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13일)
나만이 완수할 수 있는 고유한 임무를 인도인들은 '다르마'라고 한다. 그게 중국으로 와서 '법(法)'으로 번역 되었다. 법이란, 강물의 물처럼,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며 당연하게 그리고 도도하게 나아가는 삶의 규범을 말한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이, 자신의 '다르마'를 발견하고 발휘한다면 행복하다. 나의 '다르마'를 묻는 아침이다. 어제는 몇 일동안 마음 속에 쌓인 분노가 폭발했던 것 같다. 낮술에 취해 한 나절을 잃어버렸다. 이제 회복이 되었다.
융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온전한 상태로 도달하는 과정을 '개별화(個別化)'라고 불렀다. 개별화는 '온전한 나'에 이른 주체적이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이 된 것이다. 개별화는 다음과 같은 어려운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지는 용기로부터 나온다.
1) 나는 내 삶의 고유한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가?
2) 내 삶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3) 나는 그런 삶을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내 단점을 발견하고 제거하고 있는가?
4) 나는 나의 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해 장점을 작동시키고 있는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매일매일의 일상을 통해 써 내려가는 소설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주제를 얼마나 충실하게 전개했느냐 이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의 동사를 작동시킬 조동사를 가지고 있는가 이다
그것을 위해, 나는 더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라는 것은 직업을 찾거나, 직업을 유지하는 일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관련되지만, 이런 내용들로 이루어진 공부를 하는 목적은 바로 그런 지식들을 기반으로 하여 삶과 세계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끌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려는 것이다. 지배적인 시선과 활동력을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로도 바꿔도 된다. 즉 자유인이 되려는 것이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공부는 명사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동사를 배워 실천하는 것이다. 따라서 삶은 동사이어야 한다. 삶이 명사이면, 관념 속에 살며, 실재가 아닌 이미지에 속는다. 그러나 '동사'만 아니라, 동사를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조동사'가 필요하다.
그 조동사가 나에게는 <<도덕경>>이다. 그래 나는 몇 일동안 제8장 "상선약수"를 여러 번 읽고 있다. 오늘은 물로부터 여유를 배우기로 했다. 물은 여유가 있다. 물은 흐르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기다렸다가 앞으로 나아간다. 물은 왜 여기 웅덩이가 있냐고 불평불만을 터뜨리지 않는다. 물은 그저 말없이 흘러갈 뿐이다. 그리고 물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오늘 할 일을 못했다고 조급해 하는 인간과는 대조적이다. 물은 궁극적으로 바다에 도달해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갖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는 바다의 물이 수증기로 변해서 올라간 물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궁극적인 꿈의 목적지인 바다에 이르러 하늘로 올라가는 물의 꿈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매일 흐르는 물에게는 오늘 도달할 곳과 내일 도달할 곳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오늘 흘러가지 못하면 참고 기다리다 때가 되면 다시 흐르기 때문이다.
다만 물은 빠르게 흐를 때도 있고, 천천히 느긋하게 흐를 때도 있다. 물은 좁은 길을 만나면 물살이 빨라지고, 넓은 강을 만나면 산천초목을 다 굽어보면서 유유자적 흘러간다. 물은 수심이 얕고 물길이 좁은 곳에서는 요란한 소리를 내지만, 수심이 깊고 넓은 곳에서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물은 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급해 하지 않기 때문 같다.
물은 비록 오늘 달성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목적지를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목표'가 흔들린다고, '목적'까지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을 물로부터 우리는 배운다. 오늘 달성하지 못한 목표는 내일 달성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통해서 달성하고 싶은 목적을 잃지 않는 자세이다. 물은 그것을 알고 있다. 사람도 물처럼 여유를 갖고 천천히 흐르지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왜 사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물에는 오늘 달성해야 될 목표와 이루어야 할 성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목표에 이르는 최단거리를 찾아서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저 물은 흐를 뿐이다. 오늘도 물처럼 여유를 갖고 그렇게 살고 싶다.
공부/유안진
풀밭에 떼 지어 핀 꽃다지들
꽃다지는 꽃다지라서 충분하듯이
나도 나라는 까닭만으로 가장 멋지고 싶네
시간이 자라 세월이 되는 동안
산수는 자라 미적분이 되고
학교의 수재는 사회의 둔재로 자라고
돼지 저금통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자랐네
일상은 생활로, 생활도 삶으로 자라더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도 오랜 공부가 필요했네
배우고 돌아서서 잊어버리는
미적분을 몰라도 잘 사는 이들
잘 살아서 뭣에다 쓰게
쓸 데가 없어야 잘 산다는 듯이
꽃다지들 저들끼리 멋지게 피어 웃네
오늘부터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쓴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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