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7월 6일)
주말에는 <<주역>> 이야기를 <인문 일지>에 쓰려고 한다. 오늘은 <<주역>>을 펼치면, 처음 제1괘인 <중천 건>의 괘사로 나오는 "원형이정(元亨利貞)" 이야기를 해 본다.
"원형이정"은 하늘이 갖추고 있는 네가지 덕 또는 사물의 근본 원리라고도 말한다. "원은 착함이 자라는 것이고, 형은 아름다움이 모인 것이고, 이는 의로움이 조화를 이룬 것이고, 정은 사물의 근간이다. 군자는 사랑(仁)을 체득하여 사람을 자라게 할 수 있고, 아름다움을 모아 예절(禮)에 합치시킬 수 있고, 사물을 이롭게 하여 의로움(正義)과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고, 곧음을 굳건히 하여 사물의 근간이 되게 할 수 있다." 선비를 꿈꾸는 나는 이 네가지 덕(德)을 행하며, "원형이정"의 순환을 마음농사의 도구로 삼고 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본성은? 이런 질문 때마다, 나는 맹자가 말한 다음과 같은 사람의 선한 본성으로 답한다.
▪ 측은지심에서 나오는 인(仁)
▪ 수오지심에서 나오는 의(義)
▪ 사양지심에서 나오는 예(禮)
▪ 시비지심에서 나오는 지(智)
맹자는 이 선한 마음으로 부터 유교의 핵심 덕목인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나온다고 했다. 이 마음을 맹자는 '사단(四端)'이라고 했다.
▪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사랑
▪ 잘못을 미워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 (羞惡之心)-정의
▪ 예의를 지키는 사양지심(辭讓之心)-예절
▪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시비지심(是非之心)-지혜
우리가 이미 잘 알다시피, 이 '네가지 단서'가 사람의 본성 속에 프로그래밍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사람의 '천성(天性)'이라 한다. 이 '사단'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할 마음이다. 그러니까 맹자는 이 네 가지가 사람됨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에서도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는 말이 나온다. 거기서 '원(元)'은 으뜸 원으로, 시작함을 나타내고, 형(亨)은 형통할 형으로 번창함을 나타나며, 이(利)는 이로울 이로 유익함을 나타내고, 정(貞)은 곧을 정으로 바르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성학십도> 제1도인 <천명도설>에 보면, 나무(木)는 동쪽에 있고, 거기 원(元)이라 적혀 있고, 불(火)은 남쪽에 형(亨), 서쪽에 이(利), 북쪽에 정(貞)이라고 적혀 있다. 나무는 생명이 시작하는 봄의 원기(元)을 상징하고, 여름은 뜨겁게(火) 곡식과 열매가 성장(亨)한다. 가을은 서늘(金)해지면서 수확(利)하는 계절이고, 겨울은 검은 불(水)의 긴 잠으로 꿋꿋하게 버티는 계절이다. 여기 까지가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고, 언젠가 <인문 일지>에서 공유한 적이 있다.
다시 요약하면,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 하늘(우주)의 섭리를 알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춘하추동 사시의 변화이다. 천도의 운행으로 발생하는 음양기운의 역동성은 우선 양 기운의 작용으로 만물이 생화(生化)하는 봄을 일으키고(元), 여름이 되면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서 형통하게 되며(亨), 가을이 되면 음 기운이 수렴작용을 일으켜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이로움이 되고(利), 겨울이 되면 다시 음 기운이 양 기운을 머금어 함장하게 되니(貞), 이러한 성정을 "원형이정"의 '사덕(四德)'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늘의 "원형이정"의 '사덕'을 본받아 인간은 봄의 원덕(元德)을 어짊(仁)으로 체화하고, 여름의 형덕(亨德)을 예(禮)로 체화하고, 가을의 이덕(利德)을 의로움(義)으로 체화하고 겨울의 정덕(貞德)을 지혜(智)로 체화하여야 한다. 그래서 '하늘의 사덕'은 "원형이정(元亨利貞)"이고, '인간의 사덕'은 "인예의지(仁禮義智)"가 된다.
"원형이정"은 <건괘>의 단사(彖辭), 즉 괘 전체의 의미를 말하는 괘사(卦辭)이다. <단전>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雲行雨施 品物流形 大明終始 六位時成 時乘六龍以御天 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乃利貞 首出庶物 萬國咸寧(대재건원 만물자시 내통천 운행우시 품물류형 대명종시 육위시성 시승육룡이어천 건도변화 각정성명 보합대화 내이정 수출서물 만국함녕)
도올 김용옥 교수의 멋진 번역을 공유한다.
"아~ 위대하도다!
건(乾, 하늘)의 근원이여, 시작이여!
만물이 바로 이 건에 뿌리를 박고 태어나니 천지대자연을 통솔하고 그 전 과정을 지배하는도다!
구름이 끼게 하고 비가 내리도록 하니, 그 생명력 속에서 온갖 품목의 사물들이 교섭하고 유행하면서 자기 고유의 형태를 갖추어 가는 구나!
저 빛나는 태양과도 같이 건괘는 모든 사물의 시작과 끝을, 그리고 또 시작을 크게 밝히는도다!
그리하여 여섯 효의 자리가 때에 맞게 이루어지는도다!
여섯 마리의 용이 때에 맞추어 제자리에 있으니, 어느 용은 물 속에 숨어 있고, 어느 용은 드러나고, 어느 용은 근신하고, 어느 용은 도약하고, 어느 용은 나르고, 어느 용은 지나치게 올라가네. 이 용들을 때에 맞추어 올라타면서 하늘의 운행을 제어하는 위대한 건괘여!
건괘의 도는 끊임없이 변하고 또 화하니, 그 과정을 통해 만물이 받는 품성과 하늘이 주는 명령을 모두 제각기 바르게 하는도다. 그로 인하여 온 우주의 교감하는 기가 보존되고 화합하니 이 조화야말로 이로운 것이요, 영원한 것이로다. 건괘는 천지간에 뭇 사물의 창조를 우두머리로 관장하니, 이 땅 위의 모든 나라들이 다 함께 평온할지어다!"
1. <단전>의 "원(元)"의 해석
"대재건원(大哉乾元)"은 감탄문이다. 그리고 "원"은 "만물자시(萬物資始)"라 했다. 만물의 창조적 에너지의 시작점이고 원점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원"은 "통천(統天)", 즉 '하늘을 통솔한다'는 거다.
2. <단전>의 "형(亨)"의 해석
"운행우시(雲行雨施)"부터 "시승육통이어천(時乘六龍以御天)까지가 "형"에 대한 설명이다. "형"은 변화를 의미하고, 과정을 의미하고, 때에 맞게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이 "통천"이라면, "형"은 "어천(御天)"이다.
3. <단전>의 "이(利)"와 "정(貞)"의 해석
"건도변화(乾道變化)"로부터 "만국함녕(萬國咸寧)"까지가 "리"와 "정"의 설명이다. 김용옥 교수에 따르면, "수출서물, 만국함녕"은 <단전>이 쓰여진 시대의 염원을 나타낸 것으로 본다. "만국이 다 함께 지구상에서 평화를 누리기를 염원한다"는 이상을 표방하고 있다는 거다.
<단전> 말고도 단사를 해설한 또 하나의 전(傳)이 있다. 그게 <문언(文言)>이다. 이 <문언>은 '건괘'와 '곤괘'에 한정되어 지어졌다. <문언>은 "원형이정"이라는 "사덕(四德)"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써 문장을 시작한다.
元者 善之長也; 亨者 嘉之會也; 利者 義之和也; 貞者 事之幹也.
(원자 선지장야; 형자 가지회야; 이자 의지화야; 정자 사지간야)
君子 體仁足以長人, 嘉會足以合禮, 利物足以和義, 貞固足以幹事
(군자 체인족이장인 가회 족이합례, 이물족이화의, 정고족이간사)
君子 行此四德者, 故曰: 乾,元,亨,利,貞.
(군자 행차사덕자, 고왈: 건,원,형,이,정.)
위의 원문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 '원'이라고 하는 것은 만물을 생하는 창조적인 좋은 기운의 으뜸이라는 뜻이다.
▪ '형'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관계를 지니는 인간이나 사물이 모여드는 것이다.
▪ '리'라고 하는 것은 모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마땅함의 날카로운 충돌을 조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 '정'이라고 하는 것은 사물의 형성과정에 있어서 그 근간이 완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문장을 풀이하면,
▪ 군자는 '인(仁)'을 몸에 체험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존장(尊長)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고('장인(장인)'을 '사람들을 자라나게 해준다'로 해석 가능)
▪ 좋은 사람과 사물들을 모을 줄 앎으로써 '예(예)'에 합치되는 삶을 살 수 있고,
▪ 사물을 이롭게 함으로써 정의로움의 충돌을 조화시킬 수 있고,
▪ 지조 있고 단단한 사람의 자세를 취함으로써 사물의 생성을 완결 지을 수 있다.
그 다음 문장을 풀이하면, 군자라면 모름지기 이 네 가지 덕성을 실천하는 자라야만 한다. 그래서 <<주역>>의 첫 머리인 <건괘>의 괘사로써 '건괘'는 '원, 형, 이, 정의 덕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라고 명시한 것이다. 내일은 "원형이정"애 대한 주희의 <문언> 주석을 살펴 본다.
주역의 "원형이정"을 생각하다, 박노해 시인의 것이 기억났다. 공유한다. "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삶에 대한 감사/박노해
하늘은 나에게 영웅의 면모를 주지 않으셨다
그만한 키와 그만한 외모처럼
그만한 겸손을 지니고 살으라고
하늘은 나에게 고귀한 집안을 주지 않으셨다
힘없고 가난한 자의 존엄으로
세계의 약자들을 빛내며 살아가라고
하늘은 나에게 신통력을 주지 않으셨다
상처 받고 쓰러지고 깨어지면서
스스로 깨쳐가며 길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위대한 스승도 주지 않으셨다
노동하는 민초들 속에서 지혜를 구하고
최후까지 정진하는 배움의 사람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
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와지라고
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
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복합와인문화공간뱅샾62 #주역 #충천건괘 #원형이정 #삼에_대한_감사 #박노해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삶은 그냥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5) | 2025.07.07 |
|---|---|
| 연대가 필요하다. (1) | 2025.07.07 |
| 모든 것을 억지로 하거나 꾸며서 하지 말고,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라는 것이 '무위의 가르침'이다. (0) | 2025.07.06 |
| 레비나스가 말하는 윤리적 주체란 타자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타자 중심적으로 사유하는 것이다. (1) | 2025.07.06 |
| 나마스테: 당신의 내면에 있는 신성(神性)에 경배한다. (3) | 202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