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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우리는 세상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보살핌을 받는 존재이다.

1년 전 글이다.

86세대가 이룩한 '민주화'는 부인할 수 없다. 그 세대가 세계적으로 칭송 받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만든 주역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 민주화는 이루었으나,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 민주화는 사실상 전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의 성취와 한계를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 그 한계를 이해하려면, 김누리 교수가 소개하는, 독일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한 말,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라는 언술은 대단한 통찰이다. 혹독하게 시어머니로부터 시련을 당한 며느리가 다시 자신의 며느리를 다시 괴롭히는 현상과 같다.

그것으로 86세대의 한계를 다 설명할 수 없다. 우리의 86세대가 야만적인 폭력이 지배하던 군사독재 시대를 살아내면서 독일의 '68세대'처럼 이상적인 세계를 꿈꿀 수가 당시에 아주 어려웠고, 실제로 꿈능 꾸지도 안했다. 그래 군사독재 체제의 붕괴와 함께 우리의 86세대의 정치적 전망도 붕괴된 셈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한국 사회의 기득권 구조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독재 체제의 붕괴가 곧 새로운 사회의 등장을 뜻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냥 '군사독재 하의 비정상 사회'가 '민주정부하의 비정상 사회'로 이행했을 뿐이다. 단지 지배의 주체만 바뀌었다. 그래 우리 사회의 비정상은 아직도 여전하다.

오늘의 우리 정치 상황을 잘 설명한 글을 지난 4월 총선 직후에 공유했던 글을 오늘 아침 다시 공유한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에 의하면, 현재 여당인 민주당의 기록적 대승이지만, 나는 '웃프다.' 웃음이 나오지만 슬프기도 하다. 오만하지 말고, 국가 어젠다를 가지고 좋은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냥 통합당과의 비교우위에 만족하고 유지하는 것만으로 집권이 가능하다는 오만은 '네메시스(정의의 복수 신)'가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과거의 정권과 비교하지 말고, 앞으로의 우리 사회를 새롭게 만들 초석을 다져야 한다. 물론 더 골이 깊이 파인 양당 정치의 구조화는 더 격렬한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정치적 다양성이 실종되어,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도 없고, 더 나아가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도 상실한 채 거대 양당의 담합 정치로 나아갈 수도 있다. 자꾸 과거 정권과 비교하면서 안주하면 안 된다.

물론 '탄핵정부 2인자'가 이끈 예정된 참패이기도 하다.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은 상황인식, 태도, 인물, 메시지 모두에서 패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종부세밖에 관심 없는 이기적인 지역의 '민 낯'이 드러났고, 지역성이 종교가 되어버린 지역의 모습도 그대로 드러났다. 아직도 낙후된 농촌 지역에서는 공산주의라는 말을 믿는다. 전자의 지역은 이해하겠다. 그런데, 가난하고, 힘 없는 자들이 사는 지역민들이 왜 수구 보수를 지지하는가 나는 늘 의문이다. 큰일 났다. "빨갱이들이 압승하면 북한과 서민들에게 나랏돈 마구 퍼줘서 이 나라 거덜난다고 하던디."

왜 가난한 이들이 보수에 투표를 하는가? 내 생각은 당면한 일상에서의 생존만으로도 힘겨운 빈곤층은 변화를 위한 정치적 행동을 해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 본다. 현실이 힘겹지만 변화가 품고 있는 '알 수 없는 고통'보다, '아는 지금의 고통'을 차라리 견디고 말겠다는 가슴 아픈 체념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소득 불균형이 더욱 더 심화되고, 중산층 마저 몰락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고 본다. 원래 우리 각자는 계급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계급을 철저히 인식하여고, 자신의 삶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그래도 왜 가난한 사람들은 기득권-보수를 선거에서 선택할까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힘의 실체를 살피지 못해서 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보살핌을 받는 존재이다. 내 존재만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건 좀 생각만 하면 그렇다. 이성의 동물이라는 우리가 그 이성을 하루에 몇 분이나 써가며 사는가? 다 기분과 감정에 따라, 선택하고, 습관처럼 밀려드는 일상에 휩쓸려 하루를 보낸다. 그 휩쓸리는 마음의 작동 원리를 그래도 살펴, 사려 깊은(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선택을 하여야 내가 살고 있는 집단의 미래도 달라지리라 믿는다. 이어지는 우리의 86세대 이야기는 내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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