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복합와인문화공간뱅샾62 #흉터 #네이이라_와히드 #아파리그라하 #와비사비
275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6월 19일)
인도에는 '움켜잡지 않기'라는 오랜 전통이 있다한다. '아파리그라하(aparigraha), 무소유, 집착과 탐욕이 없는 상태)'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 식탁 예절부터 시작한다. 주인이 손님에게 음식을 친절하게 권해도, 손님은 처음에 이를 공손히 거절하는 것이 예의이다. 식사를 할 때는 한 웅큼 가득 집어 오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 취한다. 얼마나 가져올지는 각자 스스로 정한다. 그것도 의식적으로 말이다. 이 아파리그라하는 식탁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타인의 약점을 악용하지 않으며, 더 많이 가질 수 있음에도 적절한 수준으로 제한한다. 그럼으로써 정신적인 상태는 더 큰 만족감과 여유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한계가 없는 소유는 탐욕, 과대망상과 연결된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곧바로 다른 목표를 향해 질주하게 된다. 단테는 무절제를 이탈리어로 인콘티넨차(incontinenza)라 불렀다. 이 말의 원래 의미는 '요실금'이다. 인간이 자신의 정신을 다듬지 못하고 영혼을 돌보지 않으면 요실금처럼 품격을 망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 현대인들은 성적인 방종, 과도한 음식 섭취, 쇼핑중독, 과도한 분풀이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이라는 요실금에 걸려 있다.
만족을 모르고 그렇게 행복을 좇는 사냥을 끝없이 펼치다 보면 결국 얻게 되는 건 불행이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을 알자.' 이 말은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分數)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앎'이란 뜻이다. 자기 분수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만족하면서 편안히 지낸다는 거다. 윤리적으로 인격이 높은 덕망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잣대로 오만(傲慢)에 빠지거나 자만(自慢)하지 않고, 크고 작은 일을 나 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삶의 아름다운 향기가 풍긴다. 이렇듯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욕심을 버리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이야 말로 '멋진' 삶이 아닐까? ‘안분지족’은 노자 <<도덕경>> 제44장의 다음 문장을 소환한다. "知足不辱(지족불욕) 知止不殆(지지불태) 可以長久(가이장구)" 이 말은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치욕을 당하지 않고, 적당할 때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으니 오래오래 삶을 누리게 된다'이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구절이다.
만족(足)을 알고 그치는(知) 것이 내 몸을 살리고, 내 정신을 행복하게 하는 최고의 해답이다. 이 구절을 가지고 노자의 철학이 소극적이고 허무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의 주체는 성공한 귀족이거나 권력자이다. 이미 성공이라는 문턱에 다다른 사람에게 하는 경고이다. 자신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더 큰 탐욕을 보일 때 벌어지는 참사에 대한 경고이다. 소유는 나눔을 통해 빈자리가 비로소 채워진다. 지속(長久) 성공과 생존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안분지족'의 소박함은 칭찬과 인정의 문제 와도 관련이 있다. 자신에게 귀속되는 양보다 더 많이 요구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화자찬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만족은 겸손을 갖추었을 때 라야 비로소 효과가 있는 법이다.
일본의 미학에는 '와비사비'라는 개념이 있다. '와비사비'는 '미완성', '단순함'을 가리키는 '와비'와 '오래됨', '낡은 것'이란 의미의 '사비'가 합쳐져 '미완성의 아름다움, 완벽하지 않은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의미다. 어떤 사물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 변색되거나 뒤틀린 오브제들은 결코 결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물건을 더욱 특별히 만들어 주는 표식이다. 즉, 그 안에 강인하고 진실한 삶이 숨어 있는 것이다.
시끄럽고 눈에 띄는 특성이, 혹은 규칙적이며 잘 다듬어지고 흠이 없는 점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한 사람이 내뿜는 단 하나밖에 없는 가치일 때이다.
'와비사비 라이프'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이다. 적당한 삶을 가리키는 스웨덴의 '라곰', 나와 친밀한 이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하고 느긋한 삶을 추구하는 덴마크 '휘게', 미국의 킨포크 라이프 스타일을 아우르는 삶의 방식 같다. '와비사비'는 부족한대로 그 자체를 즐기며 사는 소박하고 느긋한 마음이 핵심이다. '와비사비'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준다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우리가 삶으로부터 얻은 긁힌 자국들은 결코 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성과를 내려고 스스로의 힘을 소진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와비사비는 진짜인 모든 것에 다가간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순한 진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머물지 않으며, 어떤 것도 끝나지 않고,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다."(리차드 파웰, <<와비사비 심플>>)
내 행복을 타인에게 걸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 자의식을 가지고 긴장하지 않는 삶을 다음과 같이 살아갈 수 있다.
- 눈에 뜨지 않고 소박하지만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삶
- 다른 사람의 기준과 요구에 내 행복을 걸지 않는 삶
-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삶
이와 같은 독립성이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독립성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공간을 주고 그들의 중요성을 존중한다는 것이기도 한다. 그들을 지배하거나 위협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대한다는 의미이다. 겸손은 다른 사람들을 내 삶으로 기꺼이 초대하는 것이다. 오늘 화두에 어울리는 짧은 시를 공유한다. 그리고 아침 사진은 작은 꽃 큰 꼭이 서로의 자리를 내 부면서 다투지 않고 서로 뽐내는 모습을 보고 찍은 것이다.
흉터/네이이라 와히드(얼굴 없는 시인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시인)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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