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3월 6일)
오늘 4월 10일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정치 뉴스들이 쏟아진다. 특히 각 당의 공천과정에서 보면, 국회의원이란 직업이 얼마나 좋으면, 그 직업이 갖는 중독성이 얼마나 심각하면 이 지경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죄다 자신이 적임이라 여긴다. 그러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당적을 옮기거나 무소속이 되어도 상관없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면, 어떤 희생도 기꺼이 치르겠다는 자세다. 선거철마다 늘 보던 장면이 반복된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의 말처럼, "국회의원이 정치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을 위한 ‘법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해 의정활동을 하는 힘든 일자리가 아니라, 여태껏 살았던 자신의 삶과 나름의 성취를 보상받는 자리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로 국회를 채우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러니 국회는 국민 일반을 대표하지도 못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우리 나라 국민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여성의 지위를 생각하면 남성보다는 여성 의원이 조금 더 많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다. 21대에서 여성 의원은 57명으로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그나마 비례로 당선된 26명을 포함한 숫자다. OECD 꼴찌 수준이다. 그러니 정부·여당이 여성가족부를 없앤다고 으름장을 놓고 아예 장관조차 임명하지 않는 일이 벌어져도, 동일 노동을 할 때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가장 큰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거다.
- 그리고 직업별 편중도 심하다. 법조인과 관료 출신이 유독 많다. 법조인은 법조문을 읽거나 외우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국회의원은 법률을 재구성하는 상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판례나 좇는 법조인들이 감당할 일이 애초에 아니다. 관료도 평생을 법령과 상관의 명령을 따랐던 사람이라 국회의원에 적합하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하여 하나? 언제 나처럼 정해진 답은 없다. 유권자의 선택은 지역구와 비례 뿐이다. 지역구에서는 덜 나쁜 사람, 비례에서는 내 생각에 가까운 정당을 고르면 된다. 꼼꼼히 따져서 잘 뽑아야 기형적인 국회를 조금이라도 정상화 시킬 수 있다. 의원직을 가업처럼 이어가는 사람,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한 사람, 법조인이나 관료 출신은 되도록 뽑지 않는 게 좋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말은 무엇을 버린다는 말이다. 선택은, 깊은 생각을 통해, 그 과정과 결과를 상상하고 예측하여, 지금을 대하는 정교하고 엄격한 삶의 태도이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굳이 알지 않아도 되고, 쓸데 없고 거추장스러운 정보들이 핸드폰을 통해 나의 사생활이 쉴 새 없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하루를 경계(警戒)하지 않으면, 그런 뉴스들로 나의 생각이 오염되고, 나의 갈 길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지금-여기에서 나에게 최선인 것을 알아내는 능력이 안목(眼目)이라면, 그 혜안을 감히 실행하려는 행위가 용기(勇氣)이다. 안목과 용기를 가지고, 우리는 선택을 하여야 한다.
선택하기에/임영준
네가 서 있는 세상은
암담한 막장이 아니야
우리가 바라는 낙원은
아스라한 별이 아니야
깃드는 바람 따라
충만한 열망을 따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선택하기에 달린 거야
최근 인문 운동가의 눈에 포착된 현상은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이다. 이 당에 영입된 인재들의 면면을 보면, 정글 같은 현실에서의 생존본능, 즉 다소간의 자기 방어 기제를 깨뜨리는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선한 우리 민족의 정체성 회복이다. 희망을 잃고, 아무런 감동을 기대할 수 없는 총선 정국에서 <조국혁신당>은 신선함과 희망을 준다. 우리 정치 지형이 바꾸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생긴다. 우리 사회의 양심 세력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것 같아서 마음이 들뜬다. 시민들의 많은 지지율을 보며, '너 이상 부끄러운 사회를 방치할 수 없다'는 시민 지성들의 '단단한 마음'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조국혁신당>의 다음 세 가지 구호를 좋아한다. (1) “3년은 너무 길다!” (2) “조국을 혁신하자!” (3) “시민이 행동한다!” 시민이 뭉쳐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성성이 시민역량이다. 이게 선진민주주의의 확고한 토대이다. 이를 토대로 대의민주주의, 즉 국회의 새로운 모습으로 정치개혁을 주도했으면 한다. 영입인재들을 보면, 부족함이 없는 분들인데, 거기다 겸손하며 절제까지 할 줄 안다는 거다. 조국이라는 인간이 무간지옥을 견디어 낸 모습 속에서, 나는 가치 있는 것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을 배웠다. 세상에 그저 되는 일은 없다. 비싼 값을 치른 만큼 단단해 진 그의 모습에서 느낀 것이다.
그동안 반공이 '국시(國是)인 상황에서 노동자 농만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정당이 대중적 기반을 갖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우여곡절 속에서. 1987년 백기완 등이 만든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의 권익을 침해하고 노동운동 농민운동을 방해하는 각종 법적, 제도적, 관행적 문제들을 입법기관 안에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다. 그러다가 우리 사회는 '민중' 담론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탈 계층적 ' 시민단체들이 설립된 것이다. 그러면서 '민중'이니, '민중운동'이니 하는 말의 사용빈도는 줄어들고 대신 '시민'이니 '시민단체'니 하는 말이 '시민권'을 확보했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소멸되는 과정을 밟은 데에는 역대 정권이 이 단어를 불온시한 탓도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큰 몫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에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명의 당선자를 낸다. 해방 이후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의 노선 차이와 정치와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2000년대 후반부터 심각한 내분을 겪었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 20여 년간 선거를 통해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에게, 비례대표은 진보정당에 교차 투표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현재 <정의당>을 <민주노동당>의 후계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한국에서 노동자와 농민, 가난한 이들을 대변하는 진보정치는 막을 내리는 가 싶었다. 그러던 차에 <조국혁신당>이 나온 거다.
이 <조국혁신당>에 눈길이 가는 것은 조국이라는 개인과 가족이 겪은 불운의 서사는 사필귀정과 전화위복의 극적 결말을 바라는 대중의 욕구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몰락했거나 몰락해 가는 것으로 보였던 진보정치를 소생시키겠다는 선언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민중 시대'는 갔지만,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가난한 사람도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나는 희망한다. <조국혁신당>은 그 마음들을 얻어 전두환 박정희 시대를 넘어 이승만 시대로 급속 퇴행하는 폭주열차를 멈춰 세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조국 사태'는 조국을 둘러싼 진실을 문제가 아닌 '재조산하(再造山下)',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적폐청산'을 저지하고 하는 보수적폐들에 맞선 숭고한 싸움이 되었어 야 하는데, 너무 무기력했다. 그래 내가 다시 열광하는 것은 그가 길고 긴 시간, 깊고 깊은 '조국의 늪'에서 빠져나와 되치기를 시작했다는 거다. 그리고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거다. 그를 지지하는 거다. 나는 그가 단순히 복수하는 드라마를 응원하는 건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신드롬은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 버리자는 조국 개인의 '신원(伸寃)'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조국 전 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결코 단순한 자연인 개인이 아니며, 그의 가족이 당한 고통도 결코 그의 검찰개혁 행보와 분리시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은 검찰 개혁의 상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 검찰개혁은 정치적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 나는 지금 많은 우리 시민들이 이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 '2중대'가 아닌 '선봉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 내가 흥분하고 있는 거다. 민주당은 수권 정당을 지행하기에 어떨 수 없이 다소 중도적인 성향의 유권자들도 지지할 수 있는 이른바 '포괄정당'이 되어야 하는 까닭에, 어떤 이유에서든 여론이 갈리는 조국 전 장관 관련 문제를 두고 선명한 입장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오늘 아침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국혁신당>이 새로운 '시민적 진보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여기서 '시민적'이라는 말은 기존의 정의당이 보였던 '진보 정치'와는 다르다. 모든 시민의 평등한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공화국의 이상을 '진짜로' 만들어 보자는 거다. 이젠 '민주당이 문제가 있어도 국민들이 국민의 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적 믿음은 이젠 안 통한다. 해야 할 일은 정치의 최종판단자인 국민의 시선, 국민의 감정, 국민의 의식과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는지를 늘 경계하고 질문하는 거다.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들을', '왜 혁신해야 하고'.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지 집중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 "스타를 내세워 "당신이 해결해줘" 식의 클리슨만 정당이 아니라 하나하나 쌓고 만들어가는 빌드업 정치를 해야 한다."(이영주 한양대 교수)
개인적인 생각으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유시만 작가의 다음 주장을 받아들이는 거다. "민주당 대 조국혁신당, 둘은 연대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관계이다. 나중에 정책 연대는 할 수 있지만, 이게 냉철한 평가이다. 조국혁신당은 중도를 노리는 당이 아니고, 민주당이 오히려 중도 노리는 당이기에 조국혁신당이 가져가는 표는 민주당 비례 정당의 표일 뿐이다."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150석 이상을 만들어 주던 여당(국민의 힘) 100석 미만을 만들어 주던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답이 없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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