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삶을 아주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그 길에 터득한 것이 주말농장을 가꾸는 일이다. 어제는 약간의 감자를 수확했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내가 보여준 노력에 비해 흙은 배반하지 안 했다.
그리고 유한한 내 삶에서 나보다 뛰어나거나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나는 혼자 논다. 어제도 동네 카페에서 흘러가는 뭉게구름들을 보며, 혼자 『햄릿』 을 다시 읽었다. 나는 고전 『햄릿』 을 통해 삶의 몇 가지 원칙을 배웠다. 오늘 공유하는 시의 "추신"에 적어 둔다. 배움(學)이란 습관(習)이다. 어미 새의 비행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목격한 어린 새는 스스로 날개를 퍼덕이며 비행을 스스로 연습해야 비로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배움의 실질적인 행위로 보강되지 않는다면, 그런 배움은 거짓이다.
어쨌든,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오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기술 절반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지독한 고전읽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디슨도 고전 독서가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고전은 오랜 세월의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고전을 만나면, 그것을 읽는 자에게 위대한 상상력을 선사한다.
그래 어제도 주말농장을 다년 온 후, 한적한 동네 카페에서 나는 구도(求道)하는 마음으로 삶의 순례(巡禮)를 했다. 생 우유 아이스크림에 익스프레스 투 샷을 넣은 아포카토를 마시면서. 순례자는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감사해 하면서, 그리고 나눠 가지면서 삶을 산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순례자처럼 살고 싶다.
텃밭에서/노경아
해거름이다
고추 몇 포기 심어 둔 텃밭에 나간다
서투른 호미질로 풀을 매다가
뿌리내린 목숨을 뽑아내는 일이
자꾸 미안해진다
미안해서, 먼 산 바라본다
저녁 빛이 가만히 스며든
초록의 숨결이 짙어 간다
내가 한 때 몰입했던 求道心도
한 낮에 일렁이던 그림자 같은 건 아니었는지
텃밭에 앉아서 나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간 순례자를 생각하고
그 밭에 고추 몇 포기 심는 일이나, 풀을 뽑아내는 일이나
풀을 뽑다가 그만두는 일이나
그만두고 게으르게 초록에 반하는 일이나
모두 巡禮를 떠나는 일이 아닌지 생각한다
산아래 마을에서
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노경아 #와인비스트로뱅샾62
PS
16세기 작품인데 지금도 유효해 보이는, '비열한' 재상, 플로니어스가 자기 아들에게 말하는 '처세술(處世術)'들을 오늘 아침 공유한다.
- "네 생각을 발설하지 말아라."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답답해 한다. 그래 난 내가 먼저 내 생각을 말한다. 그게 문제가 된 적이 많다. 그래도 난 내 생각을 먼저 말하리라.
- "절도 없는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도 말고, 친절하되 절대로 천박해지면 안 된다." 글쎄, 생각을 함부로 행동으로 옮기지 말고, 천박해지지 말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지 친절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 배운 다음의 기도를 한다. "내가 가능한 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갖기를. 만약 내가 이 순간에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친절하기를. 만약 내가 친절할 수 없다면 판단하지 않기를. 만약 내가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면 해를 끼치지 않기를. 그리고 만약 내가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최소한의 해를 끼치기를" 기도한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말하기 전에 내 자신이 저지른 허물을 볼 것이다.
- "있는 친구들은 겪어보고 받아들였으면, 그들을 내 영혼이 쇠고리로 잡아 메라. 허나 신출내기 철없는 허세꾼들 모두를 환대하느라 손바닥이 무뎌 지면 안 된다." 좋은 친구들은 소중하게 하고, 별로인 친구들은 만나지 말라는 말에 동의한다. 어리석은 자와는 길벗이 되지 않고, 혼자 놀기로 했다.
- "싸움에 낄까 조심해라. 허나 끼게 되면, 상대방이 날 알아 모시도록 행동하라." 남의 일에 가능한 끼어들지 않는다. 특히 비난 받을 사람을 칭찬하지 말고, 칭찬해야 할 사람을 비난하는 일을 삼간다.
- 귀는 모두에게, 입은 소수에게만 열고, 모든 의견을 수용하되 판단은 보류하라." 말보다는 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말을 아끼려면 가능한 다른 이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 없이 그리고 무책임하게 타인에 대해 험담을 늘어 놓는 것은 바쁜 버릇이다.
- 지갑의 두께만큼 비싼 옷을 사 입되 요란하지 않게, 고급으로 야하지 않게. 왜냐면 복장을 보고 사람을 아는 수가 많으니까. 최고위급 프랑스 사람들이 그 점에서 단연 으뜸가고 가장 귀티 나지." 그 당시도 프랑스가 패션의 나라였는 가 보다.
- "돈은 꾸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아라. 왜냐하면 빚 때문에 자주 돈과 친구를 함께 잃고, 또한 돈을 빌리면 절약심이 무디어 진다." 좋은 삶의 지혜이다.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진실되어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거짓될 수 없는 법이다. 자기기만을 조심하라는 말은 16세기부터 유효한 말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간은 다윈의 생각처럼 영악하게 진화한 침팬지 이상이다. (1) | 2025.06.24 |
|---|---|
| 인생 후반전은 최고보다 최적을 택해, 오래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 | 2025.06.24 |
| 개인은 명민한데,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다. (1) | 2025.06.24 |
| 다른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 (4) | 2025.06.23 |
| 필요 이상으로 강해지려는 욕심은 버리라. (12) | 2025.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