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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맥락효과"

박수소리 시대정신
4년 전글인데, 늘 유효합니다.

요즈음 언론을 보면, 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사건, 사람을 판단할 때, 각자의 "인식의 틀"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가 있다.  '탈원전'을 바라보는 시선, 남북 관계를 보는 시선, 장관 임명 등 정부의 인사 문제, 노동자들의 파업 등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인식의 틀에 따라 극명하게 나뉜다. 물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지만, 인식능력이 부족한 시민들에게는 대 혼란으로 느껴질 것이다.

"심성이 착한 사람이 영리하면 ‘지혜롭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기적이거나 또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영리하면 ‘교활하다’고 표현한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 사람을 판단할 때 그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같은 방향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맥락효과’라 부른다."

이러한 '맥락효과'의 심리적 틀에서 벗어나려면, 인간은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대아적 관점, 양심에 따르면, 모두가,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이익이 되는 방향을 생각하지만, 소아적 관점, 즉 인간의 욕심에 따르면 나만 이익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찰하지 않고, 일상의 흐름에 몸을 바치면, 누구나 처음 정보가 나중 정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해서, 전반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들을 비슷하게 연결해준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를 "인식의 틀"이라 한다. 위에서 말한 "맥락효과"는 인식 틀의 한 가지 방법이다. 사람마다 관점과 기준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인식의 틀도 다르게 작동한다.

문제는 인식의 틀은 흔히 편견과 왜곡 현상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는 거다. 좋게 말하면 주관이겠지만, 편을 가르는 가장 원초적인 잣대로 사용된다. 그러면 편을 가르며 구분하면,  내 편이 아닌 사람을 배제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로남불’이 그렇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니, 인식의 틀이 다르니, 이를 해석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배제를 하고, 다른 편을 '악'으로 규정하고 폭력도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러려니 하지만 여야 정당의 시각은 하늘만큼 땅만큼 갈린다. 웃긴다.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이 됐다” “소통과 탈권위로 통합의 가교 역할을 했다”와 “100일 동안 새 적폐가 쌓였다” “어떤 인사·정책에도 소통과 협치가 없었다”라는 등의 의견 차이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북한 문제에 들어가면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각자 인식의 틀이 완벽하게 편향적으로 작동된다. 전쟁설까지 나온 한반도 상황은 어느 누구도 정답을 내놓기 어렵다. 그런데 서로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 못한다고 상대방에게 손가락질만 하고들 있을 뿐이다.

모든 사건과 상황은 단일 요소로만 구성돼 있는 게 아니라 복합적이고, 모든 것은 상대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다 안다. 알면서도 그런 걸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인식의 틀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어, 정치가 씨끄러워 보인다.

정치적인 문제를 말할 때, 이젠 나부터 조심하여야 겠다. 내 인식의 틀을 먼저 살피고, 내가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정치적 판단을 조심하여야 겠다.

(국민일보, 김명호 수석논설위원(2017, 8, 18)의 칼럼을 읽고 생각한 것이다.)
국민일보에서 사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