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7월 11일)
파커 파머의 <<온전한 삶으로 여행>>를 다시 읽는다. 이 책의 원제는 <<분리되지 않은 삶으로의 여정>이다. '분리되지 않은 삶'이 무엇일까? 영혼과 분리되지 않은 삶을 온전한 삶이라고 했다. 오늘 아침 화두는 '누군가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언어'들을 찾고자 하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신경을 쓴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로 꼬여 있다. 거기다, 집중호우로 여기 저기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럴수록 '누군가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언어'들로 희망을 채워주고 싶다.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온전성을 되찾고자 한다. 최근에 그런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잘 만들어 가고 있다. 어제도 그런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키워드가 생명력이다. 그 생명력에서 생기가 나온다.
생명체는 서로 나누며 공생하여야 생존한다. 생명체의 관계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포식(捕食), 기생(寄生), 경쟁(競爭), 공생(共生)이 그것이다.
- 포식과 기생은 상대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기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필연적으로 타자의 반격을 부를 수밖에 없다. 포식을 생존 수단으로 삼는 호랑이나 늑대가 멸종위기에 처하고, 기생의 대표 격인 칡덩굴이 인간의 손에 의해 제거되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 자원이 유한한 환경에서 생명체는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모두에게 해가 된다.
- 공생이 완전히 배제된 파멸적 경쟁은 종의 번성에 기여하기는 커녕 쇠락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성공적인 생존전략은 공생이라고 할 수 있다. 벼, 밀, 옥수수, 과일, 가축 등이 지구상에 번성한 것도 공생 전략을 생존 수단으로 삼은 덕분이다. 인간은 이들에게 열매와 고기 등을 얻는 대가로 이들이 서식할 환경을 마련해준다. 식물들이 곤충들에게 꿀을 주고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것 역시 공생원칙에 충실히 따른 행동이다.
생명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안정된 삶과 질병 없이 행복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어야 할 것이 바로 “햇빛, 공기, 물, 영양, 파장(파동)" 다섯가지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계속적인 이상 기후로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한 가지를 추가해야 할 것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본다. 이중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 “햇빛, 공기, 물, 영양“으로 자연에서 오는 것이고, “파장(파동)과 희망“은 본인의 선택사항이다.
그럼에도 생명은 아프다. 아프지 않은 생명은 없다. 모두 다 고통의 속사정이 있다. 그러나 삶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식물의 푸른 덩굴이 팔을 뻗어 위쪽을 향해 자라듯이, 우리의 삶도 지금 이 순간을 살면서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바닷가 모래밭에는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지만, 그 수는 제 몸을 불태우면서 빛을 내는 별의 수만큼에는 이르지 못한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존재들이 곤란을 견디고 있다. 고통 없이는 빛을 볼 수도 얻을 수도 없다. 반짝이는 별의 배경은 긴 밤이요, 캄캄한 어둠이다. 꽃도 나비도 살아 있음을 아픔으로 증명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모든 강물은 바다로 가고 싶어”하듯이, 우리는 우리의 삶이 바다처럼 넓고 큰 세계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생명은 때로 아플 때가 있다/이승하
명사십리 모래알이 많고 많아도
제 몸 태우면서 존재하는
저 별의 수보다 많으랴
백 년 전 혹은 천 년 전에도
저절로 피어난 꽃이 있었겠나
뜻 없이 죽어간 나비가 있었겠나
너도 나도 그래,
살고 싶어서 태어난 것
살아보려고 지금은 앓고 있는 중이지
오늘 아침 사진은 어제 산책길에서 찍은 비에 젖은 능소화이다. 난 능소화를 보면 슬픈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궁궐에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다. 그녀는 임금에게 눈에 띄어 하루 아침에 빈(嬪, 후궁)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자 다른 궁녀들의 시샘과 음모로 이어져 두번 다시 임금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녀는 기다림에 지쳐 병이 들어 죽은 후, 궁 담장에 묻어 달라는 유언대로 묻혔다. 그 자리에서 자란 덩굴이 능소화란다. 기다리다 지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담을 뛰어 넘는다. 능소화의 '능(凌)'자는 ‘능가하다, 깔보다’라는 뜻이고, '소(宵)'자는 ‘하늘 소‘자이다. 그러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덩굴의 기운 때문에 능소화라고 한다. 슬프다. 동시에 이 꽃은 과거 시험에 장원 급제하여 말을 타고 금의환양(錦衣換陽)할 때 머리에 쓰던 화관으로 장식했다고 해서 '어사화(御使花)'라고도 부른다. 조심할 것은 꽃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들어가 실명(失明)을 할 수도 있단다.
능소화는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비가 오는 때를 기다려 수십 개의 주황색 나팔을 불어 댄다. 다른 꽃은 바람 불고 비가 내리면 꽃잎을 닫지만 능소화는 그렇지 않다. 한번 펼쳐낸 꽃을 다시 오므리는 법이 없으니 자존심 하나만은 최고이다. 봄의 꽃들이 다 지고, 뜨거운 여름에 당당히 피는 꽃이 능소화이다. 꽃 피우는 것을 힘들어 하는 꽃은 없다. 핀 꽃이 덥다고 모습을 바꾸는 꽃은 없다. 장마 더위에 귀를 활짝 펴고 웃는 능소화를 보라. 일반적으로 꽃이 피고 질 때는 꽃이 시들어서 지저분하게 보인다. 그러나 능소화는 꽃이 질 때 예쁜 모습 그대로 뚝 떨어진다. 꽃이 시든 채 나무에 매달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옛날 양반집에 주로 이 능소화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생명의 그물(The Web of Life)>>은 신과학 사상의 대표주자로 유명한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가 1996년에 출간한 책이다.
카프라는 시간과 공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뉴턴의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상대성, 불확정성을 강조한 현대 물리학을 불교, 힌두교, 도교 등 동양 철학에 접목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모든 현상이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시스템적 사고로 생명과 생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과 모든 생명체는 촘촘히 짜인 그물망처럼 연결돼 서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설명의 핵심. 생명 시스템이라 이르는 복잡한 그물 속에서 각 생명체는 에너지와 자원을 서로 교환하며 연결돼 있다. 따라서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와 협동을 통해서만 생태계를 유지하고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생물의 다양성과 환경에 대한 유연성이 전체 생태계 유지와 인류의 생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자의 <<도덕경>> 제76장에 "목강즉절(木强則折)"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나무가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다. 봄날 돋아나는 새싹은 부드럽고(柔) 연하다. 그래서 살짝 데치기만 해도 먹을 수가 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이파리는 누렇게 변하면서 딱딱하게 마르기(枯槁) 시작한다. 겨울을 맞이하여 떨어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인간도 갓 태어난 아기는 부드럽고(柔) 약(弱)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단단(堅)해 지고, 강(强)해진다. 그리고 딱딱하고 굳으면 생을 마치고 죽음의 세계로 들어간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살아 있는 것이고, 단단하고 강해지는 것은 죽는 것이다. 노자는 이 두 가지를 비교하면 삶의 무리는 부드럽고 약하다고 강조한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하고 센 것보다 생명력이 있다는 반(反)의 철학이다. 강함은 겉으로 보기에만 우성이지 결과는 열성이다. 주관이 강하고 선입견이 단단한 사람은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다. 겉으론 설득 당한 것 같지만 내면은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자는 '도'와 '비도(非道)'를 부드럽고 약한 것과 단단하고 강한 것에 대비시켰다. 이런 대비는 앞에서도 자주 나왔다. 제36장에서는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하고 단단한 것을 이긴다고 했고, 제43장에서는 천하의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지극히 견고한 것을 뚫는다고 했다. 원문과 번역은 다음과 같다.
"人之生也柔弱(인지생야유약) 其死也堅强(기사야견강):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하다. 이를 다르게 풀면, 사람의 살아있음의 특징은 부드럽고 약하다는 것이며, 사람이 죽음으로 가는 길은 단단하고 강한 특질이 있다는 것이다.
萬物草木之生也柔脆(만물초목지생야유취) 其死也枯槁(기사야고고): 풀과 나무 같은 만물도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말라비틀어진다. 무르고, 마르고 시든다.
故堅强者死之徒(고견강자사지도) 柔弱者生之徒(유약자생지도): 그러므로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생명의 무리이다."
어린 아이의 손과 근육은 약하고 부드럽지만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노자가 '도'를 어린 아이에 자주 비유하는 것은 '도'가 함축하고 있는 생명의 기운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도'는 어린 아이처럼 부드럽고 약하지만 생명의 기운이 성성하다. '도'가 성하면 생명의 기운이 성한 것이고, '도'가 쇠하면 생명의 기운이 쇠한 것이다. 그래서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생명의 무리라고 했다. 군대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지는 것도 생명의 기운이 쇠했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살아 있는 것이고, 단단하고 강해지는 것은 죽는 것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하고 센 것보다 생명력이 있다는 노자의 반(反) 철학이다. 강한 것은 일시적으로 승리하지만, 부드러운 것이 결국엔 승리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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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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