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19일)
오늘 아침은 깜짝 추위가 찾아 왔다. 우린 이걸 "꽃샘추위"라 한다. 이른 봄철의 날씨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일시적으로 갑자기 춥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오던 봄 돌아가나.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언젠가 허름한 술집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 나는 아침이다. 혼자 피~싯 웃었다.
봄에 새싹이 발아하고 나면, 꽃샘 추위가 와서 다시 얼게 한다. 우리들의 청년기와 같다. 그래 모든 문화에서 '가혹한' 통과의례가 있는 것이다. 여름처럼 승(昇)에서 활짝 펼치려면, 꽃샘추위의 통과 의례처럼,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냥 대충 보고 대충해서는 글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농담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가 '대충'이라 한다. 대충하면, 씨앗이 웅크린 채 말라 비틀어진다. 대충한다는 것은 땅을 뚫고 나와서 꽃샘추위와 맞짱을 뜨지 않는 거다. 그걸 인정한다면, 늦더라도 문제를 클로즈업 해서 미세한 디테일을 포착해야 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노자 <<도덕경> 제10장의 2) "專氣致柔(전기치유) 能嬰兒乎(능영아호)"라는 말부터 정밀 독해를 한다. 이 말은 "기(氣)에 전심하여 더없이 부드러워지므로 갓난 아이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로 번역된다.
"기에 전심하라"는 말은 '기를 보존하라', '기를 사용하라', '호흡을 응집하는 등 호흡을 조절하는 수련을 하라'는 등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어린 아이처럼 부드러워지라는 거다. 실제로 <<도덕경>>에는 이 '어린 아이'가 '도의 상징으로 여러 장에 등장한다. (제20장, 제28장, 제55장 등) 어린 아이의 여림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발견한다. 노자의 사고 모델은 자연이다. 자연에서 살아 잇는 것은 부드럽고 죽어 있는 것은 뻣뻣하다. 수련의 경지에서 최고는 모이 어린 아치처럼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세 번 째 문장 "滌除玄覽(척제현람) 能無疵乎(능무자호)"는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티가 없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뜻이다. 여기서 "현람(玄覽)"은 '마음의 거울', '마음의 눈', '하늘에 있는 우주 거울', '가믈한 거울' '우주를 비추는 마음의 거울'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疵)"는 '흠'으로, 우주를 비추는 데 장애가 되는 거다. 나는 그냥 명상을 통해 더러운 것들을 씻어 맑고 밝은 마음을 갖도록 하라는 것으로 이해 한다. 노자의 가르침은 말 그대로 불언지교(不言之敎,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이다. 단지 아무 내용으로 고착화되어 있지 않은 도를 본받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과 관련하여 도의 큰 특징은 허(虛)이다. 노자가 말하는 '도(道)는 매일 비우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제48장에 나오는 말이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취천하상이무사,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이 말을 번역하면, "배움이라 함은 나날이 더하는 것이고, 도라 함은 날마다 던다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 무위란 하지 못하는 것(불위)이 없다." 도를 닦는 것은 나날이 지식 또는 분별을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덜어내어 비움이 지극해지면, 평화로워 지고 무위하여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유가에서 강조하는 학(學, 배움)은 모방이다. 전통으로 검증된 지식 체계를 모방하고 반복적으로 실천하면서 계속 쌓아 나가는 것이다. 쌓아 가다가 그 지식 체계의 높이나 넓이가 우주의 영역에까지 닿을 수 있다고 믿고, 또 그러기를 지향한다. 그러나 노자가 보기에 이 세계는 언어나 지식 체계로 가둘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식을 쌓기보다는 편견과 고집으로 가득 찬 지식 체계를 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우주나 사물을 본래 자연의 모습 그대로 바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아무 흠이 없는 단계까지 마음의 거울을 닦는다는 것은 비로 이런 맥락에 닿아 있다. 최진석 교수의 설명이다.
매주 토요일은 아침 7시반부터 <미학 세미나>를 줌으로 한다. 마침 <<최한기의 기학 연구>>를 같이 읽고 있다. 곧 연구실로 나갈 시간이다. 그래 오늘 아침 <인문 일기>는 여기서 멈춘다. <<도덕경>> 제10장의 이어지는 문장의 정밀 독해와 전문은 블로그로 옮긴다. 주말 농장 텃밭에 상추 모종과 여러 가지 씨앗을 뿌렸는데, 얼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니면 아픈 만큼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새싹들이 더 건강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지는 거니까 말이다.
꽃샘추위/김옥진
인사를 빠뜨려서
되돌아 왔나
아랫목 이불 속이
그리워졌나
3일만 묵겠다고
아양을 떤다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 하는 걸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면 되는 걸
미적미적 하다가
막차 놓칠라
이젠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쓰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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