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몇 년 전에 적어 둔 공책의 내용을 <에버노트>에 옮겨 디지털화 하기로 하고, 나는 무작위로 책꽂이에 있는 것을 집었다. 그리고 무작위로 공책을 폈다. 최근엔 무작위(無作爲)라는 말 대신, 나는 영어 '랜덤'이라고 말하였다. 한문 대신 영어가 더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무작위'란 일부러 꾸미거나 뜻을 더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세상이 너무 '작위(作爲)'가 판을 친다. 어지럽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그렇게 보이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가 세상을 어지럽힌다.
'Must have(소유하는 것)보다는 Must be(존재여야 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고 적어 둔 것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must have는 자신의 고유함보다는 어울리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한다는 경향의 생각을 말한다. 예컨대, 비슷한 취향, 표준화된 소비, 존재의 꿈도 확일화 되게 만드는 생각이다. 반면, must be는 자기 자신이면 된다. 다른 누군가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예컨대,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끌려가는 삶을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 어젠 하루 종일 내 영혼을 돌보았다. 류시화 시인의 최근 산문집을 꼼짝 않고 다 읽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생각 거리를 너무 많이 던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토머스 무어의 『영혼의 돌봄』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영혼의 돌봄이란 말 그대로 영혼을 보살피는 것이다. 몸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듯이 자기 영혼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토마스 무어에 의하면, 영혼을 소홀히 하면 의미 상실, 무기력, 관계에 대한 환멸, 자기 비난, 폭력성과 중독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플라톤은 영혼의 돌봄을 '삶의 기술'이라 정의했다고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한 참 말을 달리다가 멈추곤 한단다. 왜냐하면 영혼이 뒤 따라올 시간을 주기 위해서란다. 바쁠수록 영혼을 챙겨야 한다.
류시인은 이런 일화를 소개한다. 한 남자가 너무 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 중에 잠이 깬 그 남자는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그 남자를 진찰한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영혼이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서 다른 어딘가에 떨어져 있소. (…) 자기만의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당신의 영혼을 기다려야만 하오." 그 외에도 류시인은 영혼을 돌보려면, 명상이나 독서뿐 아니라 여행, 예술 활동, 자연과 가까워지는 일도 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는 건강한 음식, 만족스러운 대화,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감동을 주는 경험들도 영혼에 자양분을 선물한다고 한다. 그리고 예술 감각을 가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거나,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같은 평범한 행위를 예술 감각으로 수행하는 것은 영혼을 성장시킨다. 예술은 세계를 더 심층적으로 보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어차피 내 영혼은 내가 소화해야 하니까. 밥처럼 씹으리라.
밥/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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