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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이 벌써 4월의 마지막 날이다.

326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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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벌써 4월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아침 사진이 나만의 '커렌시아(Querencia)'이다. 신록이 시작되는 내 채마밭이 있는 주말 농장이다. 아침을 보내고 집에 오는 길에 찍은 거다. 이번 4월은 너무 많은 뉴스로 긴 한 달이었다. 우리 사회가 큰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번 4월의 뉴스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과 그의 삶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쓴 마지막 편지에서도 개인적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피할 수 없다면 품어주십시오./누가 해야 할 일이라면/‘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십시오." "이 세상의 일들은/저마다의 순리로 흐릅니다.//우리가 할 일은 그 흐름 안에서/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오늘의 화두는 '마음의 여백' 이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프란치스코 교황

이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나는 오늘, 이 삶을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작은 고백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매일 세수하고, 단장하고,
거울 앞에 서며 살아왔습니다.
그 모습이 '나'라고 믿었지만,
돌아보니 그것은 잠시 머무는 옷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이 몸을 위해
시간과 돈, 애정과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아름다워지기를,
늙지 않기를,
병들지 않기를,
그리고… 죽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죠.

하지만 결국,
몸은 내 바람과 상관없이
살이 찌고, 병들고, 늙고,
기억도 스르르 빠져나가며
조용히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식도, 친구도,
심지어 이 몸뚱이조차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인연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구름처럼 머물다 스치는 인연입니다.
미운 인연도, 고운 인연도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피할 수 없다면 품어주십시오.
누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십시오.

억지로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오늘, 지금 하십시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온 마음을 쏟아주십시오.

울면 해결될까요?
짜증내면 나아질까요?
싸우면, 이길까요?
이 세상의 일들은
저마다의 순리로 흐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흐름 안에서
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조금의 양보,
조금의 배려,
조금의 덜 가짐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숨구멍이 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세상을 다시 품게 하는 온기가 됩니다.

이제 나는 떠날 준비를 하며,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 삶에 스쳐간 모든 사람들,
모든 인연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이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 찬
기적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삶에도
그런 조용한 기적이 머물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2
충만한 삶 속에서 기쁘고 평온한 삶을 살려면,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대신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을 갖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극단을 멀리하는 거다. 그러면서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지 말고, 중용을 추구하는 거다. 소박하게 지낸다. 드높은 소나무는 바람에 자주 흔들리고, 가장 높은 탑은 더욱 육중하게 무너져 내리며, 산꼭대기는 번개를 맞게 되는 법이다. 순풍이 불어 돛이 부풀어 오를 때 돛을 다시 접을 수 있어야 한다. 평온한 삶은 무기력한 삶이 아니다. 본능적 과시욕을 자제하려면 용기와 명철한 정신이 필요하다. 가진 게 많을수록 잃을 것도 많은 법이다. 평온과 평안은 다르다. 평안은 일시적인 상태라면, 평온은 지속적인 상태 같다. 평온의 사전적 해석이 "조용하고 평안함"이다. 평온, 냉정, 침착은 동요, 흥분, 소란이 없는 마음의 평화를 뜻하는 정신 상태이다. 이는 평온함, 고요함, 평화의 상태를 의미한다. 평온함은 마음의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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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잘 설명한 전우용 교수의 글을 공유한다. "‘평화(平和)’를 글자 뜻 그대로 풀면 ‘수평적 조화’입니다. 위 아래 격차가 없는 것이 ‘평(平)’이니 그와 반대되는 글자는 ‘차(差)’입니다. 서로 어울리는 것이 ‘화(和)’이니, 그와 반대되는 글자는 ‘별(別)’입니다. 문자의 뜻으로 보자면,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이 아니라 '차별'입니다. 평화는 '압도적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인도'로 이루어집니다. 하마스에 비해 '압도적 힘의 우위'를 가진 이스라엘이 '평화'를 이루지 못한 것도, 정의와 인도를 버리고 '압도적 힘의 우위'에만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다른 이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고 대접하는 마음이 평화의 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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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에너지로 살아갈 때도, 힘든 상황을 극복할 때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다. 통제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활력을 높이고 성과를 높이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모든 것을 무기력하고 피폐하게 만든다. 고음의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바이올린도 연주가 끝났을 때 현을 풀어놓지 않으면 다음 연주에서 더 쪼아야 하고 결국 터지게 되어 있다. 힘든 역경의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극복하는 첫 번 째가 평온함을 유지하는 일이다. 부정적 자극과 생각을 멈추고 긍정적으로 달려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마음의 평온함이다. 행복한 사람의 공통점은 어떤 경우이든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어 '커렌시아(Querencia)'는 평온한 곳, 안식처, 휴식처 등을 뜻한다. 한때 소비 트렌드로 선정된 바 있는 이 단어는 투우장의 탈진한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기 위해 찾아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도시화, 산업화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기만의 힐링 공간을 두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잠시 온전한 쉼의 여유를 얻는 곳이다. 현대인의 그러한 공간이 바로 '커렌시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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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커렌시아', 마음의 평온함을 일상에서 유지할 수 있는 실천은 다음과 같은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바꾸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수용한다.
상황이든 감정이든 어쩔 수 없는 것,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실랑이를 하면 부정적 감정에 지배당하거나 자신을 비난할 수밖에 없다. 걱정하고 고민하고 자신을 책망하면서 뭔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마음의 평화를 지켜갈 수 없다.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되 따른다. 노자가 말한 "반자도지동"이다. 하늘의 '도'이다. 세상의 '진리'라 말할 수도 있다. '도(道)'의 핵심 내용은 반대 방향을 지향하는 운동 력, 즉 반(反)이다.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동양 철학이고, 이를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해석한다. 반대편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운동력으로 해서 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거다. 이 운동력은 바로 자연이 본래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노자는 보는 거다. 쉽게 말해서, 만사는 그저 한 쪽으로만 무한히 뻗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한 쪽으로 가다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이게 우주의 리듬이라는 거다.  어떤 상황이 극에 이르면 반전(反轉)하여 거꾸로 전개 된다는 이런 우주의 존재 방식이 노자가 말하는 "반(反)"이라는 거다. 그리고 노자는 바로 이어서 "약자도지용"이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약(弱)한 것이 '도'의 운영 방식(用)"이라고 노자가 말하는 것은 강하고 센 것보다는 약한 것이 반전을 격발 시킨다는 것으로 본다. 강한 것은 결국 부러지고 고꾸라지니,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약"은 부드러움(柔), 비움(虛), 낮춤(下)을 총칭하는 말이라는 거다. 이런 생각에서, 억제하지 않고 인정하고 수용할 때 매듭이 풀리고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상황은 통제할 수 없어도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즉 대응할 수 있는 거다. 반응과 대응은 다르다. 반응은 본능적인 행동을 뜻하고, 대응은 의식적인 행동을 뜻한다. 반응은 주로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상대방이나 상황에 내맡기는 수동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반면, 대응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바꾸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수용을 통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매듭을 끊어 버리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평온함을 유지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나마 다행인 이유를 찾는다.
감사하는 마음은 기분과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육체적으로 더 건강하게 만든다. 감사는 감사를 느끼는 자신을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고 평소에 보이지 않던 긍정적인 측면과 가치를 찾아 그곳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매일 감사를 쓰고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의 수용력은 커지고 평온함은 가까워진다. 감사가 모순적으로 느껴지고 더 어렵게 만든다면 그나마 다행인 이유를 찾아보자. 상황을 인정하고 불행이 운명처럼 달라붙어 마음에 여백을 만들고 힘겨운 상황을 주체적으로 소화할 힘을 제공한다. “긍정적인 작은 틈”을 확대해서 마음이 평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작은 틈에서 쉬는 감각을 키우자. 그 틈이라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글로 써 보면 더 좋다.    

▪ 내면의 비판자, 부정적인 자기 대화를 끊는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적 혼란을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은 ‘내면의 비판자' 이다. 과장되어 있지만 가장 잘 믿고 속는 것이 내면의 부정적인 소리다. 외부의 소리는 반론이라도 제기하지만 내면의 소리는 의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끌려 대화를 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반박하기 힘들다. 그래서 편향되고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내면의 비판자, 부정적인 소리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호한 감정과 뒤섞여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글로 쓰고 표현해야 한다. 그것 만으로도 부정적 내면의 소리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글로 쓴 비판자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반박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검증해보는 것이 좋다. 내면의 부정적 비판을 식별하고 검증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생각이 과장되어 있다는 사실과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는 사실, 생각과 자신을 분리했을 때 자유로움을 느끼며 평온을 찾을 수 있다. 

▪ 마음 챙김 명상을 한다.
마음을 챙겨 주의를 호흡에 집중해보자. 주의가 집중될 때 마음은 진정되고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호르몬을 증가한다. 더욱이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면 자율신경이 안정되고 뇌파, 심장박동, 혈압이 안정적으로 동기화된다. 마음의 평화를 길들이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마음과 감각이 이 패턴을 쉽게 찾도록 하자. 마음 챙김은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 감정 등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마음 챙김 명상은 외부의 자극과 내부의 자극을 일정 간격 떨어져 인식하는 힘을 길러준다. 자극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신이 주체가 되고 중심을 잡도록 해 준다. 마음의 평화는 물론 거부할 수 없는 자극 속에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자신감을 길러준다.  

▪ 혼자 있는 시간과 자연으로 들어간다.  
외로움이 시달리지 않는다면 일정한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을 길들이자. 혼자 있는 시간은 함부로 타인의 영역에 나를 들여놓지 않고 섣불리 타인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부의 파도에 떠밀리지 않는 풍요로운 시간을 누리를 감각을 키운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뭘 해도 상관없다. 그 자체로 목적은 달성한 것이 때문이다. 굳이 더한다면 자연에서 혼자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연결감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외부의 자극, 걱정, 근심, 두려움, 스트레스를 차단하도록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평화로움에 접근하고 수용하고 납득하는 힘, 성숙한 힘을 키우도록 한다.

▪ 다시 사람을 찾아 수혈한다. 
마음의 안정과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원체계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평온함을 해치는 일들을 표현하고 흘러가도록 그 사람과 운하를 만들어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걱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가벼워질 수 있다. 해결하거나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 가벼워진 공간에 바람이 불고 평온함이 흐를 수 있다.   마음 둘 사람을 다시 찾는 것이다. 마음에 기댈 수 사람 말이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거나 정답을 찾을 필요 없다. 새로운 '카렌시어'에서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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