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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에콜로지(생태)에 대한 야심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에콜로지(생태)에 대한 야심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6월 28일 2차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파리시의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은 이번에도 녹색당과 연합해 2차 선거에 나선다. 프랑스 선거는 1차와 2차 결선 투표로 두 번 치루어 진다. 1차에서  득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하면  상위 2명을 뽑고, 그 두 명이 다시 2차에서 결선 투표로 승패를 가른다. 1차에서 지지율 30%를 확보하고, 10%를 얻은 녹색당의 다비드 벨리야르(David Belliard)와 연합하며 승기를 굳힌 이달고 시장은 '에콜로지', '연대', '건강'을 향후 6년간의 파리 시정을 결정짓는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향후 시정 플랜을 지난 6월 16일 발표했다.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그 기사에 대한 한국인들의 댓글에는 '역행이 아니냐'면서 비꼬는 것들이 많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파격적인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달고 시장 후보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우리를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기 위해, 사회적 정의와 환경 보호는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에콜로지(생태)에 대한 야심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도시가 회복될수록 우리의 건강 또한 잘 지켜질 수 있다. 따라서 에콜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위한 가치의 중심에 놓일 것이다."

다음은 그녀가 발표한 향후 6년간의 시정 플랜 '파리를 위한 선언(Le manifeste pour Paris)'들의 주요 내용들이다. 자세한 설명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① 파리 전역 운행속도 30km/h 제한: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복합적이다.
② 3대 건설 계획 백지화, 제3의 숲 조성:  "더 이상의 콘크리트는 사양"이다.
③ 주차장 면적 절반 축소,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파리 전역을 오직 자전거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④ 생태기후적 지역도시계획(PLU: Plan local Urbanisation): 파리에 지어지는 모든 건물들이 준수해야 하는 생태기후적 건축 기준이 만들어진다.
⑤ 디지털 광고판 퇴출: 그 자체로 과다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디지털 광고판들이 모든 공공장소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⑥ 에어비앤비 주택 사들여 저렴한 공공임대: 사회임대주택도 건설이 아니라, 기존의 사무실이나 주거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⑦ 파리시민의 식량주권 확보: 파리시는 또 다른 보건 위기에 대비해, 파리 시내와 파리 외곽지역 농가의 유기농산물 공급체계를 통해 식량 주권을 확보하기로 한다. "최대한 대안적인 가축 사육" 또한 지원할 계획이다.
⑧ 새로운 연대의 창조: 코로나로 인한 이동 통제 시기에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던 시민들 끼리의 상부상조 행동과 모임을 정례화하고, 시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개 구마다 '연대 센터(Fabrique de la solidarité)'가 설치된다.

코로나 전후로 치러지게 되는 1차, 2차 투표 사이에 파리시의 시정(市政)은 역병의 위기가 주는 교훈을 온전히 흡수하며 또렷한 방향성을 획득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에 대한 담론들은 많지만, 내 삶에 적용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나는 얻었다.

오늘 아침도 이면우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작은 것이, 느린 것이, 단순한 것이 아름 답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모처럼 동네 탄동천을 느리게 걷다가, 자연의 색인 녹색에 반해 한 컷 찍은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쓰지 신이치의 <슬로 이즈 뷰티풀>을 다 읽을 예정이다. 그리고 내 삶도 속도를 '확' 늦출 생각이다. 우리는 항상 서두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돈'이라고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하다. 그러다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시간은 생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나치게 서두르며 사는 것은 생명의 무모한 소모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일부 코로나-19 확진 자의 동선들을 보면, 너무 많이 돌아 다닌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래 나는 오늘 아침 시를 여러 번 읽는다.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이면우

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 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면 뒤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겆이,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쓰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되면 그 작은 에너지로도
언젠가 우주의 중심에 가 닿을 수 있지 않겠는가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지혜를 끄집어내는 사람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쉽게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질문하라고 한다고 질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 안다. 질문하는 게 나은지, 가만있는 게 나은지?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또 답을 한다. 그럼 어떻게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가? 이때 중요한 것이 심리적 안정감이다. 즉 마음 놓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조직의 비전에 동참하면서 자기 의견을 낼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거이다. 그런 사람은 이렇다. 조직원들에게 늘 질문하고, 그들의 답변을 열심히 듣고,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물어보고, 그들 의견에 동의하면 이를 반영하고, 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바쁘게 살다 보면, 우린 삶 속에서 늘 주객(主客)이 전도되기 쉽다.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을 잊고, 부수적인 일에 시간을 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본질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1)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본질(業)은 무엇인가? (2) 자신은 본질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가? (3) 자신의 본질에 충실한가? 등이다. 나는 여러가지 일을 한다. 그러나 나의 본질은 인문운동가이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 내 업이다. 이를 위해 아침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쓰며 나를 관조하고, 그 내용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인문운동가는 나 자신을 보다 더 나은 나로 키우면서 주변 사람들과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 사회를 성장시키는 인문정신을 키워주는 운동가이다. 한 단계 더 높은 삶과 공동체를 이루는 꿈을 함께 꾸자는 것이다.
최근에 'You raise me up'이라는 노래를 배우고 있다. 그 가사 중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가 여러 번 나온다. 그 뜻은 '당신은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이 되도록 나를 일으켜 세운다'이다. 그 사람이 인문운동가가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어제보다 오늘이 여러 측면에서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지식이 있어야 하고, 내공이 필요하다. 남을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 선도하려면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답하는 습관에서 질문하는 습관으로, 굳은 의견을 주장하던 습관에서 인식을 근거로 대화하는 습관으로 건너가야 한다. 건너 가면 우리의 '얇고 가벼운 성정(性情)'은 '두텁고 중후한 성정'으로 바뀐다.

그리고 나는 위대한 개인이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고 보고, 각자 깨어나 위대한 개인이 되도록 도우며 기여하려고 한다. 위대한 개인이 되는 데 필요한 것이 자기 반성 능력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수 없는 사람은 위대한 개인이 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잘나가면 들뜨고 우쭐하게 된다.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해 온갖 폼을 잡고 다닌다. 그런 사람들의 주변에는 아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자기 모습을 잊게 된다. 그러므로 자기 반성 능력이 있으면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자기 반성을 하는 사람들도 여러 층위가 있다.
- 제일 높은 층위는 잘나갈 때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다. 잘 나갈수록 더욱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 두 번째 층위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다.
- 세 번째 층위는 어려움에 빠져도 자기를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를 돌아보는 대신 남 탓을 하고 환경 탓을 한다. 공자는 이를 '곤이불학(困而不學, 곤란을 겪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라 했다.
자기 반성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 2인칭의 눈이 아닌, 제 3자, 즉 3인칭의 눈으로 지금의 자기 자신인 '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늘 지적 자극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을 우선 조심해야 한다. 아부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쓴 소리를 하거나 정확한 현실을 말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변에 가까이 둘 사람을 고르려면, 그가 가장 힘들었던 상황은 무엇이고,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거기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 그 사람에게 질문하여 보라고 한다. 극도로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했다면 그 사람의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봐도 좋다. 그리고  저자는 "물어봐 주었으면 싶었는데, 묻지 않은 것이 있는 말해 보라"고 질문을 꼭 던지라고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의 우선순위가 나오기 때문이다.

덧붙임: 향후 6년간의 시정 플랜 '파리를 위한 선언(Le manifeste pour Paris)'들의 주요 내용은 블로그로 가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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