망라한 법조계는 때때로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오만한 신탁의 권좌에 스스로 올랐다. 그래 시대정신은 사법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의 주장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먹이사슬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정치는 유권자의 선거를 통해 통제되고, 국민은 관료, 사법 체제에 의해 통제되고, 관료, 사법 체계는 정치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는 앞의 두 통제력은 여전하지만, 정치의 관료, 사법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 나는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이 임명되는 것에 동의한다. 그가 꿈꾸던 사법개혁을 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 본다.

일주일 사이에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었다. 우리는 <#프로젝트 60>이라는 틀 속에서 60분의 거장들과 친구되기를 해 오고 있는데, 이번 가을은 소설가 김연수와 시인 나희덕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나도 이 번 기회에 이 두 작가의 세계를 만나 볼 생각이다. 그래 오늘 아침부터 나희덕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우리 사회가 내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보다 나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 부터 내가 얼어붙은 '천장호"가 아닌가 되돌아 보고, 나부터 내 이웃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냈으면 한다. 나의 흠집은 안 보고, 다른 이게 "돌멩이"를 던지고 있지 않나 살펴보았으면 한다.

천장호에서/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 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나희덕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