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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2·3 내란으로 인해 시작된 정치적 혼란은 일단락되었다.

329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6월 4일)

조기 대선에서 민주 진영이 승리하면 <인문 일지>는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기로 다짐했다. 오늘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이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하려 한다. 오늘부터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이로써 12·3 내란으로 인해 시작된 정치적 혼란은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밖에 없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의 글을 갈무리하여 공유한다. 나 자신도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기도 하다. 

 


1
새 대통령의 역할
▪ 새 대통령은 우선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는 데 주력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찍지 않은 유권자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 선거 후유증이 최소화되려면, 당선자의 신중한 언행이 매우 중요하다. 
▪ 또한 적절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사를 통해 정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을 폭넓게 써야 한다. 지금은 ‘논공행상’을 할 때가 아니다.

2
새로운 정치를 복원하려면,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그동안 밀린 현안들, 긴급한 위기 상황들에 대처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최악이다. 정당들이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 이긴 정당이든 패배한 정당이든 ‘정치의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강제해내는 시민사회와 주권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 정당들은 가장 우선해서 ‘제도 개혁’의 정치를 해야 한다. 여당은 스스로 ‘공생과 통합의 정치’를 열어가야 대통령의 부담이 줄어든다. ‘공생과 통합의 정치’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특히 헌법 개정이나 선거제도 개혁은 대통령이 관여하기 어려운 일인 만큼, 여당이 야당들과 협의해 즉각적인 논의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3
여러 차례 개헌 의지를 밝혀온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 개헌 논의가 대선 직후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헌법 개정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지방 선거와 동시에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일정이다. 
▪ 2028년 국회의원 총선과 동시에 헌법 개정을 하자는 얘기도 있지만, 대통령 임기 3년 차가 되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성격의 총선을 앞두고 정당 간에 헌법 개정안을 합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2026년 지방 선거까지가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는 적기이다.

4
장치권의 역할도 있다. 12,3 내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도 필요하다. 내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내란을 덮고 갈 수는 없다. 
▪ 윤석열 정권 동안의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도 필요하다. 권한 없는 자가 국정을 농단하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이 동원됐다면, 그것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란과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와 감사는 수사·감사 기관에 맡겨야 한다.
▪ 정치권의 역할은 특별 검사가 필요한 사안들을 추려 특별 검사를 도입하는 것, 그리고 수사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를 점검하는 정도가 돼야 한다. 정치권이 주력해야 하는 것은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 그 외의 여러 법·제도 개혁이다.
▪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당연히 논의돼야 하지만, 현안과는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 어차피 제도를 개혁해도 일정한 유예 기간이나 준비 기간을 두고 시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개혁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5
시민 사회의 단체들도 역할을 해야 한다.
▪ 시민 사회는 정치권이 제도 개혁을 하게 끔 압박하면서, 지역에서부터 ‘사회 대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은 내란 종식과 함께 한국 사회가 크게 변화하기를 소망했다. 불평등과 차별이 사라지고, 기후위기와 지역위기 등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변화를 소망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희망을 얘기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도 이슈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번에는 헌법 개정 등 제도 개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그리고 지역에서부터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하고,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을 타파하며, 주민들의 삶을 위한 개혁을 이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역에서부터 ‘사회 대개혁’을 공론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인 ‘사회 대개혁’의 흐름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권자들의 역할이다. 
▪ - 누군가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주권자인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그랬다. 
▪ - 결국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다. 이 세상을 더욱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일의 투표만이 아니라 일상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6
다시 강조하지만,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인간 답게 살자는 목표를 공유하며 모여 사는 곳이 사회다. 그래서 사회에는 권위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기꺼이 동의하는 권위가 발휘되어야 서로 다른 생각들이 충돌하고 갈등할 때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어서 이다. 그러면 권위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권위(權威)는 ‘권(權)으로부터 발원되는 위엄, 위세’라는 뜻이다. '권'이 위엄, 위세의 근거라는 얘기다. '권'은 저울추를 가리킨다. 저울추는 눈금이 매겨 있는 저울대의 한쪽에 거는 일정한 무게의 쇠다. 저울대의 한쪽에는 저울추를, 반대쪽에는 재고자 하는 물건을 걸어놓은 다음 저울추를 양옆으로 움직여 저울대가 평형을 이루게 되면, 그때 저울추가 있는 곳의 눈금이 바로 물건의 무게가 된다.

이렇게 저울추, 곧 '권'은 균형을 잡아주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권위'에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위엄, 위세 등이 이러한 균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통찰이 담겨 있는 셈이다. '권위'는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행사한다고 하여 통용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것은 기울어진 것을 바로잡을 때 비로소 위엄을 갖추게 되고 위세도 떨치게 됨을 일러준다. 권위가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균형을 구현해내는 사회적 조절 장치인 까닭이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권위의 행사를 보장받은 기관이 기본으로 추구해야 하는 바가 바로 균형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기관이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령 대법원은 특정 대학 학과 출신이 정원의 반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적 다양성을 갖춰야 사회 구성원의 상이한 사고와 이해관계 등이 조금이라도 더 반영될 수 있게 된다.

다만 '권(權)'이 무조건 균형을 추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권'은 임기응변 정도로 풀이되는 ‘권도(權道)’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런데 이때의 임기응변은 '도'를 실현하기 위함이지 그저 그때그때 되는대로 함을 말하지 않는다. 권도에 ‘도’ 자가 들어 있는 이유다. 균형을 잡음도 '도'의 실현, 민주 헌정 사회체제로 말한다면 헌법정신의 실현이라는 대전제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에게서 배운 것이다.

무엇인가 시작할 때, 가능성부터 따지는 착실함은 덫이다. 착실하게 가능성을 묻기 시작하면, 꿈도 그럴싸한 계획으로 내려앉는다. 꿈에는 항상 불가능의 냄새가 난다. 불안에 굴복하지 않고, 박수 소리에 취하지 않고, 치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승자이든, 패자이든, 모두 오늘 공유하는 글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를 하며,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서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
생각을 빛나게 하여 웃음이 많게 하소서

인내하게 하소서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

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음악을 듣게 하시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시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키게 하소서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게 하시고
그 사람의 참 가치와 모습을 빨리 알게 하소서

사람과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하소서

나이가 들어 쇠약해질 때도 
삶을 허무나 후회나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을 좋아하게 하소서

삶을 잔잔하게 하소서
그러나 폭풍이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게 하시고
고난을 통해 성숙하게 하소서

건강을 주소서
그러나 내 삶과 생각이
건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소서

질서를 지키고 원칙과 기준이 확실하며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도록 하시고
성공한 사람보다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언제 어디서나 사랑만큼 쉬운 길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늘 그 길을 택하게 하소서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