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글이다. 지금은 영호관 간 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어제 저녁은 <신과 함께 2>를 딸과 봤다. 영화관이 천국이었다. 밖은 찜통인데, 에어컨으로 시원했다. 긴 시간(141분)동안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전개 시켜 나가는 것이 부드럽지 못하고, 좀 '억지'가 보였다. 이런 대사가 있었다. "나쁜 사람은 없고, 나쁜 상황만 있다." 이는 김용화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 한다. 그의 평소 소신이라 한다.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난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은 상황이 나쁠 때 나타난다고 본다. 성인은 어려울 때 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흔히, "세상에는 선과 악이 따로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악'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건,
-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남하게 하는 것,
- 타인을 나의 욕심 충족의 수단으로 삼는 것,
- 내 욕심을 채우자고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다.
대게, 우리는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상대를 몰아 놓고, 그 '악'을 저지르게 된다. 그래, 나 자신은 가급적 '갑'의 위치에 있지 않으려 노력하고, 상대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내적 성찰의 시간을 갖고, 윤리적 상상력을 키워서, 나는 '악'을 저지르지 않으려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악'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김용화 감독의 이 말은 동의한다. "자기가 성공한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해서 똑같은 것을 계속하는 걸 '활동적 타성'이라고 한다. 이를 버려야 한다.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사람들도 나를 따르지 않는다." 흥행 감독의 좋은 태도라고 보고, 나도 내 삶에 적용하고 싶다. 활동적 타성을 버려야 젊게 산다.
이 영화의 소제목이 "인과 연"이다. 그러니 "인연"인 것이다. 인연, 참 어려운 말이다. 인연은 '인因'이라는 원인과 조건이라는 '연緣'들이 조화롭게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사는 '인보다 연으로 완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인은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은 간접적인 조건이다. 그러니까 원인도 중요하지만, 그 '인'을 좋은 조건의 '연'으로 만들어가는 매일매일 노력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인연因緣의 마주침은 만끽하고, 인연의 끝남에 집착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인간에게 불변하는 자아가 없다. 내 자아는 계속 변한다. 우리의 자아는 불변하는 것이기보다는 오온(색, 수, 상, 행, 식)이 작동하는 방식과 강도에 따라 요동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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