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12일)
세상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물처럼 살자고 다짐하며, 나는 내 호를 “약수(若水)”라고 지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 중에 하나는 물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조화와 협동, 그리고 공동체 의식으로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면서 바다로 흘러간다. 물은 헌신과 봉사의 마음으로 무장해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 가기도 하지만, 어느 곳이든 빈틈없이 파고든다. 즉 온화하고 느린 것 같지만, 미끄러지듯 유연하며 끊임없이 일정한 속도로 이어진다. 변화무쌍하면서도 거침없이 흐르는 물의 철학, 바로 그 기저에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의 철학이 있는 것이다. 지극한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의 가르침을 배운다.
1) 물로부터 겸손을 배울 수 있다.
2) 물로부터 여유를 배울 수 있다.
3) 물로부터 부드러움, 아니 유연함을 배울 수 있다.
4) 물로부터 자신만의 이익 추구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철학을 배울 수 있다.
<<도덕경>>을 깊게 읽기 전에, 물로부터 배우는 네 가르침 이야기를 먼저 한다. 물처럼 살 일이다. 이 장에서는 도를 물에 비유하면서 바람직한 삶의 자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낮은 곳으로 쉼 없이 흐르고, 더러운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다른 사물과 다투지 않는 물의 속성을 닮아서 겸손하고, 착하고, 평화롭게 살라고 가르친다. 물의 가장 큰 속성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다. 강물을 거슬러 위로 오르는 연어는 있지만 물살을 거슬러 위로 향하는 물은 없다. 강물은 언제나 밑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겸손하다. 물은 또 남들이 싫어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물이 쌓여 있는 더러운 웅덩이에도 물은 있고, 진흙탕에도 물은 있다. 그리고 물은 남들과 다투지 않는다. 밑으로 흘러가다가 바위를 만나면 바위에게 저리 비키라며 시비를 걸지 않는다. 자신이 알아서 옆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물은 평화주의자다.
오늘 아침도 긴 시를 공유한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은 그리 깊게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 그러니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 대로 생각한다. 상상력도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손익을 잘 '계산하고', 이해관계와 감정에 따라 '의심'은 할지 언정, 근본의 이치를 헤아리고, 삶의 방향을 세우는 '사유'는 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글을 읽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밴 편견과 습관에 안주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종교나 이데올로기 그리고 물질적 욕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며 매일 매일을 연명할 뿐이다.
지금 우리는 <오래된 기도>를 할 때이다. 기도는 뭔가를 간구하는 게 아니다. 도(道), 아니 자연의 품에 안겨 하나 되는 마음이 기도다. 기도하는 마음은 평화와 충만으로 가득하다. 나를 위해 더는 바라는 게 없을 때 참된 기도에 들게 된다. 그것이 기도의 본래 의미라고 시인은 말한다. 세상이 이렇게 이상해진 건 기도하는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 아닐까?
오래된 기도/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오늘부터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쓴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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