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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선한 것은 얻기 쉽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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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6월 24일)

인기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이하 밀라논나)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녀를 지칭하는 수식어를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좋은 어른'이다. 포용력을 갖춘 어른, 무해한 영감을 주는 어른, 성공보다 성장을 권유하는 어른, 우리가 닮고 싶은 그런 어른 말이다.

그녀의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완고한 고집보다 유연한 소신을 가진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다.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평생 쌓인 경험과 지혜가 오롯이 스며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습득한 봉사와 검약의 생활 철학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조언을 전하고, 진짜 멋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밀라논나가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읽었다는 다음 세 문장이 오늘 아침 나를 위로 했다.
1. "인정받고 싶은, 사랑받고 싶은, 칭찬받고 싶은, 인기를 얻고 싶은, 대우 받고 싶은 욕망에서 저를 해방 하소서"
2. "천대받을까 두려워 하는 마음에서, 업신여김을 받을까 두려워 하는 마음에서, 잊혀질까, 조롱 당할까, 의심을 받을까, 두려워는 마음에서도 저를 해방 하소서."
3.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기 위해서 저를 해방 하소서".

남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남이 나를 중심에 두고 살면,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하나 없다. ‘밀며든다'라는 말을 사람들이 한다. 이 말은 ‘밀라논나에게 스며든다’라는 의미로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말이다. 왜 많은 사람이 이토록 밀라논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열광하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장지방보다 내공이 탄탄히 쌓인 어른이 되어 가소 싶다. 인생의 후반전을 경쾌하게 보내고 싶다. 이를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괜찮은 내일을 소망한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다시, 나는 밀라노나 처럼 다음 세 개의 질문을 진지하게 해본다.
1. ‘어떻게 나 다운 인생을 살 것인가?’
2. ‘어떻게 품위를 지킬 것인가?’
3. ‘어떻게 이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인가?’

분석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우선 따지지 말고, 만족스러운 평범함을 일상에서 실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실제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분석하며 너무 따지지 말고, 우선 실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평범한 삶'은 'It's ok'가 아닐까?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싸바(Ca va)"이다. 우리 말로 하면, '괜찮아'이다. 말 그대로 하면 '잘 나아가고 있어' 'va'의 동사 원형이 'aller'로 '영어로는 'go'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삶의 여행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산다는 게 그 거면 그만 아닌가?

나는 '인간은 길 위의 존재'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것을 노자는 간단하게 말했다.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이라 했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인간은 발을 땅에 디디고 길을 걸으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다른 인간들과 잘 어울려 살 뿐만 아니라, 지구의 동거 존재인 다른 동물들과 식물들과 잘 어울려 산다. 이게 "인법지(사람은 땅을 따른다)"이다.  그리고 땅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은, 하늘이 가져오는 물, 공기, 햇빛을 흠뻑 받으면서, 주어진 짧은 수명을 살면서,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 이게 "지법천(땅은 하늘을 따른다)"이다. 그리고  저 하늘에 있는 해, 달 그리고 모든 행성들은 지난 수 억년 동안 그랬듯이, 앞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노자 식으로 말하면 '도')을 하염없이 갈 것이다. 그게 "천법도(하늘을 도를 따른다)"이다. 그 길을 이탈하면 우주가 혼돈에 빠지기 때문이다. 우주가 운영하는 법칙인 '도'는 자연스럽다. 여기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거다. 그게 "도법자연(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따른다)"이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고, 스스로 그러하게, 물과 같이, 일상을 고요하게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저 낮은 곳으로 조용하게 흘러가는 거다. 그게 사는 것이 아닐까? 일부러, 억지로 살 필요 없다. '그만하면 괜찮은 삶'이라는 개념을 갖고, 그럭저럭 괜찮은 평범한 삶을 살 때, 우리는 늘 '싸바'라고 말한다. 무슨 힘든 일이 생기면, 프랑스인들은 '싸바 빠'라 말한다. 가는 길에서 이탈되었다는 거다.

에피쿠로스의 말이 소환된다. 그는 '선한 것은 얻기 쉽다'고 말하면서,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으로 의식주(衣食住)이다. 배고픔 목마름, 잠 등이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의 해결이 이에 해당한다.
2. 자연스럽지만 불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자연스럽지만, 고통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성적인 쾌감을 충족시키는 일이 그 예이다. 이런 행위들은 자연스러운 욕구이지만, 의식주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조절 가능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은 소유하면 할수록 더욱더 갈망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련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
3. 부자연스럽고 불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부자연스럽고 동시에 불필요한 것들이 있다. 과도한 돈, 권력, 명예, 핸드폰, 자동차, 고급 음식, 사치품과 같은 것들이다. 내가 이런 것들을 소유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약간의 불편을 느끼겠지만, 자연스럽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들도 아니다.
생존에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은 쉽다. 반면 명예와 권력을 얻기는 쉽지 않다. 선한 것은 단순하고 검소한 음식과 거주지이다. 이런 것들은 부와 권력과는 상관없이 조금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더 좋은 음식과 거주지를 원한다면 탐욕이 작동한다. 탐욕은 필요 없는 욕망과 걱정을 야기하며 불행을 초래한다. 명예란 덧없는 것이고, 권력을 좇으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없다. 돈도 마찬가지이다. 로또에 당첨된 후 인생이 망가진다. 일확천금을 얻은 사람들은 의심이 만아지고 탐욕스러워지며 친구에게는 버림받고 가족들은 그를 돈으로만 본다.

에피쿠로스는 이런 것들을 '허영(虛榮)'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니까 허영을 정의하면, 자기 자신에게 필연적인 것을 찾지 못해, 자신이 아닌 것을 엉뚱하게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잘 보여주었다. 허영(虛榮)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나는 어떤 한 단어를 한문으로 바꾸면, 그 단어의 함의(시니피에)가 더 쉽게 들어온다. 사전은 "자기 분수에 넘치고 실속 없이 겉모습 뿐인 영화(榮華)'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라고 정의한다. 나는 그걸 '허세(虛勢)'라고 보기도 한다.

우리는 길 위의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려 다가  옆 길로 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어쩌면 길 위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용감한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타인의 삶의 구경하다 깊은 여운에 빠지게 한 영화였다. 내가 꿈꾸는 노마드는 실제로 집을 떠나 거리에서 살아간 다기 보다, 정신적으로 노마드가 되고 싶은 거다. 찰스 핸디는 자신의 책, <<코끼리와 벼룩>>에서 "100세 시대에 코끼리에 붙어사는 것은 불가능하니 '1인 기업가'처럼 강인한 벼룩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뭍사람의 다리와 뱃사람의 다리가 다른 것처럼, 노마드의 다리는 정착인의 다리와 달라야 한다. 뭍사람은 배를 타면 작은 파도의 출렁거림에도 일을 못한다. 그러나 뱃사람은 균형감각을 잡아 폭풍우 속에서도 일을 한다. 노마드는 뱃사람처럼 심리적으로 굳건한 다리를 가져야 한다. 고체가 되어서는 안되고, 액체가 되어 늘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본의 한 가운데서 자본에 포기되지 않는 길을 열어 가겠다는 것이다.

늙어가는 길/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쉽습니다.

"아름답게/아름답게 걸어" "늙어 가는 길"에서 질병과 노쇠 때문에 돌봄이 필요해지는 기간을 단축하려면 젊을 때부터 4M 도메인의 상태를 건강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이 4M, 즉 내재역량의 균형이 필요하다. 정희원 교수는 "이동성(Mobility), 마음 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을 선택하여 "4M 건강법"이라 말한다.

이동성, 마음 건강, 건강과  질병 도메인 중 한 가지라도 극단적으로 훼손되면, 그 결과는 전신이 마비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고 고차원적인 욕구가 충족된 생활을 유지하려면 이 세 가지 도메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갈수록 변화하는 가치와 그에 따라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 사회에 적응하려면 소득원과 역량의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몰입할 수 있는 일의 기량을 꾸준히 배양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 그것이 주수입원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래서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직업도 된다면 업무 자체에서 보상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선순환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뛰어난 자질을 갖추게 된다. 반면에 일과 잘하는 것, 즐거운 것을 합치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차 고통과 스트레스로 채워진다. 이 스트레스는 마음 건강, 건강과 질병 도메인의 내재역량을 갉아 먹는다.

그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지속 가능한 노년 생활의 포트폴리오이다. 자연스러운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 마음 챙김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머릿속의 보상체계와 몰입 력을 갖춘 상태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듦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시간이 정해진 스포츠와는 달라서 인생의 후반전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전반전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 전반전에서 열심히 뛰었다고 해서, 후반전은 가만히 벤치에 앉아 경기가 끝나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을 쓴 한소원 교수는 "나이 드는 일이 '안정'추구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추구여야 한다"고 했다.

인간은 그 어떤 작은 단위의 시간에서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존재이다. 목표를 향해 오직 끝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길 자체를 즐거워하고, 때로는 옆길을 기웃거리며 살아가는 거다. 누군가에게 "어떤 인생을 원하는 가"라고 질문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행복', '사랑', '의미' 이런 단어들이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미 없는 성공이나 곧 사라질 욕심에, 남들이 한다니까 나도 해야 하나보다, 허무함과 무의미함에 넘어가지 말고,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는 거다. 그 길중의 하나가 끊임없이 '변화'를 찾는 거다.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더 현재를 집중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현재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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