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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보아라. 조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열심히 하면 된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이다. 한 인디언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너무 빨리 달려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이 너무 지친 것을 알게 된 이 인디언은 잠시 멈춰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지친 영혼은 성찰을 의미한다. 성찰은 쉬면서 자신을 살펴 보며 충전하는 것이다. 여기서 소위 '힐링' 인문학이 동원된다.

다른 인디언은 말에서 내려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말을 본다. 말은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초식동물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피는 습성이 있으니 눈가리개가 없으면 멈추기도 하고 옆으로 가기도 한다. 한 방향으로 달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인디언은 발의 엉덩이를 본다. 말의 오른쪽 엉덩이는 딱딱하게 굳은 살이 박혀 있다. 승자가 되려는 사람이 쉴 새 없이 오른쪽 엉덩이에 채찍질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 인디언은 말의 눈가리개를 벗기고, 말의 엉덩이를 보고 분노한다. 이것은 달리다 지친 나 자신에 대한 위로가 아니라 나를 어딘가 끊임없이 몰고 가는 자에 대한 비판이다. 이게 내가 추구하는 인문운동가의 인문정신이다. 최근에 나는 이걸 '필링(peeling)의 인문학'이라 명명한다.

포스트모던이즘 인문학이다. 시작은 미셸 푸코이다. 그는 누군가가 달을 보라고 하면 달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사람을 보라고 했다. 이 말은 진리 자체가 아니라 진리의 효과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내가 이걸 진리로 알고 따를 때 무슨 효과가 있는지 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왜 달을 보라고 하는지, 달을 보면 누가 유리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보라는 것이다.

필링의 인문학은 나 자신을 관계 속에서 인식하고, 눈가리개를 문제삼아 그것을 끊임없이 벗겨내는 것이다. 이제 인문학은 개인의 이해와 힐링을 넘어 공동체의 갈등과 구조를 필링(박피, 薄皮-해야 한다. 이때 인문학은 단순히 나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실천이 되어야 한다. 그래 이때의 인문학자는 인문운동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 오늘 아침, 나는 내 생각은 내 것인가 질문해 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담론들을 열거해 본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선성장 후분배, 개천에서 용난다. 즉 가닌이 개인의 책임이고, 우리는 복지보다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 개천에서 스스로 용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이런 생각을 우리는 상식으로 여겼다. 지금도 그런 사람이 많다.

요즈음은 서울 강남에서 용이 난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사교육비 차이는 6배가 난다는 통계가 나온다. 기회의 평등은 조건이 좋은 사람에게는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나쁜 것일 수 있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 우화는 잘못된 것이다. 둘은 육지에서 같이 뛰면 안 된다. 이들은 조건이 다른데 경주를 한 것이다. 거북이는 물에서 더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한 일은 거북이가 이긴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들이 이런 신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아라. 조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열심히 하면 된다."

이런 생각들은 유범상교수의 <필링의 인문학>에 얻어온 것들이다. 인문운동가로 길을 들어서면서, 그의 책을 통해 나의 길을 좀 더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나는 생각하는가 생각당하는가. 내 생각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면 누군인가?

나에게 던진 질문/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미소 짓고, 손을 건네는 행위,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홀로 고립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듯,
첫번째 심문에서 피고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엄정한 법정에 끌려나온 듯,
과연 내가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펼쳤을 때 활자나 삽화가 아닌
그 내용에 진정 공감하듯이,
과연 내가 사람들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럴듯하게 얼버부리면서
정작 답변은 회피하고,
손해라도 입을까 겁에 질려
솔직한 고백 대신 번지르르 농담이나 늘어놓는 주제에,
참다운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세상을 탓하기만 할 뿐,
우정도 사랑처럼
함께 만들어야 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독한 역경 속에서
발맞춰 걷기를 단념한 이들도 있으련만,
벗이 저지른 과오 중에 나로 인한 잘못은 없는 걸까?
함께 탄식하고, 충고를 해주는 이들도 있으련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전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메말라버렸을까?
천년만년 번영을 기약하며
공공의 의무를 강조하는 동안,
단 일 분이면 충분할 순간의 눈물을
지나쳐버리진 않았는지?
다른 이의 소중한 노력을
하찮게 여긴 적은 없었는지?
탁자 위에 놓인 유리컵 따위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법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기 전까지는
사람에게 품고 있는 사람의 마음
과연 생각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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