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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차와 술의 비교

명량 전투를 앞두고 이순신과 그의 아들 이회가 대화를 나눌 때는 술잔을 기울이는 반면, 해적 출신 왜군 용병 구루지마는 그림자 총잡이 하루하고 차를 마시는 장면이 서로 대립된다.

그리고 한참 전투를 하고 있는 왜군의 장수 배에는 찻잔이 셋팅 되어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차는 이성의 세계이고, 술은 감정의 세계이다. 이성은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은 너무 이성적이 되면, 잔인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적으로 보면, 아폴론의 세계이다. ‘아폴론 눈병’이라는 말에서 보는 것처럼, 이성은 약주고 병을 주는 이중성이 있다. 왜군들은 우리에게 배운 다도(茶道)로 자신들의 무식함과 잔인함을 다스리려 하나, 차를 마시면 마실수록 서로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을 버릴 줄 몰라 다 함께 힘을 합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술의 세계는 다오니소스(박카스)의 세계이다. 물론 이 세계에도 양면성이 있다. 술의 세계는 창조성과 파괴성이 공존한다. 그러나 술을 마시게 되면, 우선 나를 잊게 하고, 그 빈자리만큼 타인이 들어 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맛볼 수 있다. 술의 세계는 외적으로 보면, 무질서해 보이지만, 어떤 경지에 오르면 합일이 일어나 큰 힘을 폭발시킨다. 영화감독의 흥미로운 도구 배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