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3월 30일)
인문 운동가의 눈으로 보아도, 언제나 처럼, 이번 총선은 "세계관의 충돌로 볼 수 있는 ‘주류 교체 전쟁’의 결정적 전투다. 전쟁과 스포츠처럼 선거도 전력, 전략 그리고 정신력이라는 3 가지 요소에서 승패가 갈린다. 세 가지 모두 민주당이 압도하고 있다". 믿고 읽는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의 이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대로 현실을 바꿀 물리적 힘(독재)이 없다면 현실에 맞춰 자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 지배력을 갖는 시대이므로 윤 대통령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세상이 윤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선거 전투의 첫 번째 요소인 전력을 보면,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국 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가 상수였지만, 2017년 탄핵으로 ‘보수 동맹’이 해체된 이후, 지금은 민주당이 상수다. 맹목적 민주당 지지 30%, 민주당 성향 스윙보터 20%, 보수 성향 스윙보터 30%, 맹목적 국민의힘 지지 20%다. 절대 지지층 규모도 민주당 우세다. 양쪽이 똘똘 뭉치면 50% 대 50% 싸움이다. 2022년 대선 0.73% 차가 그런 선거다. 보수 층의 위기는 ‘선거 연합’을 해체하면서 시작됐다. 자기가 앉은 의자 다리를 스스로 톱으로 자른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48.56% 중 ‘마지못해’ 찍은 유권자가 거의 이탈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을 찍은 47.83%의 ‘반윤석열’ 전력을 조국의 등장으로 누수 없이 유지했다. ‘반윤석열’ 동맹은 건재한데 ‘반이재명’ 동맹은 와해됐다. 보수는 박근혜 탄핵에서 심한 내상을 입었다. ‘주류 의식’과 ‘위닝 멘털리티’를 잃었다. 탄핵 이후 ‘심리적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체성, 리더십, 지지 기반의 3중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 올드 라이트와 뉴 라이트 세계관에 갇혔고, 보수 유튜버의 정신적 지배를 받았다. 그런 생각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주류 의식을 잃고 비주류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정치는 지지 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민주당이 이긴다.
두 번째 요소인 선거 전략은 단순하다. ① 우리에 대한 지지 강화 ② 우리에 대한 반대 약화 ③ 상대에 대한 반대 강화 ④ 상대에 대한 지지 약화다. 윤은 ①에 집착하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③을 우선하는 우를 범했다. 여당은 ②④③① 순으로 전략 순위를 두는 게 옳았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20% 이상 높으면 ‘정권 심판’ 구도가 선거를 지배한다. 2022년 7월 이후 계속 그런 상황이다. 박성민 커설턴트의 제안은 "‘정권 심판’ 구도가 지배하지 않도록 하려면 ‘윤석열 대 이재명 시즌2′나 ‘윤석열 대 조국 시즌2′가 되지 않도록 (레임덕을 각오하고) 한동훈·오세훈·원희룡·안철수·나경원을 내세워 차기 경쟁을 불붙였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랬다면 ‘검찰 독재’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거다. ‘서울 편입’ 이슈로 오세훈 서울 시장을 적극적으로 불러내고, ‘의대 정원 확대’는 안철수에게 맡겼다면 정권 심판 흐름이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탐대실'로 분열되었다. 정치를 모를 집단들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세 번째 요소인 정신력도 야당이 우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사적인 복수와 방어를 추구하는 정당”이라고 했는데, 야당의 승리에 대한 절박감은 여당과 비교할 수 없다. 어느 정권,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도 지지자를 부끄럽게 만들면 안 된다. 탄핵 국면에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은) 중도 보수가 “왜 부끄러움이 우리 몫이어야 하는가?”를 분노하는 목소리로 물었듯이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은 중도층과 2030세대도 똑같이 묻고 있다.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왜 봄꽃은 작고, 무리를 지고, 잎 보다 먼저 피는가? 꽃이 피려면 오랜 기간 추위와 어둠을 견뎌야만 한다. 밤이 낮보다 길어야 하고, 추위가 물러가야 한다. 겨울이 춥다고, 어둠이 싫다고 방안에 들여놓은 꽃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봄꽃은 작고 연약하며 향기가 강하고 무리 지어 피지만 잎이 없다. 이른 봄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꽃 망우리를 먼저 터트려야 하고, 잎이 나중에 나와야 한다. 하나를 얻으려고 하나를 버린 것이다. 봄꽃은 추위와 어둠의 결핍으로 작지만 강한 향기와 무리로 꽃을 피운다.
그리고 꽃들은 피었다가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난다. 그런데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이 제 각각이다. 그런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삶과 죽음을 볼 수 있다. 꽃은 피었으면 진다. 순리이다. 낙화가 없으면 녹음도 없고, 녹음이 없으면 열매도, 씨도, 그리하여 그 이듬해의 꽃도 없다. 그러니 우리도. 너무 현재를 붙잡으려 하며 추해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때가 되면 결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임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임무를 깨워줄 학교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매일 <인문 일지> 쓰기가 일종의 학교이다. 인생이란 학교의 특징은 '무작위'다. 내가 예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마음까지 '무작위'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정한 ‘더 나은 자신’을 위한 목표를 위해 매일 훈련하며 정진하는 사람에게, 일상의 난제들은 오히려 그들을 더 고결하고 숭고하게 만드는 스승들이 된다.
“누가 지혜로운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일상의 난제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배울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무료로 가르쳐 준다. 그들의 가르침은, 나의 생각을 넓혀주고 부드럽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총선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인생이란 학교(學校)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조금 더 이해해보자는 거다. 이해(理解)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선, 심지어 원수의 시선으로 그 난제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관찰하는 냉정(冷靜)을 갖자는 거다. 그때 우리는 난제들을 해결(解決)할 수 없지만 해소(解消)할 수 있다. 낮은 곳에 있는 물이 높은 곳으로 흘러갈 수 없고, 선악을 구별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지혜를 가르칠 수 없고,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어떤 결심"이 필요하다.
어떤 결심/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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