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4월 13일)
무슨 일이든 간섭하고 참견하는 오지랖인가? 걱정이다. 인문 운동가로서 내가 사는 사회를 필링(peeling. 껍질 벗기기)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롭게 시작하는 정부에서, 내 마음 놓이게 하는 부분이 일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씩 필링한다. 특히 어제 '많은 시민들이 '범죄자'로 알고 있는 한동훈을 법무무 장관으로 지목했다는 뉴스를 듣고, 오늘 아침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정치 이야기를 한다. 내가 속상한 것은, 류근 시인의 지적처럼, "어떻게 살든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무슨 짓을 하든 대통령 부인이 될 수 있고, 더 무엇을 하든 득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윤석열 식 '공정과 상식'이 진짜 '굥정과 상식'이 됐다고 말한다. '굥'은 윤석열 당선인의 '윤'을 물구나무 세운 것이다. 측근을 두지 않아야 하는 게 대통령 자리인데, 굳이 전 국민이 다 아는 측근의 파격적 발탁은 스스로 인재 풀은 협소하고, 시야는 미래가 아닌 과거를 향해 있고, 측근을 버리는 단호함은커녕 측근만 쓰겠다는 아집을 드러내서 부끄러운 것이다. 인문 운동가로서 정리를 하여 공유한다. 우리 시민이 알고 깨어 있어야 사회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퇴행이란 "온갖 불의와 독서노가 오만과 야만의 한 줌 적폐들"(류근)이 다시 권력을 구가하는 거다.
1.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경륜, 경제통 등 아무리 좋은 말을 갖다 붙여도, 세간엔 73세의 고령, 그리고 공직과 대형 로펌을 오가는 회전문을 통해 2017년 이후에만 20억원 가까이 벌었다는 사실을 문제 삼지만, 최근 5년 동안 신용카드 사용액이 0원이라는 게 더 걸린다. 실제로 카드를 전혀 쓰지 않았거나, 쓰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둘 다 정상적이지 않다. 출처가 불분명한 다른 소득원으로 소비하는 식으로 사실상 탈세를 했거나, 비판의 소지가 있는 소비행태를 감추려 했다는 의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사인했다며 언론에 공개한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서'에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이름이 적혀 있다. 한덕수 후보자가 복지부장관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그가 하필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 친구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들이 이걸 보며 '책임 총리'라 불러주고 '총리 후보자가 인사 제청권을 행사했다'고 믿어주길 바라는 걸까?
2.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 윤석열 당선인과 "40년 절친"이라 '인증'한 바 있디. 게다가 그는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사실 말고는 공직을 맡을 만한 실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대통령 친구를 데려다 쓰려면 국민이 인정하지 않고는 못 배길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새 정부에 반감이 큰 젊은 여성을 조롱한 옛 칼럼이나 농지법 위반 전력, 자녀 특혜 입학 의혹 이외에 무슨 능력이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3.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 그는 윤 당선인의 '정적'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대장동 저격수'로 활동했다. 그의 별명은 '대장동 1타 강사'다. 스스로 지은 별명이다. 캠프 출신 기용도 두드러진다.
4. 여성가족부 폐지에 '총대'를 멘 김현숙 여가부장관 후보자: 그 역시 윤석열 후보의 대선 캠프 출신으로 "캠프 내에서 정책 파트를 맡아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함께 그린 인물"이라고 한다.
5.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대선 캠프 출신이다.
6. 업계를 관할하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 이창양 후보자: 그는 인수위 합류 6일 뒤에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인수위에 합류하자마자 기존 사외이사직도 버려야 옳은데 장관 지명 때까지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의 공적 마인드 수준을 가늠하고도 남는다.
7. 어제 13일 한동훈 검사장의 임명은 '친구 내각'의 절정이었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라인'으로 자타공인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장관, 경찰을 관장하는 행안부장관 등 양대 '권력 부서'에 자신의 '측근'과 '친구'를 임명했다는 점이다.
8. 이상민 행안부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후보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4년 후배다. 윤 당선인 대선 캠프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해 왔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선거 사무를 담당하는 행안부장관에 고교-대학 후배를 낙점한 것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9.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권영세 의원은 본인이 스스로 "윤 후보와는 대학 때부터 아주 가깝게 지낸 선후배 사이로 형사정책연구회라는 모임에서도 함께 활동했다"라고 소개한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의 지적에 눈길이 간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지나간 정권을 경쟁 상대로 삼지 말고 미래를 상대로 경쟁하라'고 조언했다. 또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이를 잘 이해하고 순응한 정치는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정치는 실패했다'고 했다. 살아남을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당선인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희망이 적다. 프레시안 바세열 기자의 다음 말도 동의한다.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합리적 조언자'도 보이지 않는다. '2달 안에 청와대 이전'과 같은 정치판 '돌관 공사(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한달음에 해내는 공사)'와 같은 모습이 인사에서도 엿보인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인사 파트를 담당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인사의 사유화'라는 표현을 썼다. 인사의 사유화는 국정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초보 정치인 윤석열의 '새정치'가 위태해 보이는 이유다."
순자가 말한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을 기억해야 한다.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민은 물이고, 대통령은 배이다. 대통령 없이도 시민은 살아갈 수 있지만, 시민 없는 대통령은 존재할 수 없다. 지도자는 고전을 잀으며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 다음 말도 소환한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아무리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 하여도 열흘을 넘기지 어렵고,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가라도 권세는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 오늘 아침 사진은 어제 찍은 명자나무 꽃을 공유한다. 빨간 화등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이 꽃은 아가씨나무 꽃 또는 산당화라고도 한다. 명자야 너만 믿는다. 권불십년이라고 미친 바람에게 말 좀 해다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이 꽃만 보면 떠오르는 거다.
명자나무꽃/이호준
명자가 빨간 치마자락을 감았다.
환장하게 곱더라
새초롬 흘겨보며 요염을 떠는데
잡것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 했거늘
내 어찌 한 철 요망이냐 그랬더니
제가 백일홍보다는 못하여도
내 봄날은 붉디 붉게 버티리니
영감은 가던 길 가시오 하더라
명자, 아니 산당화 요것이
내 붉은 심장을 네가 아직도 못 알아보느냐
그래 다시 어제 읽다가 멈춘 노자 <<도덕경>> 제20장 읽기를 이어간다. 어제 나는 다음 문장에서 멈추었다. "衆人皆有餘(중인개유여) 而我獨若遺(이아독약유) 我愚人之心也哉(아우인지심야재),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남음이 있어 보이는데 나만 홀로 부족한 듯하다. 내 마음 왜 이리도 어리석단 말인가?"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이 답은 블로그로 옮긴다.
이젠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쓰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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